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14 - 소설 노인과 바다의 영감을 준 마을, 꼬히마르





쿠바에서 만난 한국 시내버스들이라는 제목으로 이전에 한번 소개했던 버스. 그 중 내부가 이렇게 오래되었던 버스는 아바나에서 꼬히마르로 가는 길에 탔었다. 거리는 약 30분. 서울외곽에 있는 수도권 도시를 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목적지인 꼬히마르는 아주 작은 어촌마을이기 때문에 도시와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평일 오후여서 그랬을까, 관광객들이랑 같이 온 것이 아니어서 였을까. 꼬히마르의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꼬히마르는 헤밍웨이 관련 투어를 하면 꼭 찾아오는 곳이기는 하지만, 사실 헤밍웨이의 절친이자 배의 선장이었던 그레고리오 뿌엔떼스씨가 2000년대 초에 돌아가신 이후에는, 그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이 아닌 해변에 있는 동상을 보러오는 것이 사실상 이곳 방문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아, 그리고 헤밍웨이가 자주 찾았다는 식당 정도.



마침 도착한날은 바람이 많이 불기는 했지만, 하늘은 정말 파랬다. 다른 사람들의 쿠바 여행기를 보면서, 내가 여행하던 시기의 쿠바의 하늘은 너무나 행운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의 어부들이 프로펠러를 녹여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동상. 사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흉상이 전부이기 때문에, 헤밍웨이가 좋아서 왔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잠깐 짬을 내서 다녀온거긴 한데, 그 곳에서 만났던 친절한 쿠바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꼬히마르 마을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주고 있는 것은, 바닷가에서 놀고있는 아이들과 길멍이들. 쿠바의 길멍이들은 사나운 녀석은 거의 없엇고, 대부분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들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길멍이들이 아니라, 그 종들도 굉장히 다양했는데 아마도 미국 점령당시 다양한 개들이 들어왔다가 미국인들이 철수하면서 남겨진 개들이 대대로 살아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꼬히마르 마을에는 헤밍웨이의 선장이었던 그레고리오 뿌엔떼스의 집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의 자식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년의 마지막에 집 앞에서 휴식을 즐기곤 했다는 뿌엔떼스씨를 볼 수는 없었다. 이곳까지 안내해 준 쿠바의 아주머니께서 안에 가족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으면 노크를 해 보라고 말씀하셨지만, 궂이 그래야 할 필요성까지는 못 느꼈다.

그렇게 집을 구경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아바나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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