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전거 여행기 #02 - 에메랄드 빛 해변을 따라서..


#02 - 곽지해수욕장 -> 중문관광단지




밤은 정말 최악이었다. 모기약이 없던터라 빨리 문단속을 하고서 문을 열지 않았었는데, 어디서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모기들 덕분에 N과 나는 일인당 30곳 이상씩 물린 것 같았다. 너무나도 간지러워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최악의 밤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7시에 무리 없이 일어날 수는 있었다. 7시에 일어나서 어제 사다둔 초코파이와 과자 그리고 우유로 아침을 간단하게 때우고는 민박집을 빠져나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박집을 나오자 아침햇살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하루종일 달려야 하는 관계로 선크림을 햇빛에 노출되는 모든곳에 발랐다. 예전에 호주를 여행할때 선크림을 바르는데 소홀히해서 얼굴에 늘어난 주근깨와 등에 생긴 손바닥 자국이 내게 교훈을 안겨줬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목표는 화순해수욕장이었지만, 결국 중문 관광단지까지 가게 되었다.



출발하면서.. 바로 해안도로를 타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바다를 너무 보고싶어서 미칠것 같았는데, 막상 바다 옆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약간 짭짜름하게 올라오는 바다내음은 아침에 페달을 밟는 나의 기분을 굉장히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알았어 금방 따라 갈게~"

해안도로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곽지 해수욕장에서 협재 해수욕장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는데, 별다른 언덕이나 내리막길이 없이 거의 평지였기 때문에 굉장히 수월했다. 어제 6시쯤에 페달을 밟는것을 접었던 것을 감안할때, 조금 무리해서 협재까지 오는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했다. 협재 해수욕장까지 가는 도중에 지나친 곳에서 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역시, 아침나절의 햇빛으로 찍은 사진들이, 항상 나중에 가서 보면 가장 마음에 들곤 한다.





드디어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원래 이색감이 아니었는데, Photoworks가 색감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놨다. ㅡ.ㅡ;;;; 어쨌든, 사람들이 한국의 이쁜 해수욕장을 이야기할때 꼭 들어가는 협재 해수욕장. 에메랄드빛 바다색깔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협재 해수욕장의 바다물 색깔은 정말 이뻤다. 물론, 물까지 그렇게 깨끗한거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바다에 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이 갑자기 가슴속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근처에 자전거를 세우기는 했는데... 그냥 세워서 묶어두기에는 조금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침나절의 사람이 별로 없는 협재 해수욕장. 아침이기는 했지만, 물에 들어가도 괜찮을 정도로 날씨는 굉장히 좋았다.



모래쪽으로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세웠다. 모래때문에 자꾸 땅속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샌들로 받쳐놓아 자전거를 모래위에 세웠다. 물론, 5분뒤에 파라솔을 관리하는 아줌마가 와서 이곳에는 자전거를 세우면 안되니 샤워장 근처에 묶으라고 했다. 어쩔 수 없지 ㅠ_ㅠ.... N과 나는 샤워장 옆에다가 자전거를 묶고 샤워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나는 미리 해수욕장에 오기 전에 수영복을 팬티 대용으로 입고 있었기때문에 따로 옷 갈아입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N은 따로 옷갈아입는 비용으로 1000원을 지불했다. 별걸 다받아 ㅠ_ㅠ..



협재 해수욕장에 뛰어들어가서 재미있게 놀려고 했지만, 남자 둘이서 재미있게 놀기란 상당히 힘들었다. -_-;;;; 결국 30분정도 바다속에서 온갖 삽질을 한다음에, 여자들과 함께 놀러온 팀들을 살짝 부러워해주고 나서 바다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샤워실로 가서 샤워를 하고 다시 자전거를 달릴 준비를 했다.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



이쁜 바다 색깔. 그리고 멀리 보이는 비앙도.



제주도에 왔으니 돌하르방을 배경으로 한장^^.



야자수가 늘어선 도로는 왠지 이국적인 느낌이 들게 만들어준다.



-_-; Auto Contrast로 물색깔이 초록색이 되다니.. ㅠ_ㅠ..



선인장 밭. 이곳에서 조금 더 지나가니 선인장을 재배해서 파는 그러한 가게가 나왔다. 어째 몇분동안 끝도없이 선인장이 나오더라니^^.



길가에 피어있는 꽃.







우리는 중간의 풍력시범단지를 거쳐서 계속해서 차귀도쪽을 향해서 달렸다. 해안도로쪽이 차들도 적게 다니고, 바다도 보면서 달릴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해안도로쪽으로 달렸다. 물론, 자전거도로로 마련된곳은 항상 깨나 미역이 말려지고 있어서 차도로 들어가서 달려야 하는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달리다보니 멀리 차귀도가 보인다.



말리고 있는 오징어. 완전히 마른 오징어보다 한 70%정도 마른 오징어를 구워먹는게 개인적으로는 훨씬 맛있다고 생각한다. ^^;



오징어를 말리는 아주머니.^^



와도.



차귀도와 와도의 파노라마. ^^; 우리는 이곳에서 수월봉을 향해서 가기 전에 식당에 들려서 점심을 먹었다. 제주도에서 나는 해산물을 먹으려고 생각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좀 싼 갈비탕을 시켜 먹었다. 먹고나서 30분정도 쉬니 체력이 다시 슬슬 돌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시 그곳을 나와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달리니 수월봉으로 가는 길이 나왔는데, 차귀도와 와도를 위에서 보고싶어 자전거를 끌고 수월봉 끝까지 올라갔다. 처음에는 걸어올라갈만 하긴 했는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려니 힘이 더 들었다. 하지만, 내려올때 내리막을 탈 생각을 하니 이것도 나름대로 즐거웠다.



수월봉 위에 마련되어 있는 휴식처. 햇빛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이 안에서 한참동안 땀을 식혔다. 달리는건 괜찮았는데 수월봉을 올리면서 땀을 꽤나 많이 흘렸기 때문이었다.



수월봉 아래는 이런모습..^^.



왼쪽이 차귀도. 오른쪽이 와도.



멋진 포즈로 섬을 보는 분들.

보고나서는 "뭐야.. 눈으로 보는거랑 똑같잖아.."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차귀도와 와도.

차귀도와 와도 파노라마 버전 2. ^^.



수월봉의 아래는 이런 식으로 절벽이다. ^^;



수월봉에서 내려오면서 신나게 바람을 만끽한 다음에 다음 목적지인 송악산으로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지도를 보면서 왔는데, 길이 끊어진것처럼 보이고 그냥 비포장길이 보이길래 방향의 갈피를 잡지 못해 지나가던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송악산이 이리 가는거 맞나요?"

"그려~ 이리가서 이리저리가서 쭉가면 송악산이 나와" <- 이렇게 말했음-_-;

아저씨의 말을 믿고는 송악산을 향해서 열심히 달렸다. 사진에 보이는 산은 산방산^^. 아기자기한 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산의 모습은 예전에 말레이시아에서 본적이 있는데^^.



이런 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_-;;;; 덩달아 안장이 엉덩이에 가하는 압박은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1시간 가까이 포장된 길이 나타나질 않았다. -_-;;;;

결국 열심히 달린결과 길의 끝을 볼 수 있었다.-_-;;;;; 이길이 아니었나벼.. 결국 반쯤 되돌아 나와서 도로쪽으로 빠져나온뒤에야 겨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다음목적지는 송악산이었지만, 송악산은 들어가지 않기로 하고 바로 산방산 방향으로 페달을 밟았다.



지붕이 온통 돌로 되어있다. 뒤쪽이 송악산.



형제바위.



산방산이 멀리 보이는 시점에서부터 갑자기 맞바람의 압박이 시작되었다. 내일부터는 태풍의 영향이 제주도에 더 세질것이라는 일기예보때문에 더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갑자기 강해진 바람은 앞으로 나가기가 힘들었다. 이때 얼만큼의 맞바람이 불었냐면, 5도정도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바람이 불어서 페달을 밟지않으면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지 않을정도였다. ㅠ_ㅠ..... 제주도에 바람이 많다지만, 태풍과 결합된 바람은 정말 환상이었다.



그래도 꿋꿋이 페달을 밟으며 산방산을 향해서 달렸다.







산방산에서. ^^. 산방산 방향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언덕이었기 때문에 결국 맞바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분 바람때문에 안장에 깔고 탔던 수건을 잃어버렸다. ㅠ_ㅠ....



이쪽이 아마 용머리 해안. ^^. 아래에서 아주머니가 자꾸 말타고 '작품사진'찍어가라며 꼬셨다. ㅡ.ㅡ;;;; 말은 예전에 타봤는데..ㅎㅎ;;

산방산이 꽤 높은곳에 있었던 만큼 산방산에서 화순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는 길은 계속해서 내리막이었다. ^^.... 길지않은 내리막이었지만, 그동안 힘들게 올라온 것을 충분히 보상해줄만 했다.

사실 화순해수욕장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중문 관광단지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의외의 복병인 펑크를 만나고 말았다. 거기다가 화순 해수욕장 근처에는 펑크를 때울만한 곳이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곤란했다. 자전거는 바람이 거의 다 빠져나가 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잘 나지 않았고, 근처의 리어카를 고치는 곳에 가보았지만 문을 닫아버려 수리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펑크가 난 곳의 구멍이 그리 크지는 않았는지 바람이 급속도로 빠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근처 자동차 수리소에 가서 부탁해보니 마침 바람을 넣는 기계가 있어서 바람을 넣고 다시 출발했다. 어차피 바람이 계속 빠지고, 자전거포는 중문관광단지에 있다면 오늘 내로 그곳에 도착해야만 했다. 지금 시간은 6시가 훨씬 넘어가고 있었고,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이곳을 지나가야만 했다.

결국 자전거를 빌릴때 제주도에서 가장 난코스 중 하나일 거라고 지적해준 중문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일주도로를 탔다. 처음에는 힘을내서 언덕도 계속 자전거를 타고 올라갔는데, 30분가까이 내리막없이 나오는 언덕은 자전거로 한번에 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경사가 많이 심한 언덕이 나오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경사가 완만하면 자전거를 타고 올라갔다. 어느정도 올라왔을까? 그때부터 갑자기 내리막이 시작되었고, 그 내리막은 서귀포시 입구까지 계속되었다.



아마도 제주도에서 가장 긴 코스의 내리막이 아니었나 싶다. ^^. 내리막의 끝에서 우리를 환영하는 문구..



중문 관광단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것은 민박집이었다. 중문관광단지 주위로 늘어선 콘도형민박들은 4~5만원을 불렀고, 가격이 부담스러운 우리는 그 근처에서 호객을 하던 아저씨를 따라갔다. 2만원.. 가서 보고 좋지 않으면 나올 생각이었는데, 조금 구석진곳에 위치하고 있기는 했지만 아주머니도 친절하고 빨래부터 밥까지 모든것을 해결 할 수 있게 마련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피곤했지만 빨리 샤워를 하고 저녁을 위해 장을 보러 다녀왔다.

내일 아침에 다른 후배인 Y가 합류하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오후에나 출발할 수 있을거 같았다. 그래서 오전에 시간이 비므로, 자전거 펑크는 내일 아침에 수리하기로 하고 그냥 간단하게 저녁거리만 장을 봐왔다. 저녁과 아침을 사먹는다는 것은(더군다나 밥을 먹지 않으면 힘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외국 여행시에는 극한의 상황까지 가지만--;)) 나에게는 필수였다. 하지만 직접 지어먹었기 때문인지 1끼에 3000원 이하로 때울 수 있었다. 물론, 물과 음료수. 과자등을 포함해서^^... 이번 여행에서 비용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것은 숙박비가 아닌 식비였다. 거기다가 매 끼니때마다 술값까지 포함되었으니 ㅎㅎ;; 싸게 다녀오려고 한다면 텐트까지 가지고 더 빈곤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2달간 열심히 공부하고 휴식을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 그렇게까지 하고는 싶지 않았다. ^^..

어쨌뜬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나니 잠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오늘 하루종일 11시간이나 달렸으니 피곤할수밖에.. 저녁을 먹자마자 별다른 말 없이 그냥 잠이들고 말았다. 다음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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