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온천 여행기 -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스페인, 아이슬란드



유럽을 온천 여행 목적지로 선택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유럽을 여행하면서 온천은 한번쯤 들려볼만한 매력적인 장소다. 유럽의 각 나라들에는 다양한 온천들이 있는데,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온천을 즐기는 것 자체로도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동유럽쪽에 훌륭한 온천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좋은 평가를 받는 온천은 유럽 곳곳에 있기 때문에 굳이 특정 지역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여행지를 돌아다니다가, 그 근처에 온천지역이 있으면 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유럽의 온천은 한국이나 일본의 온천처럼 뜨겁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체온과 비슷해 따뜻하게 느껴지는 정도의 온천물이 많고, 개인입욕보다는 수영복을 입고 이용하는 스파 형태의 온천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온천보다는 따뜻한 수영장의 느낌이 나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온천물을 가진 곳의 경우에는 들어갔다 나오기만 해도 확실히 효과가 느껴지기도 한다. 온천에 따라서는 한국사람도 만족할만한 뜨거운 온도의 물이 있는 곳도 있지만,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니니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탈리아 - 사투르니아(Saturnia)


이탈리아와 온천은 생각보다 쉽게 매치가 된다. 과거 목욕문화가 발달했던 로마 사람들이 정복하는 땅마다 온천을 찾고 개발했음을 생각하면, 이탈리아에도 온천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도 크고작은 온천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작은 마을에 있는 아담한 온천이 있는가 하면 본격적으로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온천들도 많다. 이탈리아에서는 이전에 몇 번 온천을 간 적이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방문했던 사투르니아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을에 진입하면서부터 옅은 유황냄새가 느껴지는 이 마을은, 아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온천 덕분에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투르니아에도 커다란 온천 리조트강 있지만, 그 곳보다 더 인기가 있는 곳은 계단식으로 된 무료 온천으로 찾을 때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별도의 샤워시설도 없지만, 독특한 풍경에서 무료로 즐기는 온천은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대중교통으로는 오기 힘들고, 자기 차량이 있어야 하다보니 이 곳에서 동양인은 우리 뿐이어서인지 사람들의 눈길을 꽤 받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이 온천에서는 수영복 필수!




독일 - 바덴바덴(Baden-Baden)


사우나 문화가 발달한 독일은 전역에서 사우나와 스파를 볼 수 있다. 바덴바덴은 알려진지 2,000년 이상 지난 독일 검은숲에 위치한 온천 지역으로, 18세기에 본격적인 스파타운으로 개발된 곳이다. 이 바덴바덴을 거쳐가는 사람들 중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카라칼라(Caracalla) 스파로 커다란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이 있어 가족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다. 바덴바덴이라는 마을 자체로 온천으로 인기가 있어 이 곳에 위치한 호텔과 카지노에도 온천 시설이 딸려 있는 곳들이 많다.

독일의 사우나는 남녀 혼탕으로도 유명하다. 사우나보다는 보통 스파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정상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곳들은 커다란 공동 온천이 있고 사우나는 그 내부에 별도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 온천에서는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니지만, 사우나에 가면 모두 탈의를 해야 했다. 심지어는 샤워하는 곳을 제외하면 탈의실까지 모두 남녀공용이어서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그 풍경에 익숙해지니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이런 남녀혼탕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 자랐다보니 어색함 자체는 사우나를 나올 때까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 바드 블루마우(Bad Blumau)


바드 블루마우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여행지 중 한 곳인 로그너 바드 블루마우가 있는 곳이다.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라 불리는 훈데르트바서가 만든 온천 리조트가 있는 곳으로, 꼭 동화속 난쟁이 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손꼽히는 수질의 온천이 있어 가장 기대를 했던 온천 리조트였다. 보통 이곳에서는 식사를 포함한 패키지를 이용해 많이 숙박하는데, 이곳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들은 모두 유기농이어서 먹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온천은 크게 야외온천과 실내 온천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물에 들어가서 잠깐 있었던 것 만으로도 피부가 매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온천이었다. 그 야외 온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온도가 따뜻한 벌카니아(Vulkania)는 소금물이 조금 섞인 온천으로, 물 속에 귀를 담그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말 그대로 치유를 위한 온천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신혼여행지로도 인기가 많은 온천으로 아직도 유럽의 온천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국 - 바스(Bath)


유럽에서 온천마을을 가면 꼭 그 온천물에 몸을 담궈보고 왔지만, 유일하게 몸을 담그지 못한 곳이 바로 이 영국 바스였다. 영국의 유일한 온천인 바스는 과거 로마 정복시절에 개발된 온천 휴양지지만, 그 중심이었던 로만 바스는 현재 관광만 가능할 뿐 온천욕은 불가능했다. 물론 바스의 온천 물을 사용하는 스파 시설이 있기는 했지만, 가격대비 규모도 작고 온천 자체도 그리 훌륭하지 않다는 평에 온천에는 들어가보지 않았는데 그래도 한번 경험해 볼 걸 하는 후회가 조금은 남는다. 바스는 온천 휴양지보다는 오래된 건물들을 보며 걷는 것이 더 매력적인 여행지였지만,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온천에 들어가 보리라.




스페인 - 오우렌세(Ourense)


스페인에는 여행자들에게 알려진 온천이 그리 많지 않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은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의 온천이 있는 마을에 들리곤 한다. 오우렌세도 갈리시아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로, 역시 온천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이 지역의 특이한 점은 일본식 온천이 곳곳에 있다는 것인데, 운영자도 일본사람인 것으로 보아서는 일본사람들이 정착해서 온천지역을 따로 만든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이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며 쉬는 것이 아니라, 잠시 들려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1박을 하는 숙소가 아닌 오우렌세 마을의 무료 노천 온천을 찾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무료 노천온천 하면 족욕을 할 수 있는 곳 정도가 전부였지만, 이 곳에서는 전신을 다 담글 수 있는 꽤 괜찮은 온천이 있었다. 마을 주변으로 여러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평이 좋은 곳을 찾아가니 벌써 사람들이 많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다. 일본사람들의 영향일까? 꽤 뜨거운 온천까지 있어서 30분만의 입욕으로도 피로가 싹 가실 정도였다.




아이슬란드 - 블루라군(Blue Lagoon)


아이슬란드의 블루라군만큼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온천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알려진 온천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마지막에 들렸던 이 온천은 수도인 레이캬비크와 국제공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도착하는 사람들이나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들려간다. 블루라군은 바닷물과 담수가 7:3으로 섞인 온천으로, 불투명한 우유빛 덕분에 사진에 담긴 모습도 아름다워 더 유명해 졌다. 북유럽답게 온천의 입장료도 다소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곳이니만큼 여러가지 즐길거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블루라군의 물 온도는 사람에 따라 미지근하거나 조금 따뜻하다고 느껴질 정도.  아이슬란드는 한 여름에도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깥온도가 낮아 한 여름에도 머리는 시원한 온천욕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블루라군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실리카머드는 피부에 좋기로 유명해서, 얼굴에 한가득 발라보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블루라군 샵에서 봤을 때 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고, 다른 사람들의 평이 좋은 걸로 봐서는 내 피부가 워낙 안좋아서 그런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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