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 #02 - 세부 터미널 스케치


세부 힐튼 리조트에서 아침부터 일어나 바쁘게 움직였다. 힐튼 리조트의 아침 부페도 먹어야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던 관계로 허겁지겁 먹는 수밖에 없었다. 맛있는게 얼마나 많았는데.. ㅠㅠ.. 가슴이 아팠다.


힐튼 리조트 앞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 역시 사람들이 아침부터 많이 올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와 있는 듯 했다. 거기다가 맘에 들면 다시 연락하라고 번호까지 적어주는 센스 ^^.


아직까지 이 핑크색 차는 어디다 쓰는지 잘 모르겠다. 힐튼 리조트의 컨셉이 핑크라서 차도 핑크인것 까지는 알겠는데, 호텔 단체손님 투어 전용이라거나, 그런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모두 짐을 가지고 나와서 바로 세부 터미널로 이동을 했다. 터미널로 가야 바로 그곳에서 보홀로 또 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 힐튼 리조트에서 터미널까지 가면서 본 풍경. 어느정도 향수를 자극하게 하는 풍경이다. 힐튼 리조트라는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서 있다고 그 주위가 발전한 것은 아닌 듯, 일반적인 서민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만한 거리들이 계속 이어졌다. 어쩌면, 그냥 아침 일찍 산책하고 싶어지는 그런 거리의 풍경.


ATM이라고 쓰여있으나, 이것은 차가운 물을 파는 자판기!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ㅎㅎ;;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 또 보홀로 떠나는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둘째날 오전은 계속 이동! 이동! 이동!


터미널 안에는 이미 승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도 넓은 의자 한곳을 차지하고서는 이곳 저곳에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터미널이라고 찍을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이라고 벌써부터 셔터들을 눌러대는 사람들이 말하고 있었다.



터미널 근처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던 사람들. 원달러를 외치며 구걸을 하고 있었다. 일부러 가족들을 다 동원해서 동정심을 이끌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들의 사진을 찍고 있으니 터미널의 관리자가 저들에게 절대 돈을 주지 말라고 우리에게 경고했다. 아마도, 돈을 주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저런 배를 타고 터미널 근처로 와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터미널은 계속해서 보수공사가 진행중인 듯, 여러명이 바닥의 타일을 청소하고 정리하고 있었다. 덕분에 터미널 전체적으로 먼지가 많이 날리기는 했지만, 일하고 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보홀로 새로운 약초(Herb)들을 찾고 구입을 하러 떠난다고 하던 사람들. 모두 마닐라에서 온 사람들이었는데, 모두 마닐라에 허브 관련 가게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들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영어를 잘 구사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내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큰 반응을 보여줬다. 어쨌든, 이야기 할 수록 재미있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터미널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모델 활동(?)을 하던 바로 이 아이. 창문을 배경으로 여러가지 포즈를 잡아주고 있었다. 역광을 통해서 실루엣으로 연기라도 하는 듯 이리저리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앞모습은 바로 이 귀여운 아이. 물론 아이 때 귀엽지 않은 아이들이 얼마나 있겠냐 싶지만, 이렇게 눈 크고 이쁘장하게 생긴 아이들을 보면 역시 사진기가 향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아이의 부모에게 사진을 찍는다고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몇장 더 찍었는데 아쉽게도 부모들이 이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사진을 전해주지는 못하고 LCD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의자 넘어로 나를 계속해서 쳐다보던 아이. 내가 사진을 찍는게 신기했을까, 내 모습이 신기했을까. 아니면 경계였을까? ^^;;




한쪽에서는 이렇게 칠 작업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칠을 하면서 다양한 포즈를 취해주어서(물론 사진을 위한건 아니었지만), 사진찍기에 너무나도 즐거운 피사체였다. 물론, 작업을 하면서 내 카메라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


창 유리틀 너머 보는 풍경. 저 푸른 바다를 조금 있으면 건너겠지.


보홀로 향하는 배 안에서. 일등석과 이등석의 차이는 에어컨이 나오고 안나오고의 차이. 가격은 두배. 일반 여행상황이었으면 난 당연히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곳에 탔겠지만, 뭐 배 비용을 내가 내는건 아니었으니 이 곳에 조용히 앉아서 TV로 틀어주는 '트랜스포터' 영화를 감상했다. 스토리가 절대 필요 없는 영화다 보니까 오랜만에 중간중간 띄엄띄엄 봐도 전혀 무리없는 영화였다.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보는 영화로는 최고의 선택!

세부에서 보홀까지는 약 2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세부의 항구에는 이렇게 큰 배들도 많이 정박해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너무 답답해서 밖으로 잠시 나왔다. 낮게 깔린 뭉게구름은 언제봐도 너무 아름다운 것 같다.


하지만, 정말 파도하나 없이 잔잔한 바다 위로 생긴 반영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렇게 물 위로 반영이 생기는 것은, 그것도 바다위에서 생기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보통 내가 보던 것은 짙은 푸른색의 바다 풍경이었는데, 왠지 어색한 느낌.


하지만, 이렇게 연기를 가득 내뿜고 가는 배도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변화는 계속 보고 또 봐도 즐거웠다. 습기와 끈적한 바다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너무나도 멋진 하늘 풍경에 그런것들은 쉽게 잊을 수 있었다.


보홀에 도착해서. 차곡차곡 쌓아놓은 짐에서 자기 짐을 찾아서 모두 아래로 내렸다.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했지만, 풍경은 언제나 날 즐겁게 해 줬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빛의 바다이기는 했지만, 색이 이렇다고 해서 깨끗한 바다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바다는 쓰레기로 가득했고, 이 바다의 색이 이렇게 보이는 것은 플랑크톤의 영향이니 에메랄드=깨끗함 이라는 공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홀의 투어를 팔고있는 사람 들.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메뉴는 초콜렛 힐이었다. 보홀하면 떠오르는 것이 타르시어 원숭이와 초콜렛 힐이 가장 먼저니까.



우리는 따로 투어를 예약할 필요 없이 준비되어 있는 버스를 타고서 바로 타르시어 보호센터로 이동을 했다. 보홀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동물이라는 타르시어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우리가 도착해도 별다른 모습은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작은 원숭이라는 타르시어를 본다는 것은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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