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분에 오기로 했던 버스는 20분이 조금 넘어서야 도착했다. 전 숙소에 묵었던 누군가(?)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조금 지연되었다고 했는데, 덕분에 나는 1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서 계속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사막의 아침은 꽤나 쌀쌀했다. 앞으로 나의 6일간의 여행을 담당할 이 버스는 내 숙소 이후에도 여러명의 사람들을 픽업하고 나서 어드벤쳐 투어의 엘리스 스프링스 리셉션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동안 앞에 앉아있는 독일에서 온 레베카와 인사를 했고, 그 후에 들어온 사람들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리셉션에 도착해서 National Park fee $16.25를 내고, 사람들과 모여서 다시한번 자기 소개를 했다. 우리의 가이드는 처음 우리를 픽업했던 Ceria였고, 우리 투어의 구성인원은 다른 날들보다 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우리 투어의 구성인원은 캐나다에서 온 체드와 대니앙, 사우스 아프리카에서 온 마리오, 아일리쉬인 폴, 독일에서 온 레베카, 잉글리쉬인 셀과 미란다, 그리고 잉글리쉬 커플 2명이었다. 어쨌든 사람이 적었떤 덕분에 1인당 2~3개씩의 좌석을 가질 수 있어서 굉장히 편했다.
새벽 7시가 안되어서 엘리스 스프링스를 떠났건만, 킹스캐년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해가 이미 중천에 떠있었기 때문에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다들 이시간에 올라간다는 시리아의 말에 나도 신발을 편한 운동화로 바꿔신고 올라갈 준비를 했다. 미리 준비해온 1.25L짜리 물통을 옆에 끼고 킹스캐년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킹스캐년으로 올라 가면서..
이러한 돌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어제 올라갔었던 Oliver Pink의 보타닉 가든에 있는 Myers Hill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높다. 하지만 투어 첫날이니만큼 체력은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뒤늦게 올라오는 폴과 마리오.
이곳에서는 무성한 식물은 보기 힘들었고 거의 바위와 말라버린 식물들이 대부분이었다.
킹스캐년을 올라가면서. 사실 킹스캐년은 올라가면서 보이는 그 자체로도 굉장히 멋진 풍경을 보여줬는데, 이곳을 올라가면서 미국의 그랜드 캐년은 도대체 어떤 수준일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러니까, 거기도 빨리 가보고 싶은걸!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빨리 올라가는사람들도 있었지만, 체드와 같이 조금 뚱뚱한 사람들은 뒤로 뒤쳐져서 올라왔기 때문에 중간중간 그늘이 있는 곳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투어 인원 중에서 레베카와 나를 제외하면 모두 영어권 사람들이었던 데다가, 레베카마저도 굉장히 영어를 잘했기 때문에 처음의 위축감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나만 영어를 못하는거 같은 그 기분... 정말 장난 아니게 나를 소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올라가는 도중에도 계속 말을 시켜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폴과 마리오 덕분에 점점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말을 시작하면 주위가 조용해지긴 했지만.-_-;
이때부터 슬슬 파리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이곳의 파리들은 부쉬파리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리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의 파리는 음식물 주위에서 서성대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직접 달라붙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 부쉬파리들은 우리나라의 파리들보다 작기는 하지만, 쉬는 순간 없이 사람들을 괴롭힌다. 처음에는 이것들이 미쳤나 싶었는데, 진짜 많은곳에서는 1인당 50마리 가까이 덤벼들다보니 사람들이 얼굴에만 쓰는 방충망같은것을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나는 벌레가 덤비지 않게 하는 약을 미리 구입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이 약들이 효과가 있기는 했는데 30분이었다.-_-;;;;; 모기같은것들한테는 오래 가는거 같은데, 파리는 3분만 지나면 다시 덤벼들기 시작한다. 예전에 본 실험중 하나가, 벌을 투명한 병에 넣어놓고 나중에 뒤쪽의 뚜껑을 열어놓으면 앞쪽으로 나가려고 시도하다가 결국에는 죽는데, 파리는 지멋대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결국은 빠져나간다는(멍청해서 이리저리 부딧히다 나간다는) 것이었는데.. 아마 아무생각없이 달려드는것 같았다.
이 파리들이 사람들에게 덤벼드는 이유는 바로 알을 낳기 위해서이다. 여름시즌이 되기 시작하면 남쪽에 있는 멜번과 같은 도시들에까지 이 부쉬파리들이 출현하는데, 이 파리들은 멜번과 같은 곳의 겨울을 지내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린다. 하지만, 이 부쉬파리들이 멜번과 같이 남쪽에 있는 도시까지 출현하는 이유는 바로 남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로 남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엘리스 스프링스와 같이 노턴 테리토리의 호주중앙지역에는 파리의 비율이 그리 많지 않은편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알을 낳고 부화할만한 장소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가면 1인당 50마리가 넘는 파리가 덤벼드는 이유는, 그곳에 인구가 그만큼 희박하고 파리들의 타겟이 되는 생물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부쉬파리들이 부화하는 장소는 대부분 동물의 배설물인데, 쉽게 마르지 않고 수분을 유지하는 배설물이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사람의 코, 입이나 귀속도 그런곳에 속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소똥이 가장 적합한 부화장소가 되는데, 이들은 죽은 생물에는 알을 낳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이유로, 이 수많은 파리들을 제거하고 싶다면, 호주에 있는 모든 소들을 제거하면 된다고 부쉬파리에 관련된 책은 제안하고 있다.(낙농업이 중요한 사업중 하나인 호주에서, 한마디로 부쉬 파리들을 제거하는건 불가능하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출처. 여행하던 도중 백패커스에 비치되어있던 'why are bush flies annoying people?'이라는 책에서.
킹스 캐년 곳곳의 모습. 정상까지 올라가서 Garden of Eden이라는 물이 있는 곳이 있었는데, 굉장히 냄새나는 물이었다. 다른 투어팀은 이곳에서 수영을 한다고도 하는데, 도저히 이런곳에서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읻 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다시 길을 되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