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기 #14 - 모뉴먼트 밸리 (Monument Valley)


#14 - 모뉴먼트 밸리




모뉴먼트 밸리로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가고 싶어서, 어제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해 진 뒤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 반 정도 더 떨어진 곳의 도시에서 하룻밤을 잤다. 물론, 말이 도시지 인구 1000여명도 안될 것 같은, 호텔 체인이 하나도 없는 곳이기는 했지만 우리가 묵었던 곳의 시설은 괜찮았다. 히터가 좀 시끄럽긴 했는데 방의 크기가 완전 운동장-_-;; 무선랜 안잡히는거 빼면 쓸만했다. ^^;;

물론 어젯밤에 좀 더 달려서 모뉴먼트 밸리와 가까워졌다고는 하나 아직 2시간은 더 가야하는 거리였기 때문에 다들 일찍 일어나서 움직였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오늘 모뉴먼트 밸리와 포 코너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면 캐년 드 칠리까지 들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숙소를 나서서 1시간 반 남짓 달렸을때 보인 맥시칸 햇.

사실 아치스의 Blanced Rock보다 맥시칸 햇이 더 신기했다. 저 넓은게 저기서 저렇게 잘 버티고 있다니. 사실 맥시칸 햇은 자다가 얼떨결에 본거라 누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를 곳이었다. 별다른 표지판 없이 나와버렸기 때문.



모뉴먼트밸리로 들어서기 전의 다리. 이곳을 건너서 조금만 더 달리면 모뉴먼트밸리의 모습이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여행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로위에서 멀리 보이는 모뉴먼트 밸리의 모습. 확실히 이 모습의 모뉴먼트 밸리는 굉장히 멋있어 보일거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사실 모뉴먼트 밸리나 캐년 드 칠리의 경우에는 이름은 어느정도 유명하긴 했지만, 생각만큼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애리조나의 동북쪽 지역은 나바호족의 땅인데, 다양한 공원들의 그들의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다. 모뉴먼트 밸리의 정식 명칭은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이다. 나바호족의 땅인만큼 일반 회사들이 그리 많이 들어와 있지도 않고 큰 도시들도 별로 없는 편이다. 또한, 나바호족에 의해서 독자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National Park Annual Pass는 동하지 않는다.

그 외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나바호지역의 공원은 Four Corners(-_- 설마 돈낼줄은 몰랐음.), Window Rock, Navajo National Monument 그리고 Canyon De Chelly National Monument이다.



모뉴먼트 밸리로 들어가기 직전에 본 모습.

어렵게 어렵게 모뉴먼트 밸리에 도착해서 입장을 하려고 하니 이곳은 차량당이 아닌 사람 머릿수대로 입장료를 받았다. 우리는 7명이었으니 35불. 애들이 가격을 듣자마자 들어가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제 빨간돌은 지겨우니,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걸 먹고 말겠다나.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공원 맞은편에 있는 주유소를 겸한 식당에 여자애들을 내려주고는 나와 시민이형만 1시간 반정도 공원을 보러 다녀오기로 했다. 덕분에 우리의 입장료는 $10.



Sentinel Mesa & Michell Butte.

모뉴먼트 밸리는 비포장도로였다.-_-;; 진짜 심한 비포장 도로였는데,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Speed Limit 15를 보면 더욱 분명해졌다. 가뜩이나 우리차는 미니밴에다가 많은 짐을 실은 상태라 가뜩이나 차고가 낮아져있는데, 만일 여자애들도 함께 들어왔다면 바닥을 하나가득 긁히고 갈 뻔했다. 거기다가 땅 곳곳이 파여있는데도 그다지 보수를 하지 않는듯 밴으로 지나다니기에는 굉장히 힘겨웠다. 물론, 4WD가 권장되는 곳에서 우리가 미니밴을 몰고 들어온 것이니 이런 불평을 할 처지가 안되기도 하지만.

확실히 미국 국가가 관리하는 곳이 아니니 관리상태가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곳과 똑같길 바라는것은 무리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비포장 도로의 상태는 너무했다. 조금만 더 신경써서 비포장이라도 관리만 좀 해주면 잘 달릴 수 있을텐데.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아프리카에 있는 나미비아란 나라에서 달렸던 비포장 도로가 생각난다. 비포장은 비포장이었는데 거의 일반 도로나 다름없을정도로 잘 닦여있던 그 비포장. 물론, 비가 일년에 몇번 안오는 곳이긴 했지만.





저 패여있는 도로만 멀정했더라도..ㅠ_ㅠ





모뉴먼트 밸리 안으로 들어오긴 했건만 보이는 풍경은 밖에서 보이는 풍경이랑 비교해 보았을때 그다지 다른것이 없다.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은 황량한 땅에 쓰레기통과 벤치만 놓여있을 뿐.

하지만 이곳은 나름대로 석양촬영장소로 유명한 곳인데, 많은 모뉴먼트 밸리의 석양사진이 이 포인트에서 촬영된다고 한다.(라고 브로셔에 쓰여있다.)



공원 자체는 넓지 않건만, 15마일로 저 길을 갈 생각을 하면 굉장히 암담하다. 단순히 일자로 이루어진 평지라면 상관없겠지만, 언덕은 또 왜 그렇게 많던지..



뭐 아주 가끔 이렇게 잘 닦인 곳도 나오긴 한다. 굉장히 드물게.



Three Sisters. 뭐, Three sisters라는 이름은 굉장히 많이 이용되는 것 같다. 호주의 블루마운틴에도 세자매가 있었는데..^^;;







차의 덜컹거림은 점점 심해진다. 안으로 가면 갈수록 도로의 상태는 더 나빠지는 듯.





Raingod Mesa.

우린 이곳까지 들어왔다가 별다르게 변하지 않는 풍경에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30분 넘게 들어왔어도 풍경의 변화는 별다를 게 없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랄까, 명성에 비해서는 참 볼것 없다는 느낌. 하지만, 석양 시간에 맞춰서 오면 또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속도제한은 20마일입니다. 다른곳이라면 뭐 그정도야 우습지 하고 더 달릴수도 있겠지만, 여긴 20마일도 버겁다.-_-;;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모뉴먼트 밸리의 모습.



모뉴먼트 밸리를 나가며..



막 빠져나가는데 투어 차량이 들어왔다. 저런 시설의 투어차량이라니.. 아프리카에서 봤던거랑 비슷하군..-_-;; 우리가 지나가니까 다들 열심히 손을 흔들어댄다. 사람들의 구성을 보니 패키지로 온 것 같았는데.. ㅎㅎ. 역시 투어마저도 허접해보이는군--;



이게 바로 그 투어차량.



주유소에 있던 강아지.

별다른 감흥없이 모뉴먼트 밸리를 빠져나와서 길 맞은편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는 주유소로 돌아왔다. 들어가보니 다들 간단하게 음료수를 들고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둘이서만 갔다온것이 못내 미안해서, 웻지 감자를 샀다. 단지 5불치만을 샀을 뿐인데 7명이 먹고 배부를 정도로 많이 줬다.-_-;;;;;; 맛도 있었고. 모뉴먼트 밸리 들릴 일이 있으면 여기서 한번 사먹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듯. (개인적으로 감자를 굉장히 좋아함.;;)

원래는 이곳을 들렸다가 캐년 드 칠리로 갈 예정이었지만, 모뉴먼트 밸리같이 돈을 내야 한다면 굳이 갈 필요가 있겠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포 코너스만 들린 다음에 바로 산타페로 향하기로 했다. 이것만 하더라도 짧은 일정은 아니니 캐년 드 칠리를 포기한게 그리 아깝지는 않았다.



포 코너스 입구에 있던 뉴 멕시코 환영 표지판. 사실 포 코너스 가기 전에는 이곳에도 입장료가 있다는 것을 몰랐었는데, 이곳도 나바호족의 지역이라 그런지 1인당 3불씩을 받았다. 하지만, 다녀온 사람들이 안에 들어가면 4개의 주가 만난다는 표지판만 있을뿐 별다른 것은 없다며 그다지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들어가진 않았다. 뭐 근처에 있으니까 들린거지, 미국에서 4개의 주가 만난다는게 그리 특이한 사실은 아니니까.



그림자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어쨌든 포 코너스임을 나타내는 표지판.



포 코너스에서 산타페까지는 6시간 가까이 걸리는 굉장히 먼 길이었다. 생각보다 짧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도를 구입해서 거리를 가늠하니 생각보다 먼것이 캐년 드 칠리를 안들렸다 가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애리조나에서 뉴 멕시코로 들어가자마자 풍경이 또 달라지기 시작했다. 뭐랄까 애리조나의 황량함이 붉은색의 황량함이라면, 뉴 멕시코의 황량함은 황토색의 황량함이랄까.

열심히 산타페를 향해 달리다가 졸음이 쏟아져 캔커피를 사러 잠깐 주유소에 들렸었다. 캔커피를 사고서 잠깐 지도 있는곳을 서성거리자 갑자기 테이블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여행하는 학생인가 본데, 어디로 가?"

"아 저희 산타페로 가고 있어요.."

"산타페 가려면~~ 블라블라~ 가면 되."

아저씨 발음이 굉장히 요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못알아 들을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너 한국사람이지?"

"헛, 어떻게 아셨어요?"

"왠지 그런거 같더라. 한국에서 가장 기억나는 곳은 대구인데. 나 한국전쟁때 참여했던 참전용사거든."

"아..그렇군요.."

결국 그곳에서 서서 10여분 가량의 아저씨 활약상을 듣다가 밖에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나가봐야 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왔다. 시간만 있다면 더 듣고 싶긴 했지만 지금 계속 가더라도 저녁에나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일찍일찍 움직여야 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산타페에 대한 정보수집은 오늘 하루 자는 도시에서 하기로 했었는데, 바로 산타페로 갔기 때문에 별다른 정보는 없었다. 결국 할인쿠폰북에 있는 지도를 이용해 찾아들어가서 숙소를 잡았다. 인터넷으로 예약했다면 더 좋은곳을 싸게 잡았지만, 그래도 55불에 잡은 Budget Host라는 곳은 나쁘지 않았다. 인터넷도 되고 아침도 줬으니까.

그래도 저녁에 일찍 잠들기가 못내 아쉬워 차를 끌고 근처 리퀴어 샵으로 가서 술을 샀다. 뭐 일반적으로 마시는 종류의 맥주를 사긴 했지만, 호기심에 칠리 맥주를 하나 샀는데, 그 맥주의 맛은 무슨 고추국물(-_-)을 마시는 것 같았다. ㅠ_ㅠ.. 사자고 한 친구는 억지로 맛있다며 마시긴 했지만, 정말 맛있었는지 의문이다. 6명이 단 한모금에 포기한 맥주를 맛있다고 먹다니-_-;;;;;

어쨌든, 내일은 느즈막히 산타페 시내 구경을 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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