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도시 모로코 페즈 가죽 염색장의 다양한 색의 향연을 만나다


모로코의 고대도시 페즈는 꼭 수백년전의 중세시대로 돌아온 것 같은 풍경을 간직한 도시다. 잘 보존되어 있는 메디나의 풍경에서부터 물건을 파는 모습과 상점들, 이국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다. 다른 여행지에서는 뭔가 익숙한 풍경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면, 페즈에서는 눈을 돌려서 어느 곳을 보더라도 신기하다.


페즈를 상징하는 색은 노란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메디나의 벽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가끔씩 이렇게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힌 그림들을 볼 수 있었는데, 혹시 투표할 때 후보들의 사진이 붙는건가?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페즈 시내를 걸어다니다보면 이렇게 가죽을 말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페즈의 가장 큰 산업이 가죽 무두질과 염색인데, 전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대규모로 수작업으로 가죽 염색을 하는 곳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보니 최고 품질의 가죽 뿐만 아니라 그 작업 과정을 제대로 지켜볼 수 있는 몇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덕분에 페즈는 포토제닉한 여행지에 항상 언급이 되기도 한다.


무두질을 하는 곳은 페즈의 메디나를 헤메다보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모르고 지나치기에는 해도 코 끝을 찡하게 만드는 암모니아 냄새가 너무 강렬해서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한 작업장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가죽을 다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냥은 들어갈 수 없지만 근처에서 서성이는 호객꾼에게 팁으로 2~3천원 정도를 주면 잠깐동안 구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한 암모니아 냄새에 몸서리쳤지만, 나는 신기한 풍경을 구경하는 것에 푹 빠져서 코가 아픈줄도 모르고 그 곳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작업된 가죽들은 사람의 어깨, 아니면 당나귀에 실려 가죽 염색장(Tannery)로 옮겨진다.



페즈의 가죽 염색장은 가죽제품 상점들로 둘러싸인 곳 안에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그냥 바로 염색장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역시 대안은 호객꾼. 이들은 팁을 받거나 가죽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조건으로, 옥상으로 데려가 가죽 염색장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해 준다. 직접 염색 작업을 하는 곳으로 내려갈 수는 없지만, 위에서 보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가죽 염색장의 옥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가죽 염색장이 여러곳이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느냐에 따라서 볼 수 있는 각도도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3곳의 가죽염색장에 올라갔었는데, 남쪽에 있던 이 가죽염색장의 뷰가 가장 좋았다. 문제는 미로같은 메디나 덕분에 이곳을 어떻게 다시 찾아가느냐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1주일을 머무르면서 이곳을 다시 찾지 못했을 정도니까. 그만큼 페즈는 미로다.


옥상에서도 가죽관련 작업들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 뒤로 이어지는 메디나의 풍경. 재미있는 것은 다들 위성안테나가 하나씩은 있다는 점이 아닐까?


이쪽은 회색으로 탈색을 하는 과정인 것 같았다. 색이 없는 회색의 가죽. 가죽 작업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이곳을 거쳐서 색이 있는 곳으로 가죽들이 옮겨갔다. 내가 계속 구경을 하고 있으니, 뭔가 기다리기 지루해진 호객꾼이 자꾸 내려가자고 보챘다. 그래서 냄새 덕분에 오래 못있겠다던 같이 갔던 일행들이 먼저 내려가니, 나보고는 조금 더 있다가 내려오라며 자기도 후다닥 내려가 버렸다.




다양한 색들.

빨간색, 황토색, 회색, 갈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들이 염색장 안에서 사용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별다른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암모니아 덕분에 건강에 좋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가죽상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다들 돈을 받으니까 일하는 거라는 말을 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역시 먹고 사는 일이라는건 참 쉽지 않다고 느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가죽 염색장에서도 색의 신분이 있었다. 노란색 샤프란은 그 중에서도 가장 염료의 가격이 비싸서 모두 수작업으로 작업된다. 덕분에 노란색 가죽제품이 가격이 조금 더 비싼데, 가죽에도 색에 따라 신분의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고. 어쨌든 노란색은 눈에 확 띄는 색이기 때문에 사진에 담았을 때에도 그 색이 너무 예뻤다.


가죽 염색장을 구경하고 상점에서 조금 구경을 하다가 나왔다. 같이 갔던 일행이 가죽제품을 50%나 깎아서 샀는데도, 나오면서 보니 주인아저씨의 표정은 싱글생글. 얼마나 더 깎아야 한다는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구입한 사람도 이정도 퀄리티에 이가격이면 저렴하다면서 만족. 이런게 윈윈인가 싶다. 서로 만족할 수 있다는거? 너무 가격에 집착하지 않으니 오히려 편하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오는 길. 가죽을 가득 싣고 걸어가는 당나귀를 만났다. 저 가죽들도 이제 색을 입고 또 상점에서 팔려나가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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