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기 #02 - 은은한 조명이 매력적인 세느강의 야경


에펠탑이 있는 곳에서 세느강 유람선을 타는 곳까지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사실 걸어서 이동한다면 더 가까운 거리였지만, 차로 직접 갈 수 있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다소 돌아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뭐 버스타고 가는 길이니, 가는 동안은 그저 휴식.


돌아서 어느정도 오니, 겨울의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에펠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밑에서부터 쏘아져 올라오는 파란색의 조명에, 노란 별을 달고 있는 에펠탑의 모습은 기존에 보아왔던 에펠탑의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 내 머리속에 남아있는 에펠탑의 조명은 노란색의 조명 뿐이었는데.


나무들이 가리고 있는 길을 지나니 파란색의 조명으로 반짝이는 에펠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겨울의 에펠탑의 느낌을 만들고 싶었던 걸까, 코발트 빛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하늘의 모습과 에펠탑이 잘 어울렸다.


도착 후 유람선 탑승까지 단 5분. 단체 여행의 장점이라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되어 있는 표를 받아들고, 바로 유람선에 타는 느낌. 어쩌면 너무 편하지만, 어쩌면 내 여행이 아닌 남의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2008년에는 대부분 이런 여행을 했는데, 내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스타일의 여행이다보니 즐거운 경험이었다. 물론, 2009년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세느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세느강에는 자그마한 다리들이 굉장히 많다. 아무래도 강의 폭이 넓지 않다보니, 한강만큼 큰 다리를 짓지 않아도 얼마든지 양쪽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겨울 세느강의 물은 흙탕물이었지만 코발트 빛으로 변한 하늘과 노란 조명은 세느강 물의 느낌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이렇기에, 세느강의 밤과 낮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겠지.


유람선에서는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그리고 일본어까지 5개국어를 하는 가이드가 연신 주위의 건물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가이드가 한국어를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배에 배치되어있는 스피커폰을 이용해서 한국어 해설도 들을 수 있었다. 딱딱한 내용의 해설이기는 했지만.


배를 따라서 세느강을 따라가는 동안 보름달이 계속 우리를 따라왔다. 때때로 구름사이에 자신의 모습을 숨겼다가, 잊혀질 듯 하면 다시 얼굴을 드러내고 하늘을 밝게 만들어 주었다.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구름사이로 떠있는 달, 그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조용한 파리의 야경이 아주 잘 어울렸다. 이래서 세느강을 찾는걸까.







그렇게 유람선은 계속 앞을 향해 흘러갔다. 영하의 파리에서 유람선을 타고 밖에서 사진을 찍는 일은 살이 에이는 듯한 추위를 동반하기는 했지만, 그만큼의 희열이라는 뜨거움도 제공을 했다. 그렇기에 하늘의 달, 세느강의 반영, 그리고 아름다운 야경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내가 유람선을 탔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밖에서 오래 있었던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유람선은 퐁네프의 다리를 지났다. 퐁네프의 다리를 위에서 지난적은 없으니 아래서 보는 모습만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사실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것도 아니었고, 그저 유명하다고 다 알아야 하는건 아니니까. 사실 이곳이 퐁네프 다리라는 것도 방송을 해주는 것을 듣고 알았으니..


노틀담의 성당. 성당은 멈추어 있지만, 그 성을 반쯤 가리고 있는 담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 다른 건물들은 그냥 그랬지만, 노틀담 성당은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뭐, 이 것도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지.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갔던 유람선은 그자리에서 유턴을 해서 다시 출발을 했던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번 봤던 풍경, 그래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머리위의 쳘교에서 지하철이 지나가고, 다른 유람선이 옆으로 지나가는 새로움이 돌아가는 길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돌아가는 길은 추위에 유람선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지만.



더 어두워졌기 때문일까. 파란색의 에펠탑은 더 밝게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낮에 본 에펠탑은 볼만하기는 했지만 그냥 철골 구조물이라는 느낌이었다면, 밤에 조명이 비춰진 에펠탑은 세느강변에서 볼 수 있는 멋진 랜드마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5개국어를 하던 가이드는 유람선 안에서 찍은 사진을 열심히 팔고 있었다. 역시, 5개국어로..


그렇게 우리는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짧은 세느강 야경여행은 끝났다. 유람선에 사람도 가득차지 않았던 겨울의 세느강. 그것도 그 나름대로 멋이 있었다.



지나가던 길의 광고판. 아마도 패션잡지나 관련 브랜드의 광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불어야.. 봉주르와 메르씨밖에 모르니..


세느강을 따라서 유람을 한 덕분에 저녁시간은 8시로 늦춰졌다. 저녁은 어디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안에 기억나는 그런 식당에서 먹었다. 사실, 우리를 태우고 다녔던 버스가 너무 추웠던 관계로 주위를 둘러볼 경향이 없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되었던 이유가 크기는 했지만.


첫날 저녁은 단순했다. 그리고 배불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생각보다는 짧았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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