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기 #09 - 그랜드 캐년 (Grand Canyon)






일출을 보러 가려면 보통 새벽 4~5시에 일어나야 했던게 그동안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일찍 일어나야 하느냐에 대해서 고민하곤 했었다. 하지만, 숙소의 주인아주머니에게 일출 시간을 물어보니 7시 전후. 덕분에 아침 일찍부터 나올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공원 안의 일출 포인트까지의 이동시간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6시 즈음에 숙소를 빠져나왔다.

어제 저녁에 인터넷을 할때만 하더라도 모두 다 일출을 보러 갈 것 같이 이야기 하더니만, 결국 가게 된 사람은 4명 뿐이었다. 하긴, 이렇게 추운데 아침에 일어나기 정말 싫겠지.. 거기다 어제 인터넷 하느라 새벽에 잔 사람들이니까..ㅎㅎ..





우리가 일출을 봤던 장소는 Yavapai Point였다. 일반적으로 일출은 이곳과 Mather Point에서 많이 보는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숙소 아줌마가 추천해준 Yavapai에서 일출을 봤다. 한가해서 좋긴 했는데, 일출은 Mather Point가 더 나은 것 같았다. 뭐, 그렇다고 이곳이 나빴다는것은 아니고 ^^..

근데 날씨가 정말 너무 추웠다. 아까 올때 차에 있는 온도계를 보니 영하 16도. 뭐, 엄청나게 추운것 같기는 한데, 이놈의 배터리가 어제 가득 충전을 시켜놓았음에도 불구하고 10댓장만 찍으면 자꾸 배터리 없음이 뜬다. 결국, 3개의 배터리를 가슴에 계속 품어가면서 찍어야만 했다. 더군다나 더 가슴아픈것은 여기서 삼각대의 다리가 망가지고 말았다. 결국,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삼각대를 들고, 셔터 한번 누를때마다 추위에 손가락이 굳어가는 아픔을 함께 해야만 했다. 흑 ㅠ_ㅠ..

해는 도착한지 30분정도만에 뜨긴 했지만, 우리는 이곳을 조금 일찍 접고 Mather Point로 이동했다.







Mather Point에는 역시 예산한만큼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Yavapai Point에서는 우리하고 일본인 2명만 있었는데, 여기서는 한국어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긴, 여기서 한국사람한테 한국어로, "아, 거기 좀 비켜봐요!"라는 말까지 듣기는 했지만. 아무리 한국어라도 "저, 거기 좀 비켜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물어보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가 사람의 기분의 확 바꿔놓는다.





일출때 태양에 의해서 붉게 물든 그랜드 캐년.









그랜드캐년의 일출풍경. 석양보다 훨씬 색의 변화도 다양했고, 멋있었다. 최근에 본 일출들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일출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물론, 너무 추워서 빨리 밝아지고 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없지않아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영하 16도를 가리키고 있는 온도계. 돌아올때까지도 온도는 바뀌지 않았다. 한밤중보다도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춥다는 이야기. 정말 절실하게 느꼈다. 어젯밤에 인터넷 하러 나올때도 이렇게 춥지는 않았는데 ㅠ_ㅠ.

8시쯤에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그대로 다시 잠을 청했다. 일출을 보러 가지 않은 사람들은 남아서 아침을 준비했고, 우리는 1시간정도 꿀같은 조참(?)을 즐긴 후에 아침을 먹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10시가 체크아웃타임이었지만, 조금 밍기적 댄 탓에 10시 반에 나오긴 했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국립공원으로 다시 들어온 우리는 오늘 아침에 일출을 보러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Mather Point를 다시 들렸다. Mather Point에는 아침의 햇살에 빛깔이 계속해서 바뀌던 신비스런 모습의 캐년은 사라지고, 평범한 분위기의 웅장한 캐년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웅장해서, 그냥 엽서 보고 있는 것 같아." 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뭐 그럴수도 있겠다. 잘 감흥이 안 오는 곳이기도 하긴 하니까.



어디를 먼저 갈까 고민하다가 간곳은 Grand Canyon Village였다.



이곳으로 온 이유는 Information Center가 아니라, 어제 쓴 엽서를 붙이기 위해서였다. 그랜드 캐년의 도장이 찍힌 엽서..(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애리조나 도장만 찍혀서 갔다는 것 같다.-_-) 나름대로 낭만있어보이니. ㅎㅎ. 제너럴 스토어 옆에 우체국이 있어 빨리 붙이고는 바로 서쪽의 View Point들을 보기 위해서 이동했다.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 트레일을 따라 걸으세요~". Maricopa Point 입구쪽에 써있는 글이다. 물론, 사람들이 트레일 밖으로 나간 흔적이 많은것은 당연했고..



얼마나 깊지~? 살짝 내려다보기.



Maricopa Point의 풍경.

Maricopa Point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_-a.. 뭐,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자체가 엄청 큰 캐년의 일부를 보는 것이긴 하지만, 뭐랄까 어제 본 Hopi Point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Mohave Point. 좀더 넓게 볼 수 있는 지역인데, 개인적으로는 Hopi Point보다 일몰이 더 멋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보지는 못해서 확신은 할 수가 없다. 그냥, 그럴거 같다는 예감. 콜로라도강이 보이는 포인트.



이곳에는 셔틀버스가 다닙니다~. 우리는 12월에 여행한 관계로 우리차를 가지고 직접 포인트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Hermits Road로 불리는 이곳은 1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만 일반 자동차의 통행이 허용되고, 그 외의 기간에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구간이다.

그나저나 여행기를 작성하면서 그랜드캐년의 지도를 다시 보고 있는데, 그 많은 모양마다 모두 이름이 붙어있는거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



The Abyss.



















Pima Point.

그랜드 캐년 서쪼게 있는 포인트 중에서 가장 볼만한 포인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몰을 보기에는 서쪽으로 막혀서 별로 좋을 것 같지 않기는 하지만, 굽이치는 콜로라도 강을 그대로 조망할 수 있고, 그와 이어지는 전체적인 캐년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뭐, 같이 여행하던 처자는 "아직도 캐년이야?"라는 불평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서쪽의 끝으로 가면 hermits Rest라는 곳이 있다.







그곹의 끝에는 스낵바와 작은 기념품 상점이 있는데, 재미있는 물건들도 많고 벽난로도 있어서 겨울에 왔다면 잠시 쉬어가기에 적당한 곳이다. 물론, 특별하게 살것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곳이다.



귀여운 고양이도 한마리 키우는 것 같고..





Hermits Rest에서 본 그랜드 캐년. 이곳은 기념품 가게 뒤로 트레일이 있는데, 이것도 한번쯤은 걸어보면 괜찮을 것 같기는 했지만 그냥 포기하고 동쪽으로 이동해 그랜드 캐년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어제 그랜드 캐년을 다 보고 오늘 세도나로 향해야 하고 있겠지만, 겨울이라 해가 워낙 빨리져서 계속 일정을 수정하면서 다닐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일찍 그랜드 캐년을 빠져나가 자이언 캐년 근처까지 가야 했으니까.



Grand Canyon Village에서 동쪽 출구로 나가는 Desert View Drive에는 Grandview Point, Moran Point, Lipan Point 등이 있었지만 모두 다 스킵하고 그냥 지나갔다. 다른곳은 그렇게 안땡기지만 Lipan Point를 몬본것은 조금 아쉬운 편. 이곳에서 S자로 흐르는 콜로라도 강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

그런 뷰포인트들을 스킵하고 갔던곳은 Tusayan Ruin and Museum 이었다. 이곳에 원래 살던 부족들의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게 되어있고, 작은 박물관이 있는 곳이었는데 박물관은 정말 작았다. 5분정도면 다 볼 수 있을만한..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의 유적. 물론 거의 터밖에 남아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들렸던 곳은 Desert View. 물도 사고 기름도 넣을 겸 해서 온 곳이었는데, 이곳은 사막같이 보이는 곳과 그랜드캐년이 만나는 것을 볼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해서 빼먹을수가 없었다.















Desert View에는 돌로 쌓은 탑이 하나 있었는데, 위에 보이는 사진은 그 탑에 들어가기 전에 찍은 사진들이다. 왼쪽으로는 굽이치는 콜로라도 강과 그랜드 캐년을, 오른쪽으로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지형을 볼 수 있었다.





탑 안에는 이렇게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게 언제적 그림인지는 알수가 없다. 아마도, 최근(1900년대)에 그려진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탑의 꼭대기에서 본 Desert View.







탑의 모습.





이 탑은 기념품 상점으로도 이용되고 있었는데, 한쪽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짜고 있는 아주머니도 보였다. 물론, 이곳 원주민으로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것으로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겠지만.



탑을 나올때쯤 어디선가 차 경보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대체 누가 다른사람의 차를 손댄걸까 하고 고민하면서 걸어가다가, 한명이 잔다고 해서 차 문을 잠궈놓고 나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주차장으로 달려가보니, 우리차였다 ㅠ_ㅠ..

잔다고 해서 문을 잠근거였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문을 열어서 경보가 울린 것이었다. 다행히도 경보가 울린지는 얼마 안되서 잘 넘어갔지만, 이런 헤프닝이 ㅠ_ㅠ.. 거의 300m떨어진 곳에서도 경보소리가 들렸을 정도니 얼마나 시끄러웠을까.ㅎㅎ.





64번도로를 타고 그랜드 캐년을 빠져나오는 길에 보이던 작은 캐년 같아 보이는 곳에 들렸다. 물론, 멈추는 곳이 아니긴 했지만 그곳에 물건들을 파는 것 같아서 그냥 장신구나 하나 사볼까 해서 멈춘 곳이었다.





역시 상업화된 곳 답다.-_-;; 저런 천막에서도 대부분의 신용카드가 사용가능하고, 심지어는 여행자 수표까지 받았다. 그렇다고 가격이 싸냐? 그것도 아니었다. 딱 보기에도 어디서 가져온 물건들 같았는데 "made by me"라고 대놓고 파는것을 보면 참.. 하긴 저사람들은 별다른 수익이 없겠지..라고 생각하고 천막뒤의 차를 보면 좋은차들. ㅎㅎ.



지역을 깨끝이 해 주세요~









물건을 파는 천막을 지나서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작은 협곡이 나타났다. 물론, 간단한 안전장치는 되어있기는 했는데, 조금 허접했다. 뭐랄까, 그랜드캐년이 닿을 수 없는 너무 먼 당신이라면, 이곳은 실질적으로 가깝게 느껴져서 더욱 아찔했다. 특히 두번째 사진은 별로 안높아 보이지만, 실제로 봤을때는 정말 아찔했던 곳이었다.



원래 그랜드캐년을 나와서 가려고 했던 목적지는 Page라는 도시였다. 64번을 타고 나와서 89번을 타고 올라가면 있는 도시였는데, 막 어두워지려 할때 도착한 관계로 우리는 조금 더 가서 자기로 했다.





그곳에서 80마일(1시간 30분정도) 떨어진 곳에 Kanab이라는 도시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숙박을 하면 Zion Canyon도 가깝고, 내일 아침에 조금 늦게 나와도 될 것 같아서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조금 무리한 강행군을 했다.

Kanab이라는 도시에서 묵었던 숙소는 Bob-Bun Inn. 할아버지가 좀 숨을 힘들게 몰아쉬시면서 말씀하시기는 했지만, 숙소자체는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무선 인터넷도 제공하고, 건물이 통나무로 되어있어서 MT온 기분까지 들게 해 준 그런 숙소였다. 이곳으로 오기전에 다른숙소들도 많이 뒤져봤지만 이 도시에서는 가격대비 최고 숙소인듯 ^^;







그랜드 캐년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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