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기 #16 -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 (White Sands National Monument)


#16 -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




하루가 다르게 빡센 일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도 아니나 다를까, 아침 일찍 출발해서 화이트 샌드 국정기념물을 가야하는데 지도만 얼핏 봐도 300마일. 최소 5시간은 걸릴 거리기 때문에 당연히 오후에나 도착할 거라고 생각하고 출발했다. (다행히도 화이트 샌드는 반나절이면 충분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온천지가 하얀 사막이니 별다르게 풍경이 달라지지는 않으니까.)



산타페에서 출발해서 Las Cruces를 거쳐 화이트 샌드로 가야 했는데, 아침일찍부터 출발한 탓에 허기가 져서 일단 도시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리고 뉴멕시코에서 엽서를 부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겸사겸사 우체국도 찾았다.



공사중인 건물. 6시간 내려왔더니 어도비양식은 보이지도 않는다.




Las Cruces의 우체국. 뭔놈의 우체국이 그렇게 꼭꼭 숨어있는지 찾는데만도 한참 걸렸다.-_-;; 우체국 찾느라 30분 가까이 소비하다니 우리들의 집념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간단하게 점심도 먹었겠다, 도시에서 30~40분 거리에 있는 화이트샌드 국립공원으로 바로 출동했다.



저 산만 넘으면 화이트 샌드로 갈 수 있다.



이쪽 지역은 공군의 미사일 시험 기지가 있기 때문에 때때로 통행을 제한하기도 한다. 물론, 오래 제한되는건 아니고 몇시간 정도이긴 하지만. 사진에 보이는 미사일은 그다지 큰 상관은 없는 듯 싶다. 이쪽은 길은 굉장히 좋은데 지나다니는 차들도 거의 보이지 않아서 굉장히 한가해 보였다.

화이트샌드는 Chihuahuwan(치와완)사막의 북쪽 끝에 있는 곳으로서 Tularosa분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 2억 4천만평의 규모이고, 모래가 석고로 구성되어있는 사막이다. 이곳의 석고의 양은 엄청나서 미국의 건축에 사용된 석고를 다 합쳐도 이곳의 석고의 2/3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 양이 짐작이 간다.

이곳은 원래 석고질로 포화된 아주 크고 얇은 늪이었는데 이것이 바닥에 가라앉게 되고, 다른 침전물로 인하여 여러층으로 서서히 굳혀졌다가 로키산맥이 형성될때 하나의 구릉을 형성했다. 그 후 1천만년전에 단층이 일어나 구릉의 중심부분 전체가 가라앉아 분지를 형성하게 되고 단층내에 있던 석고가 드러나게 되었다.

석고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비와 눈으로 풍화작용을 받아 분지위로 옮겨지게 되었고, 석고는 결정체가 되어 모래의 모습을 띄게 되었다. 이 석고 모래들이 바람에 날려 사막을 형성하게 되고, 그것이 화이트 샌드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은 비가 굉장히 드문 지역이기 때문에 물에 녹는 석고가 사막의 형태르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하얀 사막의 모습이 굉장히 신기하다.



20여분 넘게 계속 올라왔더니 산을 다 넘었는지 계속되는 내리막의 시작이다. 물론 급경사가 아닌 10도 미만의 경사였기 때문에 크게 내리막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멀리 보이는 풍경에서 우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0분정도 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45분 정도 걸렸다. 계속 달리다보니 왼쪽으로 하얀 사막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드디어 도착했다며 좋아했는데, 이게 왠일. 갑자기 Inspection Point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앞의 사람들은 한두마디 하고 지나가기에 쉽게 지나가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오산!

우리를 보자마자 바로 저 앞에 차를 대라는 것이 아닌가. ㅠ_ㅠ 차를 한쪽으로 주차시키니 사람이 와서 물어본다. 어디서 왔고, 이곳은 왜 지나가고 있으며, 여권은 가지고 있는지, 미국에는 얼마나 있었는지 등 여러가지 사실을 물어본다. 근데, 우리는 아무도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_-; 아무도 미국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주의 ID카드만 있으면 될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학생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학생증(몇몇 박물관등이 할인 된다고 해서 가지고 다녔음)과 ID카드(나와 시민이형은 미시시피 운전면허증)를 보여주니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고 사라졌다. 뭐, 잠깐은 10분 넘는 시간을 말하는 건가 보다. 20여분이 지난 후에야 우리들의 신분이 확인되었는지 다시 돌아와 ID카드를 돌려주고, 다음에 이 지역을 여행할때는 꼭 여권을 가지고 다니라고 이야기했다. 이 지역이 멕시코에서 불법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검문이 심하다나~..

결국 우리는 불법체류자로 의심받았던 것이었다. ㅠ_ㅠ..



당시에는 기분이 상당히 나빴는데, 하얀 사막의 모래들을 보자 기분나쁜건 바로 사라졌다. 진짜 단순한 우리들인것 같다.-_-;; 화이트 샌드 국정기념물은 한글로 된 안내서를 가진 몇 안되는 곳들 중 하나였는데, 역시 국립공원패스로 통과가 가능했다. 물론 안내서가 A4에 출력된 조잡한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국립공원에서는 한글 자체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이 지역은 한국사람이 그렇게 많이 오는곳도 아닌것 같은데..



도로와 연결된 입구쪽은 아직 석고모래가 많이 쌓여있지 않아 식물들과 석고모래가 공존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갈곳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가까운 Playa Trail을 갔다. 그 외의 트레일도 여러 있었으나 비슷한것을 식상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트레일은 딱 하나만을 가기로 결정했다.-_-; 아마 나 혼자왔다면 다 돌아봤으련만..









이 지역은 전체가 하얗기 때문에 썬그라스는 필수나 다름없다. 하얀 모래에 반사되는 햇빛은 굉장히 강렬하기 때문에 선그라스 없이 잠깐 있었더니 눈이 쉽게 피로해졌다. 그렇다고 선그라스를 끼자니 하얀 모래의 색깔이 갈색으로 바뀌어버리고-_-;; 참 난감했다.

어쨌든 Playa Trail은 굉장히 짧기는 했지만, 석고 사막에서 살고있는 다양한 식물들도 함께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식물이 등장하면 카메라가 화이트밸런스를 엉망으로 잡아서 하얗게 안보이는 사진도 있지만, 어쨌든 이곳은 새하얀 곳이다. 사진처럼 누런빛을 띄는 모래자체가 없다.-_-;;





입구에서 Heart of the Sands로 향하는 Dune Drive는 도로를 달리다가 언제부터인가 석고뿐인 곳을 달리게 된다. 비포장이긴 하나 워낙 평평한 지역이라 일반 도로를 달리는것과 별다른 차이점은 없었다. 물론 타이어와 차체에 엄청난 석고가 들러붙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달리다보면 사막을 뚱하니 혼자 걸어다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근처 지역은 사막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기 떄문에 이렇게 직접 걸어볼 수 있다.



물론 그냥 걷는것 뿐만 아니라, 모래사구에서 종이판자 따위를 타고 샌드보딩을 즐길수도 있다. 우리는 평평한 종이판자 하나 없었다는 것이 그렇게 아쉬울수가 없었다. ㅠ_ㅠ



주차장에 있던 화장실 건물.



하얀 모래위로 셀프 하나 찰칵.

일단 이곳에 주차를 시켜놓고 Alkali Flat Trail을 걷기로 했다. 실제로 한바퀴 도는데에는 2~3시간 정도 걸리는 트레일인데, 우리는 가다보면 5시간 넘게 걸릴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몇걸음마다 쉬지않고 사진을 찍어대니(거기다가 30분정도 걸어가니 발자국도 거의 없었다.) 앞으로 계속 갈리가 전무했던 것이다. 때문에 조금만 더 가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는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이날 진짜 엄청난 사진을 찍었다.-_-; 근데 다 인물사진이다.ㅎㅎ..

화이트샌드는 얼핏 보기에 눈이 쌓여있는 평원같아 보이지만, 그렇게 춥지많은 않았다. 우리가 갔떤때가 한겨울이나 다름없는 12월 말이었는데도 자켓정도로 충분했다. 이곳은 맨발로 다니기에도 괜찮은데, 다만 석고모래가 좀 차가운편이다. 물론 여름에는 이마저도 따뜻하겠지만 ^^











예를들어보면, 이런 컨셉 사진들. -_-; 다들 걸어가라고 해놓고 열심히 멀리 뛰어가서 찍어본 사진들이다^^;;













Patterns.

사실 이 트레일은 변하는 풍경이라고는 모래사구의 변화밖에 없었기 때문에 별다르게 설명할 것이 없다. 그냥 이날은 걷고, 사진찍고, 걷고, 사진찍고.. 이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러니 보여줄것이라고는 다양한 화이트 샌드의 모습들 뿐! ^^;





















물론 이렇게 듄들로만 가득찬 곳이 화이트 샌드는 아니다.



이렇게 딱딱하게 굳어버린 석고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듄이 형성되어있지 않은 지역쪽으로 가면 특히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찌저찌 트레일을 돌다보니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버려 해는 벌써 넘어가려는 듯 산 주위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선셋을 보기 위해서는 일단 Alkali Flat쪽으로 가까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긴 했지만 트레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에(또한 통행제한시간도 있다.) 일단 입구쪽으로 돌아와서 높은 듄으로 올라가 선셋을 보기로 했다.



확실히 멀리 가지는 않았었나보다. 입구까지 돌아오는데 30분도 채 안걸렸고,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높아보이는 듄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올라온 듄 앞으로도 많은 듄들이 있었기 때문에 석양에 노랗게 물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얼핏보면 소금결정같기도 한 석고모래. 혀를 대봤지만 별다른 맛은 나지 않았다.



우리보다 더 먼곳으로 석양을 보기 위해 걸어가던 사람들.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사진들도 찍어봤다.;; 이 발자국의 주인은 해가 진 후 어두워져야 나타나겠지..



노랗게 물든 산..











그리고 모래의 색깔들도 점점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변해가는 모래와 하늘의 색을 구경하다가 날씨가 점점 추워지기 시작해서 차로 돌아왔다.







아직 하늘의 뚜렷한 변화가 다 일어난 것은 아닌데.. 가자고 재촉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안갈수는 없었다. 물론, 여전히 붉게 물드는 하늘을 구경하기 위해 남아있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미국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석양을 뒤로 하고..

5시쯤 화이트샌드를 빠져나온 우리는 원래 피닉스 근처까지 가서 자는것이 목표였다. 뉴 멕시코를 벗어나 애리조나의 중심까지 가는것이 예정이었는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다시 Las Cruces로 돌아와서 KFC에서 조촐하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서쪽으로 열심히 달리고 달렸다. 하지만 너무 어두워져서 생각만큼 많이 달리지 못했고, 애리조나를 진입해서 조금 후에 숙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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