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기 #03 - 화가들이 있는 몽마르뜨 언덕으로..


둘째날 아침. 홀리데이 인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새벽부터 숙소를 빠져나왔다. 둘째날의 일정은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갔다가 그 후에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미술관을 하루만에 모두 보는 말도 안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새벽부터 움직이지 않고서는 절대 소화할 수 없는 그런 일정이었다.

사실, 내 여행스타일대로 했다면 하루만에 절대 볼 수 없는 그런 일정이기는 했지만, 어떻게 하루를 겪고나니 이런 일정도 가능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심 패키지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체력에 대해서 다시한번 놀라기도 했다. 이렇게 빡센 일정을 내내 따라갈 수 있다니..


파리의 새벽은 한산했다. 사실 새벽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인 7시였지만, 어쨌든 아직 해가 뜨지 않았고 길거리에는 꽁꽁 여맨 옷을 입은 사람 몇몇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파리의 지하철 입구. 파리의 지하철 입구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왜 파리의 지하철 입구는 이렇게 그로테스크하게 생겼을까?”였다. 아직도 이유는 모르지만, 파리 시내의 지하철 입구는 대부분 저런 형태를 하고 있었다. 뭐, 디자인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면 난 디자인을 이해 못하는 무지한 센스의 소유자일 뿐이다.


여행을 하면서 기록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동상이 분명이 어떤 유명한 사실이 담긴 동상이라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나지만, 메모해두지 않았던 나는 바로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내 뇌는 생각했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을 밀어넣기엔 가뜩이나 용량이 부족하다보니.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다가, 몽마르뜨(Montmartre) 언덕으로 향하는 표지판이 보였다. 숙소에서도 생각보다 가까운거리. 지도에서 볼때는 모든 건물들이 꽤 멀리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파리는 생각보다 오밀조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곳들을 쉽게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특히, 살이 에이는 겨울만 아니라면.


영화관의 간판들. 다양한 영화가 개봉하고 있었는데, 1월 7일 개봉예정인 CHE라는 영화가 눈에 딱 들어왔다. 베네치오 델 토로가 주연한 이 영화의 포스터를 처음 봤을때는 코미디 영화인가 하고 순간 고민을 했지만, 베네치오 델 토로의 필모그라피를 봤을 때 진지한 영화일 것임에는 분명했고 또 보고싶어졌다. 한국에는 언제쯤 개봉하려나.


현재 파리의 외부 화장실들은 모두 무료다. 얼마전까지 유료였던 것이 모두 무료로 바뀌었는데, 화장실 비용을 내기 싫은 사람들이 화장실 주변에 소변을 봐서 오히려 주변 미관을 해치는 존재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무료로 바뀐 원인이라는 것이 그 설명이었다.


담배를 들고 부산하게 어딘가로 걸어가던 사람.


몽마르뜨 언덕이 있는 곳까지 차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몽마르뜨 언덕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려 언덕까지 걸어올라갔다. 나는 반팔티, 긴팔티, 니트, 파카에 가죽장갑까지 완벽하게 무장한 뒤에야 버스에서 내려왔다. 겨울은 질색인데다가, 파리의 습한 겨울은 어제 하루 겪은 것 만으로도 충분히 싫었으니까.


몽마르뜨 언덕 위에 있는 샤크레퀘레 성당은 파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이 샤크레퀘레 성당을 거쳐서 왼편으로 가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화가들이 있는 장소로 향할 수 있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순간이라 그런지 하늘은 연한 하늘빛을 띄고 있었고, 그 뒤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관광객들이 열심히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우리를 반긴 것은 단순히 비둘기만은 아니었다. 말로만 익히 들었던, 손목에 끈 묶어주는 사나이들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싫은 내색을 하자 손목에 달지는 않았지만, 정말 조금만 정신을 놓고 지나가다가는 어느순간 자신의 손목에 끈이 묶여있고 구입 명목으로 돈을 강탈(?)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 주의. 이사람들 사진은 찍지 말 것. 멋모르고 풍경에 포함시켜서 찍으려다가 프랑스에서 한 달치 욕을 다 들은 것 같았다.(-_- );;



계단을 다 올라가서 파리 시내를 보자 해가 어느정도 떠올라 있었다. 새벽의 고즈넉한 느낌이 좋았던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동안 아직 햇살이 비추지 않은 파리 시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새벽에 보는 시내의 풍경도 참 좋구나..


하지만, 어둠이 살짝 묻어나는 그런 풍경은 잠깐이었다. 하늘이 높이 오르자 파리시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모습을 드러냈다.


샤크레퀘레 성당 앞에서 바라본 파리 시내의 풍경. 계단과 시내와 거리가 있다보니 사람들을 촬영해도 도시의 모습이 살짝 블러가 되어 나쁘지 않은 느낌을 전달해 준다. 또한 이 곳에는 파리시내의 각 지역들을 설명하는 안내판도 있어서, 대충 위치를 파악하고 싶다면 이 안내판을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저 빨간비니의 아가씨도 시내를 보면서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본 샤크레퀘레 성당은 생각보다 웅장했다. 물론, 당연히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였지만. 건축양식에 별다른 소양이 없어 성당에 대해서 코멘트를 할 것은 없지만, 샤크레퀘레 성당 앞에서 바라본 풍경은 참 멋졌다는거. 그건 기억에 남는다.


화가들이 있는 몽마르뜨 언덕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성당 왼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서 가면 된다.


노란색의 우체통이 마음에 들어서 한컷. ^^


아마도 이 트롤리 역시 단체 관광객이 이용하는 상품 중 하나인 것 같았다. 트롤리가 멈추자 마자 쏟아져나온 수십명의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뿔뿔이 흗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가이드는 내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몽마르뜨 언덕에 잘 오셨어요.”


역시, 몽마르뜨 언덕은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 필수 관광지 중 하나란 생각이 팍팍 들었다. 그래서 지금 나 역시도 이곳에 있는 것이고.


아직 이른 시간이다보니 나와있는 사람들은 많이 없었다. 아니면, 추운 겨울이라서 화가들이 더 적게 나와있는 것일수도 있고. 그래도 어쨌든, 이 곳이 몽마르뜨 언덕이라는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던 화가 아저씨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림 그려드릴까요?”


또 한국말이다. 확실히 한국사람들은 장사가 잘 되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정말 그렇게 많은 한국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배운 것일까. 어느 쪽이건 백안의 외국인이 한국어를 하는 것을 듣는 건 낮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장소가 한국이 아닌, 프랑스의 파리라면 더욱 더.


화가들은 이곳에 자신의 그림을 놔둔 채 곳곳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다른 화가와 잡담을 나누고 있기도 했다. 가난한 화가들이 그림을 그려서… 라고 시작되는 몽마르뜨의 옜 이야기는 정말 옛 이야기인듯, 이곳은 이미 관광객들을 위한 곳이 되어 있었다. 그저, 옛 이야기 속에 그 분위기만을 상상할 뿐.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노천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은 다른 것과 비교하기 힘들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구경하기. 1시간을 해도, 2시간을 해도 즐거운게 사람구경이다. 특히 이렇게 관광객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되는 몽마르뜨 언덕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이렇게 노천의 좌석에는 히터가 있는게 아닐까.


몽마르뜨 언덕 주변의 가게는 식당, 카페 또는 기념품 가게가 전부였다. 사실, 이 근처에 다른 가게들이 있어서 그다지 장사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긴 했지만..



골목길 풍경.


사람이 있는 길의 풍경과, 사람이 없는 길의 풍경은 너무나 느낌이 다르다. 단지 왼쪽, 오른쪽이었을 뿐인데..


역시 그림이 있는 언덕이기 때문일까.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곳에도 그림이 여러점 걸려있었다. 그림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마도 이 그림 역시 팔려가기만을 기다리며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들여다 본 가게. 딱히 취향에 맞지 않는 오래된 느낌들의 물건들이 안에 있었다.


Norvins 길의 한 카페에서. 디저트들의 가격이 만만찮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먹는 디저트라 비싸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6~7유로라니. 환율 상승의 타격이 더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그리 오래 머무를 여유는 없었다. 내 여행이었더라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돌아봤겠지만, 지금은 단체여행. 빨리빨리 움직여야 했다. 뭐,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다. 사진의 길은 샤크레퀘레 성당으로 가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갈 수 있었던 길. 이 길로 가고싶다는 유혹을 떨치느라 힘들었다. 이 길로 갔다면 아마 미아가 되어버렸을테니. 물론, 여행이야 알아서 잘 했겠지만.


일출영향으로 하늘색이었던 하늘은 이제 파랗게 변했다. 그리고 그만큼 이 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숫자도 늘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떠날 시간.



조금 위에서 파리 시내를 구경하고 있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작게 보이는 사람들의 느낌과, 그보다 더 작게 보이는 파리 시내. 몽마르뜨 언덕이 실제로는 그렇게 높은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파리 시내를 이렇게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왜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아오는지 알게 만들어 줬다. 화가들도 좋았지만, 사실 나는 아침의 이 풍경이 더 좋았으니까.


단체 여행객은 어디에나 있다. 깃발을 들고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커다란 목소리로 이 곳이 어떤 곳인지와 성당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들을 설명하고, 또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나는 설명을 잘 듣는 착한 여행객은 아니지만, 가끔씩 가이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물론, 흥미가 동했을 때에만.


그런 사람들의 풍경을 찍는게 즐거웠던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내려가면서 사람들을 대상으로(아마도) 찍언 아가씨도 발견했으니까.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물건을 팔던 사람들. 나중에 들어보니 이들의 사진을 찍는것도 나중에 공격(-_-)당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뭐, 모르고 찍기는 했는데.. 참,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유명한 관광지라도 이러한 사람들이 꼭 몇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나저나, 별 매력도 없는 에펠탑 모형은 얼마나 팔아대던지..ㅡ.ㅡ; 가격도 엄청 비싸고..


이제 오르세 미술관으로 떠날 시간이다. 이곳으로 내려가서 지하철을 타면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수단인 버스가 있다.

자, 아저씨. 우리를 오르세 미술관으로 데려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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