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히노끼 나무가 가득 깔린 걷기좋은길, 텐구고원 산림 테라피 로드


덴구소의 주차장 옆으로는 유명한 텐구고원의 삼림 테라피 로드가 시작된다. 일본 전역에 있는 42개의 삼림 테라피 로드 중 한곳인 이곳은, 히노끼나무가 가득 깔린 산책길로 더더욱 유명하다. 산책길을 걷는 동안 코 속으로 스며들어오는 히노끼향과 주변 식물들의 내음이 스트레를 싹 가시게 만들어주는 곳으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걷기좋은길이기도 하다.



산림테라피로드의 입구에는 이렇게 잘게 쪼개놓은 히노끼나무 칩들이 가득 있는 박스가 있다. 그 옆으로는 작은 바구니가 있어서 이 삼림테라피 로드를 걷는 사람들이 직접 히노끼나무를 퍼다가 걸으면서 원하는 곳에 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 삼림 테라피 로드를 걷기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코를 스쳐가는 히노끼의 향이 너무도 향긋하다. 편백나무라는 이름보다 히노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이 나무는 고치현의 특산물 중 하나이다보니 이렇게 산책로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방법이지만..


아스팔트길에서 히노끼 조각들이 가득 깔려있는 삼림 테라피 로드의 산책길에 발을 내딛자마자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개와 잠시 내렸던 비 덕분에 수분을 가득 머금은 히노끼는 푹신할 뿐만 아니라 더 깊은 향을 내고 있었다. 이 기분좋은 향을 맡으면서 걷는 산책, 왜 이 길을 걸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지 몇발자국 걷지 않고서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몸을 잠깐 낮췃을 뿐인데도 이내 히노끼의 향기에 취해버릴 뻔 했다. 히노끼 나무로 만들어진 욕탕에서 목욕을 할 때에도 그 향기 덕분에 그렇게 기분이 좋더니만, 산책을 하면서도 이 향을 맡으니 정말 제대로 삼림욕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히노끼의 향에 감탄을 하고 있으려니, 이 지역의 신록이 우거지는 봄-여름에는 모든 자연의 향이 어우러져서 더 향기로운 시간이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나니 겨울 시즌에 온 것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

바닥에 깔려있는 히노끼 나무의 조각은 대충 이정도의 크기였다.


산림테라피로드는 걸으면서 해발이 낮아지는 형태의 길로 부담없이 걸어내려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물론 돌아오는 길도 완만한 경사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은데, 전체가 모두 히노끼로 덮여있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다보니, 시작 지점에서 약 2km정도가 이렇게 히노끼로 덮여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이상으로 걸으며 숲의 내음을 만끽한다고.



조금 더 삼림 테라피 로드를 따라 들어가다보면 왼쪽에 보이는 것 처럼 삼나무가 가득한 지역이 나오는데, 히노끼가 덮여있는 산책길과 함께 삼림테라피 로드를 대표하는 장소라고 한다. 산책길 사이로 삼나무들이 가득 모여있어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이미 많은 매체에 소개되었을 만큼 인기있는 곳이다.


걷다보면 길에 있는 히노끼 조각의 양이 많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향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겨울이라 아직 썩지 않은 나뭇잎들이 함께 섞여있어서 푹신푹신한 길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삼림 테라피 로드는 거창하게 만들어진 큰 산책길이라기보다는 산을 따라서 걷는 폭 1.5m 전후의 걷기좋은길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아주 완만한 경사가 반복되면서 주변의 식생도 바뀌고, 풍경도 조금씩 바뀌어가는데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들정도의 변화이다. 이곳은 뭔가 집중을 하면서 걷는다기보다는,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걷기에 좋은 길이다.



심림 테라피 로드를 걷다보면 이렇게 이름이 붙어있는 식물들을 볼 수 있는데, 덴구소의 사장님께서 직접 이름들을 붙여놓은 것이라고 한다. 1400m의 텐구고원에서만 자라는 귀중한 식생들을 관리하고, 유지하면서 애정을 쏟는것이 사장님의 가장 즐거운 작업 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 흔적들을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히노끼가 깔려있는 구간의 끝까지 이동했다가 다시 덴구소로 돌아왔다. 뭐랄까 같은 곳을 분명이 갔다가 돌아오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길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길이 꽤나 매력적인 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했다. 한국에서도 등산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산들을 올라봤지만, 이 길은 확실히 다른 곳과 차별되는 매력이 있었다.



걸으면서 내려다 본 산 아래쪽의 풍경. 때때로 나무들이 없어서 멋진 풍경을 보여줄만한 곳이 있었지만, 안개때문에 멀리까지 보이지 않아서 내심 아쉬웠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삼림 테라피 로드를 걸어보고나니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이 곳에 가기전에는 그냥 좋은 길이겠거니 했는데, 뭐랄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진 매력을 가진 길이라고 할 만 했다. 한국에서도 올레를 위시한 걷기 열풍이 꺼지지 않고 있는데, 이런 삼림 테라피 로드를 보고 있노라니.. 한국에서도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충분히 걷기 좋은 길을 개발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블로그의 글에는 제휴링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he links in this blog include affiliate 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