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덕분에 10년간의 인터넷 흔적을 정리하며..


블로그 정리작업, 하루종일 걸리다-

요즘 7월부터 시행되는 저작권법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이번 저작권법이 시행되면 브로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나 만든 창작물이 아니면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네요. 뭐, 노래방에서 부른 모습이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UCC가 안되는 것은 당연 기본이고, 드라마나 영화 대사의 인용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참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음악과는 큰 상관이 없는 블로그라서 음악과 관련해서 걸릴 것은 거의 없지만, 스크린샷과 각종 포스터들은 걸릴만한 꺼리가 많아서 정리를 좀 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스크린샷과 저작권에 관련된 것은 페니웨이님의 글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그래서 900개에 가까운 포스팅 중에서 혹시라도 저작권법에 걸릴만한 것이 있나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정리를 했습니다. 덕분에 정리 시간이 반나절 가까이 걸리더라구요. 7월에 대대적인 단속이라는 재앙이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정리해두려는 심산이었죠. 그래서 만들어놓은 UCC에 저작권 관련 음악이 들어있다거나, 영화 후기를 써놓고 포스터등을 첨부했다거나, 기타 저작권과 관련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들은 최대한 정리를 했습니다.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사진 출처를 모두 병기했구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만, 제 블로그는 그래도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 90%를 차지하는 블로그라서 수고가 덜했을 텐데, 포스팅이 엄청나게 많은 다른 블로거 분들은 어떨찌 걱정입니다.

이번에 적용되는 저작권법이라는 것이 정말 너무 포괄적이라서 잡아들이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그 꺼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신경을 써서 정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블로그에 있는 그 어떤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자면 그 '포괄적'인 것에 걸려버릴테니까요. 7월에 대대적인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미리 캡쳐해 놓은 것으로 고소를 한다거나 한다면 뭐 잡히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이전에 블로그를 다 폐쇄했는데 구글 아카이브에 있는 사진을 캡쳐해서 고소했다는 사례까지 있는걸 보면, 정말 고소하려면 뭐 어려울 게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인 것이지요.


옛날의 흔적까지 뒤돌아보게 만들어준 하루..

물론, 이번 블로그 정리는 지금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정리만으로 끝낸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제가 운영했던, 그리고 아직도 살아있는 제 개인 홈페이지에서부터 네이트의 통, 야후, 외환은행 등 이벤트 참여를 위해서 잠깐 운영을 했던 블로그까지 다 정리를 했습니다. 아마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제 옜날 흔적들이 더 남아있을 거 같아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검색으로도 잘 나오지 않아서 저도 발견할 수 없는 건 일단 냅두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정리를 하다보니 정말 10년전의 흔적까지도 발견할 수 있더군요. 10년전에 운영했던 게임 관련 홈페이지인데 어떻게 서비스가 살아있는지 모르는데 아직도 돌아가고 있더군요. 물론, 계정 비밀번호도 잊어먹고, 방문자는 제로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부분이 있어서 비밀번호 요청을 해둔 상태입니다.

저작권법 덕분에 제 인터넷 생활 10년을 돌아볼 수 잇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94년에 처음 PC통신을 시작한 것이 시초지만, 홈페이지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처음 소통이라는 것을 시작한 것은 2000년 부터였으니까요. 블로그는 본격적으로 이용한지 1년밖에 안되긴 했습니다만서도, 참 걱정이 많습니다. 한때 라틴음악에 심취해서 라틴음악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었고, 일본게임에 빠져서 운영했던 홈페이지, 그리고 게임잡지에 객원필자 생활을 하면서 생각을 적던 홈페이지도 있었네요. 그 이후에 운영을 했던 것은 대부분 여행에 관한 것들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덕분에 추억을 곱씹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텍스트밖에 없는 블로그만 보게 될 것인가?

본격적으로 이미지와 같은 것들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면 텍스트 위주로 변할수밖에 없는 블로그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뉴스뱅크의 이미지를 사용하면 보도와 관련된 글을 쓰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아이디어나 여행관련 글에는 Flickr와 같은 플러그인을 사용하면 문제없이 삽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TV장면을 캡쳐해서 주로 이용하던 방송분야 같은 블로그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가 크게 제한될 것 같더군요.

티스토리의 많은 블로그도 문제지만, 네이버의 블로그들과 싸이월드 등도 크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곳에는 티스토리보다 더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고, 저작권과는 상관없이 운영하던 블로그들이 많은데 이번에 더 확장되는 저작권법이 적용되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네요. 말 그대로 고소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들이 더 날뛸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시간차 공격으로 3진 아웃제의 영향 아래 드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될 것 같구요. 거기다가 특히 음악에 대한 저작권이 한참 강화되어서, 이제 당분간은 음악관련 블로그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네요. 가사조차도 몇소절 넣을 수 없는 현실이 되니까요.

저작권법이 강화되는 것 자체에는 환영합니다. 그만큼 창작물들은 대우받아야 할 가치가 있으니까요. 일본에는 저작권에 관련된 것이 워낙 철저해서 연예인 사진 하나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아 텍스트만 가득한 블로그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일본은 전반적으로 이런 인식이 잘 되어 있어서 큰 문제는 없지만, 일본 음저협에서의 안일한 행정에 일본 네티즌들이 UCC를 만든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별다른 인식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나 개선의 노력도 없이 저작권법만을 강화해서 이렇게 단속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요? 안봐도 뻔할 듯 싶습니다. 단속을 하는 주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조작해 나가려고 하겠죠.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을텐데 말이죠. 준비되지 않은 무조건적인 적용. 이것이 악법이겠지요.

7월이 되어서 정말 '대대적인 단속'과 '무분별한 고소'가 시작되면 아예 블로그를 접어버리는 분들도 많이 생길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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