훈데르트바서의 화합을 기원한 건축물, 성 바바라 교회


성 바바라 교회가 있는 곳으로 가기위해 비엔나시에서 150km 떨어진 스타리아(Styria)의 바른바흐(Barnbach)로 향했다. 오스트리아 제 2의 도시인 그라츠에 가까운 이 바른바흐는 굉장히 작은 도시이지만, 그라츠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 중 하나인 성 바바라 성당을 보기 위해서였다. 비엔나 시내에도 아직 쓰레기 소각장을 가보지 못했지만, 훈데르트바서의 로그너 바드 블루마우리조트와 아우토그릴, 그리고 바른바흐의 성 바바라 교회를 보고 나면 다시 비엔나로 돌아갈 예정이니 그 때 본다고 하더라도 늦지 않을 듯 싶었다.



여태까지 살면서 유럽에 딱 4번 왔었는데, 그 중 3번이 겨울이었다. 아니면, 지금처럼 겨울로 막 접어드는 시기이거나. 유럽을 겨울에 오면서 느끼는 거지만 날씨 하나는 참 우울하다. 차라리 12월에 왔다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인해서 새로운 활기를 찾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사람들의 휴가도 없는 11월은 역시 유럽여행에 있어서 비수기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이 건물은 바른바흐에 있는 핵 발전소. 완공된 것은 아니고, 거의 다 지어졌을 때 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딛혀 지금은 공사가 중단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지금 이 건물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계획이 진행중인데, 사용되지 않는 이 곳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참 궁금하다.


꽤 오랜시간동안 차를 타고 왔던지라 반가웠던 화장실 표시. 주변에는 다 독일어로 쓰여있지만, WC와 그 옆에 있는 그림을 알아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른 라틴계 유럽 언어는 어떻게든 알아볼 수 있겠는데, 정말 독일어는 답이 없다. ㅠㅠ.. 그렇다고 배워보고싶다는 강한 열망이 드는 언어도 아니라서, 앞으로 이쪽으로 여행오게 되면 또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알파벳이니 읽을 수는 있으니 낫다고 위안을 해 본다.




성 바바라 교회는 교회(Church)라고는 하지만,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성당같은 느낌을 더 가지고 있는 반면, 입구의 탑 꼭대기는 러시아의 건축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꾸뿔(Coupole)인데 그 위에는 십자가가 달려있다. 이러한 외관적 특성은 훈데르트바서가 바라던 다양한 것들의 조화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흐린날이었지만, 훈데르트바서의 특별한 디자인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성 바바라 교회는 훈데르트바서의 건축치료사로서의 초창기 작품 중 하나에 속한다.


성 바바라 교회 건물에서는 훈데르트 바서의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배 레겐탁이나, 그리스어, 십자가와 기도하는 사람, 웃는 형태의 시계 등 다양한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스마일 모양의 시계와 지붕, 그리고 십자가가 함께 보이는 이 모습이 어떻게 생각하기에는 참 어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건물이 교회라는 편견을 살짝 옆에 놓아두고 생각해보면, 이러한 조합들이 꽤 잘 어울린다. 훈데르트바서의 다른 건축물들과 비교하면 그의 특징이 확실히 드러나 있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낙엽이 모두 다 떨어진 11월이었지만, 아직도 피어있는 꽃들이 있었다. 이런 꽃들은 관리를 해야만 여태껏 남아있는 것이겠지 싶다.








흐린날이어서 안타까웠던 것은 파스텔톤의 벽들이 아주 화사하게 빛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신의 작품을 가장 제대로 볼 수 있을 때는 비오는 날이었다고 하는데, 그 말이 그림(판화 포함)에만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런 건축물에까지 적용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보통 그의 그림들은 화려한 색상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이 성 바바라 교회는 조금 더 낮은 톤의 파스텔톤 위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잘 이해 못하는 우매한 여행객이 될지는 몰라도, 햇빛이 들지 않은 것이 아쉽다. 다음번에는 여름에 또 와 봐야 하려나.


성 바바라 교회의 한켠에는 이렇게 타일로 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성 바바라 교회를 한번 둘러본 뒤에,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교회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왠지 성당이라는 느낌도 살짝 난다. 기독교 신자이긴 하지만, 다니는 교회가 이런 느낌이 아니라서 그런걸까 싶기도 하지만..




성 바바라 교회의 스테인드 글라스. 예수님과 관련된 스테인드 글라스가 특히 눈에 띈다.


훈데르트바서와 관련해서, 성 바바라 교회를 둘러볼 때 조금 더 자세히 둘러봐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십자가의 길이다. 성 바바라 교회가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여러종교의 특징들이 많이 모여있는 건물이라는 것은, 특히 십자가의 길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성 바바라 교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전 세계의 12가지 종교가 포함된 십자가의 길을 만들었는데, 그 곳에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종교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길들이 바로 성 바바라 교회 옆에 있는 십자가의 길이다. 12개의 문 위에는 각 종교들을 상징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훈데르트바서는 이러한 종교들이 다툼없이 살면서 서로 융화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십자가의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모든 신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들이 모여있는데.. 훈데르트바서가 일본에서 1년간 생활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일본의 종교도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이 십자가의 길에는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종교인 이슬람에서부터 불교, 유대교 등 이미 잘 알려진 종교들이 모두 모여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배타적인 종교를 믿고 있지만,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다 그 시발점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혼날수도 있는 생각이려나.


바른바흐의 성당 앞에는 버스가 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개별 교통수단을 이용했던 것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어떻게 갈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보통, 여행기에 어떻게 가는지에 관련된 정보는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ㅠㅠ. 어쨌든, 훈데르트바서의 흔적을 따라 다니는 여행은 여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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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에 훈데르트바서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곧 포스팅을 할 예정인데,
100일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전시중이니 훈데르트바서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한번 꼭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훈데르트바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 왔고, 건축물 모형들도 볼 수 있어서 꽤 쏠쏠한 전시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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