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안경 분실! 썬그라스를 끼고 집으로 돌아가다



까르따헤나를 떠나는 날 아침, 못다한 물놀이를 하겠다며 바다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안경은 양쪽 끝을 끈으로 잘 묶어서 빠지지 않도록 한다고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고가 터졌습니다. 파도에 휩쓸려 안경이 사라진 것이지요. 그냥, 벗고 들어올걸.. 언니들 몸매 볼게 뭐가 있어서 궂이 끼고 들어왔냐며 자신을 책망해보기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해변가를 돌아다니는 패트롤에게 혹시라도 안경을 보면 꼭 알려달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는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도 강렬한 햇빛에 대비하기 위해서 선그라스를 가지고 온 것이 다행이네요. 이제부터 선그라스 라이프가 시작됩니다.


그래도 오늘이 떠나는 날이라, 다시 메데진으로 돌아가면 혹시 몰라서 준비해 놓은 안경이 있으니 그나마 걱정이 덜 되네요. 근데, 돌아가는 길에 보조석에 앉아서 길을 보기로 했는데 이게 또 걱정입니다. 진한 선그라스를 끼고 과연 얼마나 앞이 보일것인가.

이럴때면, 눈이 나빠서 선그라스에도 도수를 넣어야 하는 현실이 마구 안타깝습니다.


떠나는 날 까르따헤나의 하늘.

흡사 폭탄이 터지고 나서 뭉게구름이 생기는 과정인 것만 같은 느낌의 구름이 참 신기합니다.


숙소가 있는 보까그란데에서는 멀리 올드 까르따헤나가 보입니다.


픽업트럭이 뒤쪽에 5명이나 타고 있군요. 이렇게 픽업트럭에 사람들이 많이 타고서 이동하는 것은 콜롬비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다녔다가는 바로 경찰에게 잡힐텐데, 콜롬비아 경찰들은 별반 신경을 쓰지 않네요.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 메데진으로 귀환하는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까르따헤나의 유적 중 하나인데, 가보지는 않고 그냥 멀리서 사진만 한장 남겼습니다. 다음에 까르따헤나에 다시 오면 가보리란 생각과 함께요.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말하고 있지만, 저 당시에도 계속 썬그라스를 끼고 있었습니다. 대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눈에는 이미 갈색이 한번 더 입혀진 세상이었던거죠. 뭐, 낮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썬그라스야 자주 쓰는거니까요.


잠시 쉬어가는 길..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간단하게 맥주 한병씩 마셨습니다. 아길라는 콜롬비아 맥주 중 순한편에 속하는 맥주인데, 개인적으로는 꽤 입맞에 맞았습니다. 전 아주 부드럽거나, 아주 씁쓸한걸 좋아해서, 중간이 없는 편이거든요. 주위 사람들은 참 입맛도 특이하다고 말해주곤 합니다.



저녁 7시가 다되가자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어두워지면 어두워질수록 보조석에 앉은 제 시야는 점점 좁아져만 갑니다. 어느 순간 해가 산 뒤로 넘어가고 나니, 시야가 몇미터 나오지도 않네요. 표지판을 보자니 시야가 안나오고, 썬그라스를 벗자니 눈뜬 장님이고..결국, 하늘이 컴컴해진 후에는 보조석을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만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라도 보이는게 어디야.. 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답니다. 가면서 다들 배가고파서 저녁을 먹기위해 식당에 들렸는데, 노천에 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조명이 아주 열약했습니다. 맨눈으로 봐야 겨우 보일정도의 밝기였는데, 썬그라스를 끼고 보니 이게 음식인지, 접시인지 보이지가 않네요. 결국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면서 겨우 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뭐, 그래도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돌아온 뒤에는 서브로 가져왔던 안경을 쓰고서 생활을 잘 했지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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