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기 #12 - 캐년랜드 (Canyonlands)


#12 - 캐년랜드





젊으니까!! 라는 이유로 국립공원 여행을 굉장히 빡센 일정으로 다녔다.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캐년랜드와 아치스를 하루에 봐야한다는 이유로(무리라는걸 알면서도), 아침 7시에 해가 뜨자마자 바로 숙소를 떠났다. 아침 일찍 떠나는데, 이동하는 방향이 동쪽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운전을 해야한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출발할때는 구름이 조금 낀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파란 하늘이 보이는 무난한 하루였다. 아주 화창한 날씨는 아니더라도 이정도 파란하늘만 보여준다면 오늘의 날씨는 굉장히 성공적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 달리다보니 구름이 가득 끼는것이 날씨가 안좋아지기는 했지만, 태양이 보이지 않아서 수월하게 달릴 수 있었다.





사진은 산이 태양을 잠시 가렸을 때. 아니나 다를까, 구름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태양이 정면에 드러났고, 태양을 직접 보면서 달린다는건 굉장히 힘들었다. 선그라스를 끼고 달리는 것도 모자라서 차양막을 아래로 내려 태양을 가리고 나서야 앞을 겨우 볼 수 있었지만, 도로위에 쌓인 눈에 반사된 태양은 여전히 눈을 굉장히 힘들게 만들었다. 거기다가 인터스테이트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달리는 딱 한 차선을 빼놓고는 차선의 구분조차도 불가능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태양의 고도가 높아졌고, 날씨도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눈부심에서 벗어났다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멀리 안개에 쌓인 산이 보였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안개때문에 시야가 나오지를 않았다. 정말 시야가 한 20m정도 나왔으려나. 눈쌓인 도로에 시야까지 안나오니 운전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아침 일찍 나오긴 했지만, 국립 공원 두개를 다 보려면 80마일로 달려서 캐년랜드에 도착해야 했는데 안개때문에 50마일 이상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다. 물론, 우리차 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차들도 거북이처럼(50마일이 거북이는 아니긴 하지만-_-a) 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안개속에서 달리기를 20여분. 안개는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고, 하늘에서는 안개 뒤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슬슬 탈출이구나..



안개가 사라지면서 다시 날씨는 흐려졌다. 아침부터 굉장히 변화무쌍한 날씨가 반복되고, 도로는 여전히 달리는 차선을 빼면 차선 구분 자체가 힘들었다. 물론 속도도 내기 힘들었고.



그늘진 지역을 계속 달리다보니 어느덧 햇빛이 비추는 지역이 멀리 보였다. 햇빛이 비춘다는 것은 적어도 눈이 어느정도 녹아있다는 것이므로, 속도를 좀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래로 내려와보니 확실히 눈이 많이 녹아있어서 달리기가 굉장히 수월했다. 하지만, 시민이형이 1시간 반 가까이 악천후와 싸워가며 운전을 한 덕분에 피곤함이 쌓여서 더이상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하긴, 태양을 정면으로 보고 운전하다가, 안개+눈길 콤보운전까지 했으니.. 1시간 반정도의 운전이 1시간 반이 아니었으리라.



결국 휴게소로 들어가서 운전대는 내가 넘겨받았다. 휴게소에서 보이는 풍경은 거의 없었다. 조금 먼곳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있어서 별다른 것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론, 눈으로 보는것은 안개낀 멋진 풍경이었지만 사진으로는 생각보다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안개가 덜 끼어있는 휴게소의 반대쪽 풍경.



다행히도 그 지역을 벗어나면서부터는 더이상 악천후가 계속되지 않아 수월한 운전이 가능했다. 뭐 앞만보면서 달리는 미국의 운전이 어찌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만은, 신나는 노래와 연신 씹어대는 껌으로 졸음만큼은 피해갈 수 있었다.





계속 달리다보니 슬슬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리 보이는 산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앞으로 달리기만 했는데 이제는 옆의 풍경도 슬슬 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황량한 바위들밖에 없는것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계속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물론 내가 운전하는 동안은 조수석에 앉은 사진조수(?)가 사진을 촬영하긴 했지만 ㅎㅎ.



맑아졌다, 흐렸다. 정말 변화무쌍한 하늘.



캐년랜드 국립공원에 도착할때 쯤에 주유소에 들려서 기름을 넣었다. 국립공원에 들어가면 별다른 주유시설이 없을것이 뻔했기 때문에 가득채워서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캐년랜드는 70번을 계속 타고가다가 191번 사우스를 타고 내려가면 갈 수 있다. 물론 이 191번 도로는 아치스 캐년까지 이어지는데, 191번을 타다가 313번을 타면 캐년랜드 국립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캐년랜드에서 우리가 머물기로 한 예정시간은 딱 3시간이었다. 적어도 1시까지는 나와서 4시간을 아치스에 배정한다는 계획이었다. (물론 절대 계획대로 움직여진적은 없었다.)







캐년랜드로 들어가는 313번 도로로 들어오자마자 주위에 붉은 바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치, "캐년랜드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말하는것처럼.



캐년랜드 지역의 도로 옆은 거의 전체적으로 이렇게 낮은 베지테이션들이 자라는 것이 전부였다. 아참, 들어가는 입구에는 머리와 몸색깔이 다른 웃기게 생긴 소들도 살고 있었다. 소들이 사는 지역에 따로 철조망을 설치해놓은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따로 방목을 하는 것 같았다.



각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 우리는 Upheaval Dome만을 다녀왔는데(시간이 부족해서), 이곳을 가는것보다(사실 볼게 거의 없었다.) Grand View Point Overlook를 가서 보는것이 훨씬 남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시간이 없어서 Grand View Point를 못본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쉬운 일이다. ㅠ_ㅠ..



비지터 센터 앞에서 보는 캐년랜드의 Shafer Canyon 풍경. 우리는 이 풍경으로 Grandview Point의 풍경도 이것과 비슷하겠지 하면서 자기위안을 했다. (나중에 돌아와서 그랜드뷰 포인트의 사진을 확인해 본 결과 놓치기에는 너무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ㅠ_ㅠ)



달리는 길에 있었던 "고래 바위" 앞에 눈이 있는것이 정말 고래를 보는것만 같았다. 사진에서는 작아보이지만 굉장히 컸던 바위였기 때문에 더욱 고래처럼 느껴졌는데,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바위는 도로 옆으로 있기 때문에 도로를 지나가면서 계속해서 모습이 바뀌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바위였다.



Upheaval Dome trail에 도착해서.





역시 트레일은 황량한 풍경. 주위에는 빨간 돌들만 가득했다. 캐년을 몇개나 다녀왔다고, 벌써 몇몇 여자애들은 빨간색과 캐년만 보면 질린다는 말까지 했다.-_-;;; 심지어 "또 캐년이야?" 라는 말을 남기기도. ㅎㅎ.





Upheaval Dome.

사진으로 찍기에는 굉장이 애매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넓이가 너무 넓고 깊은데 광각으로는 잘 안들어오는 그런 애매한 모양. 물론 멋진 곳이긴 했지만, 그랜드 뷰 포인트까지 포기하면서까지 볼만한 포인트는 아니라는 그런 생각이다. 물론 캐년랜드에 하루를 투자한다면 충분히 볼만한 곳이기는 하지만 ㅠ_ㅠ..



온 김에 바위 위에 흔적도 남겼다. 같은 돌을 사용해서 글씨를 써봤는데, 글씨가 굉장히 잘 써졌다. 물론 이 글씨는 슬슬 문지르면 그냥 지워져 버려서, 몇일 지나면 그냥 사라질 것 같았다. 때문에 낙서에 대한 별다른 죄책감 없이 여러가지 글씨를 써볼 수 있었다. 뭐 그래봤자 "xxx왔다가다~" "Happy new year" "Merry Christmas" 따위였지만.



뭐 생각보다 별 볼거리는 없네.. 라며 내려가려는 순간 눈앞에 산양이(양이 아닌거 같은데 무슨 종류지-_-;;) 등장했다. 바로 앞에서 보였던 놈은 어느새 저멀리까지 뛰어가 버렸다. 그렇게 가파른 바위 위를 얼마나 잘 뛰어다니는지 참 신기했다. 멀리 뛰어가서 우리를 다시 한번 뒤돌아 보더니 금새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트레일을 내려가면서..



근데 내려가면서 발견한건데, 우리는 Upheaval Dome을 한바퀴 도는 트레일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Upheaval Dome을 보는 포인트는 저렇게 가까운곳에 따로 있었다. 사진 오른쪽 위에 국립공원을 보고 있는 저 사람들. 저기가 포인트였는데, 우린은 그것도 모르고 20분 가까이 더 걸어들어갔던 것이다 ㅠ_ㅠ..



그래도 날씨는 확실히 춥긴 추웠다. 얼어있는 물.



하지만 뭐 여기도 여전히 사진을 찍기에는 굉장히 애매했다. 도대체 어떻게 넣어야 저 돔의 깊이가 사진에 표현 될 수 있는거지?!



어떻게 해서 Upheaval Dome이 생겼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



주차장에서 본 trail 입구쪽의 모습.



나중에 알아차린 것인데, 우리 차의 번호는 한국인이라면 굉장히 외우기 쉬운 그런 번호였다.

오! 시팔시팔...이라니.. -_-;; 왠만한 한국사람이라면 한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만한 그런 번호였다. 참 멋진 번호를 받았다는 생각. :-)





우리는 갈림길로 다시 돌아오면서 시간때문에 Grand View Point를 보는것을 아쉬워 해야 했지만(사실 나만 아쉬워 한것 같다. 여자애들은 캐년에 질려하고 있었으니-_-; 그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빨간돌"들에 질리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캐년랜드를 빠져나갈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냥 빠져나갈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캐년랜드에는 일출로 유명한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일출을 볼수는 없었지만, 미국 국립공원에 관련된 사진을 보다보면(특히 전문가들이 촬영한) 꼭 포함되는 일출 포인트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Mesa Arch.



메사아치로 가는 길. 친구중 하나는 멀리 보이는 산을 알프스(-_-)라고 불렀다. 단지 산에 눈이 쌓여있다는 이유로..



10여분을 걸어가니 멀리 메사아치가 보인다.



이 풍경 혹시 아시는 분 있어요?



미국 국립공원 사진을 좀 많이 보셨다면, 이 사진으로는 충분히 기억 나실듯. 아치의 안쪽이 일출때의 태양빛을 받아서 빨갛게 물들고 멀리 풍경이 다양한 색깔을 띄고 있는 그 사진.. 지금 이곳에서 비교사진을 보여줄 수 없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한번 오고 싶은 포인트이다. 단지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서. (물론 자이언 캐년 근처의 Altelope Canyon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캐년. S3pro의 샘플사진에 등장한 캐년이 바로 이 캐년 :-) 시간에 따라서 엄청난 색의 변화를 보여주는 멋진 캐년이다.)



메사 아치는 굉장히 큰데, 그곳에는 별다른 안전시설이 준비되어 있지는 않다. 만약 일출을 촬영하러 오더라도 한 3~4명 정도만이 촬영이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그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찾아올 것 같지는 않지만.







메사 아치에서 바라본 풍경. 이 풍경도 굉장히 멋졌다. ^^;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캐년랜드의 길은 이렇게 꼬불꼬불하다. 아마 속도내는것을 방지하기 위해서겠지. ^^;



알프스(?)







마지막으로 다시 본 Shafer Canyon Overlook.

캐년 랜드는 이름답게 다양한 캐년의 모습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 캐년 하나하나들이 꽤 멋진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랜드캐년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랜드캐년보다도 훨씬 좋았던 곳이었다.



아치스 캐년을 가기 위해서 지도를 꺼내놓고..





벌써 떠나기로 예정되었던 1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서 아치스캐년까지는 30분.. 참고로, 캐랜드로 돌들어오는 길에는 Dead Horse Point State Park로 가는 길이 있는데,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지나쳤지만 이곳도 꼭 가봐야 할 곳중 하나이다. 굽이치는 콜로라도 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정말 멋진 곳이다. 이 역시 캐년랜드를 나중에 다시한번 오고 싶게 만들어 주는 이유가 된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일정만 아니었다면 캐년랜드 하루, 아치스 국립공원에 하루를 투자하고 싶었다.)

어쨌든 일정에 쫒기며 아치스 캐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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