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봄의도시 메데진의 주말광장 나들이..


어느 주말 오후. 그냥 나들이가 하고 싶어서 메데진 시내로 나왔습니다. 집에서나 나오는 메뜨로에도 오늘따라 사람들이 많은걸 보니, 역시 주말은 주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나 그렇듯,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의 나라에서는 보통 플라자라고 불리우는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요. 그런, 사람구경을 하기위해서 나들이의 첫 발을 디뎠습니다.

메데진의 메인 광장에는 콜롬비아에서 아끼고 사랑받는 미술가인 보떼로의 조각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얼굴모습과 뚱뚱한 체형을 보면, '아 저건 보떼로거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성이 넘치는 예술가라고나 할까요. 덕분에 콜롬비아 어디를 가건 보떼로의 그림 한점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콜롬비아 친구들에게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어딜까?" 라고 물어보니, 볼리바르 광장이라고 가르쳐주더군요. 그래서 발걸음을 그쪽으로 옮겼습니다.



가는 길에 작은 시장을 만났습니다. 여기 사람들도 우리가 먹는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들을 먹는과라디쟈다는게 눈에 보이지요? 다소 생소한 과일들도 몇가지가 보이지만, 기본적이 되는 것들은 다 비슷비슷 한 것 같습니다. 그냥, 사진을 보고 있다보니 사랑해 마지못던 '그라나디쟈'가 떠오릅니다. 과라꾸쟈(패션프룻)의 일종이었던 과일인데, 그 향이 지금도 입 안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볼리바르 광장에 도착하니, 우와.. 사람이 엄청 많네요.

다들 제각각의 모습으로 주말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냥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동물들을 가지고 경주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도 보이고.. 한국에서도 이런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곳은 좀 더 다른 느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경찰이 미리 와있는 곳은 거의 없지만, 이곳에서는 수십명의 경찰이 곳곳에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다른 남미에서 보던 그렇게 '사기'에 집착하는 경찰들이 아니라, 좀 더 친근한 경찰이라는 것이 좋다고 할까요. 에콰도르나 페루 등을 여행하면서 경찰들에게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참 가슴이 아프지만, 콜롬비아에서만큼은 그래도 경찰들이랑 좋은 에피소드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길을 몰라서 경찰에게 물어보니, 자기들도 몰라서 경찰 10명이 우루루 몰려들어서 서로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그 중 한명이 결국 알아내서 저를 데려다 줬던 기억, 메트로 스테이션을 지키던 경찰과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몇시간 동안 이야기했던 기억, 그리고 더 좋았던 경찰들. 물론 이곳이라고 나쁜 경찰이 없겠냐만서도요.



광장의 중심에는 분수가 있습니다. 살짝 바람이 불면 물방울들이 얼굴로 조금씩 날아오네요.

멀리 분수 건너편을 보니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습니다. 저렇게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은 누군가 공연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악과 같이 연주하는 공연이라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지만, 별다른 음악은 들리지 않네요. 멀리서 짐작하기에는 어떤 퍼포먼스나 코미디언과 같은 공연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운날에 카메라를 메고 광장을 돌아다니려니 목이 말라옵니다. 그래서 길에 있는 노점상에서 과일을 사먹기로 했지요. 과일을 미리 잘라서 랩에 씌워서 많이 팔고 있는데, 사실 위생은 다소 의심이 갑니다. 하지만, 뭐 언제부터 그런거 생각하고 살았느냐며, 구아바를 하나 집어들었습니다. 가장 왼쪽에 있는 것은 다소 딱딱한 과육을 가지고 있는 타미망고, 가운데는 파인애플로 보이네요. 아저씨가 아이스박스에서 꺼낸지 얼마 안된것을 진열해 놓았는지, 구아바를 한입 베물었더니 시원한 느낌이 입안에 전해집니다.

그렇게 구아바를 먹고 있는데, 아저씨 자꾸 제게 질문을 합니다. 처음에는 "어디서 왔느냐?", "여기서 뭐하느냐"라는 질문부터 시작하더니, "빠이사(콜롬비아 안띠오끼아 지방 사람)가 좋느냐?", "메데진에서 제일 좋은게 뭐냐?"라는 관광객에게 묻는 기본적인 질문들을 계속해서 반복하십니다. 그래서 저도 아예 아저씨들의 옆에 걸터앉아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이란게 별다른 건 없었지만요. 현지인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건 참 재미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을 하고 있던 사람은 코미디언이었습니다. 다다다다- 속사포 쏘듯이 말을 하기에 제대로 알아듣는 말은 거의 없었지만, 중간에 '변태', '게이' 등의 단어가 나오는 걸로 봐서는 어느정도 성적인 유머를 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저는 멀뚱멀뚱 보고 있었지만,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웃느라고 정신이 없네요.

콜롬비아의 광장에서는 유쾌함이 계속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 유쾌함을 받아서 잠시 즐기던 저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메데진의 메인 거리 중 한곳입니다. 이곳에도 여전히 길거리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때 이 길거리 음식을 먹었다가 2주 가까이 장염이 걸린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 음식을 사랑해 마지않는 것은 저의 어쩔 수 없는 일상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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