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의 Midnight Express가 있던 곳, 란콰이퐁(Lan Kwai Fong)



이번이 올해 세번째 홍콩 방문이다. 물론 앞서 두번은 스톱오버였기 때문에, 실제로 볼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홍콩 여행은 올해 처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란콰이퐁(Lan Kwai Fong)은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 중경삼림의 Midnight Express가 있던 곳이다. 머리속에는 영화의 그 이미지만을 담은 채 란콰이퐁을 향해서 달려왔지만, 란콰이퐁에서는 Midnight Express를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이미 란콰이퐁에 Midnight Express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알게 된 것인데, 영화 때문에 인기를 끌자 건물주가 세를 올렸고 Midnight Express는 폐업을 했다고 한다.

아쉬운 사실이다.




일요일 저녁의 란콰이퐁은 한산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었고, 바에는 안밖으로 사람들이 북적북적 대고 있었지만 의례 생각했던 길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없었다. 아무래도 월요일에 일을 해야하니 그 압박도 나름 있었을 것이고, 일요일 저녁까지 달리기엔 금,토를 달려버린 그들의 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저녁의 분위기를 즐기는 패거리들도 있었다. 몇가지의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가지고 길거리에서 여러가지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정해지지 않은 중구난방의 멜로디는 어떻게 생각하면 소음이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들의 리듬에 몸을 움직이고 그들과 함께 흥겨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것이 늦은 밤 거리의 즐거움-




홍콩의 란콰이퐁을 찾았던 이유는 비단 중경삼림이 전부는 아니었다. 홍콩의 힙한 살사바들은 대부분 이 란콰이퐁에 몰려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유명한 살사바 중 하나를 찾아들어갔는데, 입장료가 무려 $100. 물론 맥주를 포함한 음료 2병이었지만, 비싸긴 비쌌다. 여행 당시 환율로 따지자면 18,000원 정도. 한국에서 살사바 입장료가 6~7,000원 인걸 생각하면 무지 비싸다.

물론, 홍콩에도 입장료는 무료인 살사바도 많지만, 일요일에 여는 살사바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간만 많다면 이곳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갔을터인데.. 카메라와 여러가지 압박으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아쉬울 따름.





적지는 않았지만 란콰이퐁의 길거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바 안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지만, 길거리에 나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파티복장을 한 사람도 있었고, 벌써부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요일 늦은 저녁의 분위기가 이러할진데, 금, 토요일에는 어떨까.

다음번에 오게 된다면 금, 토요일에 다시 한번 들려봐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때 올 때에는 카메라 따위는 가지고 오지 말아야지.


그렇게 란콰이퐁에서 몇시간을 보내고 나서 구룡반도로 돌아가기 위해 언덕을 터덜터덜 내려왔다. 그러던 와중에 음악을 듣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는데, 셔터에 그려진 그림과, 음악을 듣고 있는 그의 모습이 굉장히 절묘했다. 이런 느낌의 사진은 항상 맘에 드니 찰칵.




그렇게 짧다면 짧았던 란콰이퐁 방문기는 끝났다. 술이라고는 살사바에서 마셨던 맥주가 전부이지만, 남들이 기대하는 란콰이퐁의 분위기와는 살짝 다른 코드로 즐기긴 했지만, 어쨌든 즐거움은 즐거움. 그러나 저러나 Macao에서 하는 ZAIA는 꼭 보고 싶은 공연이다. 태양의 서커스의 첫 아시아 공연인데, 가격도 참 비싸고, 저번에 마카오에 갔을 때 공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얼마전에 봤던 알레그리아가 다른 태양의 서커스의 공연의 기대에 못미쳤던 걸 생각하면 더 보고 싶다.

홍콩의 밤도 이렇게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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