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내리던 비는 어제 자정을 기점으로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내릴때엔 그렇게 심하게 내리지 않았다는걸 위안으로 삼아야 했을 정도. 본래 계획대로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샌프란시스코를 구경해야 했지만, 비오는 상태나 일기예보를 보나 내일 맑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우리가 머무는 5일동안은 비가 계속 올 것이고, 떠나는 날은 약간 흐릴거라고 되어있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ㅠ_ㅠ.. 샌프란시스코가 아무리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계획변경!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구경하려던 계획은 다음날로 미루고 오늘은 여태껏 못해본 문화생활을 영유하기로 했다. 그래서 가기로 결정된 곳은 Golden Gate Park에 있는 De Young 박물관. 어차피 아침에도 비가 많이 올테니 느긋하게 나가서 박물관 하나 보고 들어오는것으로 결정했다.
아침 10시가 다 되어도 비가 잦아들 기미가 없어서 더 기다리지 않고 그냥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박물관만을 볼거니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는 크게 상관이 없을거라는 계산에서였다.
우리의 숙소는 공항에 있었기 때문에(샌프란에서 50불 아래로 별2개 짜리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것도 12/31일, 1월 1일에..) 공항에서 나와 1번국도를 타고 박물관이 있는 공원까지 올라갔다.
막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오자마자 감쪽같이 비가 그쳤다. 사진에 주유소를 보면 알듯이 regualar 기름값이 2불 15센트다. 제일 싼곳은 2불 7센트까지 있었으니 2불 90을 돌파한 요즘에 비하면 그래도 12월이 얼마나 쌌는지 실감이 난다. 마침 여행한다고 기름값까지 내려가줬으니..(몇년전의 미국 기름값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지만)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일단 비가 그친데다가 1번 국도에서 공원 안으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한 관계로 어쩌다보니 금문교(Golden Gate Bridge)가 있는 곳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뭐 올라온김에 날씨는 안좋지만 금문교나 보자고 하면서 다들 내렸다. (결국 맑은 하늘 아래의 금문교는 보지 못했다.-_-)
금문교는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볼 수 있도록 근처에 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물론 이곳 이외에도 금문교를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여럿 있다고는 하지만, 날씨가 안좋으니 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들었다. 거기다가 바람은 얼마나 심하게 불어대는지 원.. 금문교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다들 산발을 하고 있었다.-_-;
짧은 금문교 구경을 마치고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소살리토쪽으로 건너갈뻔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나가는 것은 돈이 안들지만 소살리토에서 돌아올때에는 톨비 5불을 내야하기 때문에 절대 나가서는 안되었는데, 다행히도 빠져나갈 길이 마련되어 있었다. (-_- 이후에 필라델피아에서 빠져나가는 길이 없어 꼼짝없이 프랭클린 브릿지를 2번 건넌 기억이 있다.ㅠ_ㅠ)
비가 어느정도 그쳤고, 내일이 1/1일 새해이기 때문에 visiter's center가 안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정 기간동안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Muni Passports를 사기 위해서 비지터 센터로 이동했다.
잦아들은 것 같은 빗방울은 비지터 센터가 있는 eddy st에 도착했을때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마침 우산이 하나밖에 없어 남자 둘이 우산을 쓰고 지나가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_-; 아마 게이라고 생각했겠지. 나중에 미국친구에게 물어보니 죽어도 남자랑 둘이서는 우산 안쓴단다.;; 게이취급 받는다고..
어쨋든 비지터센터가 연것을 확인한 우리는 근처에 주차를 하고(15분에 25c), 바로 비지터 센터로 갔다. 비지터 센터는 큰 광장의 지하에 있었다.
비지터센터의 입구 옆에 있던 그림. 하늘색의 금문교(-_-)가 보인다.
입구에 떡하니 붙어있던 새해를 맞는 불꽃놀이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12시에 워터프론트에서 불꽃놀이 행사가 있으며, 그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뮤니가 공짜라는 안내가 되어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보러가고 싶었는데(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이는 한이 있더라도), 7명중에 가고싶어하는 사람이 나 뿐이었다. 아쉬워라~ 비가 엄청 쏟아져도 행사는 무조건 한다고 하던데~
어쨌든 비지터 센터로 들어가서 Muni Passports를 구입햇다. 2006년 1월 1일 기준으로, 1일권 11불, 3일권 18불, 7일권 24불이다. 꺅~ 비싸라~~..
티켓을 구입한 뒤, 하디스에 가서 점심으로 먹을 햄버거를 샀다. 하나에 1불 50짜리 햄버거를 여러개 샀는데 거스름돈으로 50c동전을 받았다. 와! 미국와서 처음보는 50c동전.. 쓰이기는 쓰이는구나~~ ㅎㅎ..
우리가 운이 없었던건지 차를타고 막 골든 게이트 공원에 도착할때 쯤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시내에 있을때 맑아졌다면 오늘은 시내구경을 했으련만 공원에 다 와갈때 날씨가 맑아지다니ㅠ_ㅠ... 결국 오늘 일정은 계획했던대로 박물관을 보기로 했다. (사실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하다기에 내일이나 모레에도 이렇게 오후에는 맑을 줄 알았다. 물론, 완벽한 오산~)
저 더듬이를 달고있는 버스가 바로 뮤니버스에요~ ^^/
De Young 박물관 옆에 있는 Japanese Tea Garden의 입구. 골든 게이트 공원은 도로에 따라서 2시간 무료와 3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하므로 3시간 주차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박물관을 볼 때 유용하다. 물론 박물관은 그날 구입한 표가 있으면 들락날락해도 상관 없으니까.. ^^;;
맑은 날씨와 야자수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뒤의 네모난 건물이 De Young 박물관. 좀 투박한 느낌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꽤 감각있어 보이는 건물이다. 물론, 내가 감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무식한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다 ㅠ_ㅠ..
표를 사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 원래 입장료는 10불이나 학생증이 있으면 6불로 입장이 가능하다. 미시시피 주립 대학교의 학생증을 사용해서 할인을 받았기 때문에, ISIC도 가능한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일단 브로셔에는 '대학 학생증'만 가능하다고 나와있다;;;
어쨌든.. 박물관이라니.. 이 얼마만의 문화활동인가--;;
아니나 다를까.. 나는 박물관의 전망대부터 올라갔다.;; 여기서 보면 공원의 전경이 다 보인다는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 뭐, 별다를 건 없는 풍경이지만 첫번째 사진 멀리로 금문교도 보이고(이정도면 맑은날씨에 금문교를 봤다고 해도 되려나?;;), 조경공사중인 공원도 보인다.
사진촬영은 가능하나 삼각대와 플래쉬의 사용은 불가능하다. 일단 촬영이 가능했기 때문에 박물관의 사진 몇장을 찍어봤다.
박물관은 20세기 미국미술, 20세기 현대미술, 인디언미술,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미술, 텍스타일, 사진 등으로 구분되어있었는데, 솔직히 그다지 흥미가 가는건 없었다. 사진이 그나마 흥미가 갈만한 분야였지만, 내가 추구하는 사진 스타일과는 영~ 달랐다.;; 그나마 특별전시인 이집트관이 볼만했지만, 그도 그다지..
그냥 재미있는 포즈가 보이기에 한컷.
De Young 박물관의 입구. 랜덤하게 배치되어있는 돌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들어올때 보면 꽤 랜덤하게 보이는데, 위에서 보니 또 그렇지도 않았다.
아.. 맑은 하늘에 본 금문교가 있긴 있었구나..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옆에서 보는 구도는 아닐지라도~ 어쨌든 금문교! ^^..
이 사진을 찍게 된 이유는 De Young 박물관 관람을 끝낸 후에도 날씨가 좋은데, 어디 갈 곳 없냐고 서로 고민하다가 소살리토로 가보자는 의견(사실 내가 제안했음;;)이 나와서 그곳에 저녁을 먹을 겸 하고 건너갔기 때문이었다.
건너편에서 본 알카트라즈와 샌프란시스코의 전경.
그리고 금문교~
가이드북의 설명으로는 소살리토는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로, 한때 영화의 배경으로(제목으로도) 등장한 적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있는만큼 도시도 참 아름답다고 되어있었다.
일단 들어서면서서 산에 집들이 무수하게 들어서 있는것이 보였는데, 달동네같다는 느낌이 아니라 좋은 풍경을 가지고 있는 비싼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서양에서는 풍경이 좋은 집을 더 비싸게 쳐준다고 하니.. 그 반대로 동양사람들은 거주에 편리한곳을 선호하고.. 어쨌든, 도시로 들어서는 첫 느낌부터가 좋은 곳이었다.
소살리토에 도착해서 일단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꽤 맛있다고 하는 SOMA'S에 갔는데, 내부수리중이었다. -_-;; 1월 중순쯤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올테니 불편함은 감수해달라나 ㅠ_ㅠ... 물론, 우리도 예약없이 다짜고짜 소살리토로 온거긴 하지만, 아예 먹을 수 없는건 좀 ㅠ_ㅠ..
그래서 맛있어 보이는 레스토랑도 찾을 겸, 도시 구경도 할겸 해서 메인 도로인 Bridgeway를 따라서 걸었다.
소살리토 요트 하버쪽의 모습....
그리고 Bridgeway의 모습..
12월 31일인데도 문을 연 상점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문제였던 것은 날이 날인지라 모든 레스토랑의 예약이 꽉 차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예약이 되지 않은(그래도 그나마 맛있어 보이는) 레스토랑을 찾기 위해서 헤멨다.
정말 많은 레스토랑을 시도했건만...-_- 다 예약때문에 들어갈수가 없었다. 결국 시티홀 근처까지 가서 rustico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역시 예약여부를 물어봤지만, 우리가 빨리 먹고 나갈거라는 이야기를 하자 자리를 내줬다. 어렵게 찾은 레스토랑이긴 했는데..
저녁을 먹고 나서 조용히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원래는 1월 1일을 기념하는 불꽃놀이를 보러가야 했지만, 뭐 다들 가고 싶지 않다니 갈 요령이 있나.. 그래서 그곳을 가는 대신에 중간에 들려서 맥주 24개짜리 하나와 안주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TV에서 해주는 1월 1일 카운트방송을 보면서 조용하게 파티를 했다. 드디어 왔구나.. 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