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 최악의 도시 3위? 정말 사실일까?


요 근래 커뮤니티들에서 '서울 세계 최악의 도시 3위 선정'이라는 제목과 함께 뉴스기사가 나돌아 다니고 있다. 포털에서 검색해 보면 몇몇 신문사에서 서울이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기사 내용 안에는 최악의 도시 1위는 미국의 디트로이트, 2위는 가나의 아크라, 3위는 한국의 서울, 4위는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5위는 영국의 울버햄튼이 꼽혔다고 나와있다. 그리고, 이 기사를 좀 더 들여다보면 여행 가이드북으로 유명한 론리플래넷에서 영국 BBC를 비롯한 해외 언론에 이와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고 되어있다.

이렇게 생산된 뉴스가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와 포탈들을 돌아다니면서 확대 재생산이 되고 있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한국의 서울이 최악의 도시 3위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해외에서 서울이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 것에 민감한 사람들은, 서울의 안좋은 점들을 들면서 서울이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로 꼽히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기사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걸 지어놓고 디자인 수도라고 우기기엔 좀...>

그럼, 정말 서울이 세계 최악의 도시 3위에 선정될 만큼 안좋은가? 대답은 절대 아니다. 물론, 서울이 새로운 디자인 수도를 꿈꾼다면서 곳곳에서 삽질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겉보기만 멀쩡한 청계천 같은 사업들이 모두 잘 된 사업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늘어서있는 멋없는 사각형의 건물들이 가득한 길거리도 너무 진부하고 개성이 없다.  하지만, 서울 내의 꽤 잘 보존되어 있는 역사유적들, 세계에서 손꼽힐만큼 밤거리가 안전한 도시,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액티비티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는 서울을 방문한 많은 외국 사람들이 여전히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 중 하나로 꼽는 이유들이다. 한국사람으로써가 아닌, 수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여행해 본 사람으로써 서울이 세계 최악의 3번째 도시가 되기에는 장점들이 너무 많은 곳이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한국의 신문사 기사에서 인용했다는 BBC의 기사 원문을 찾아보았다. 12월 31일에 발행된 이 기사는 사실 롤리플레넷이 외신들에 보도자료를 전달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내용이다. 울버햄튼시에서 '론리플레넷에 울버햄튼이 세계 최악의 도시 5번째로 꼽혔지만, 론리플레넷이 울버햄튼에 와보지 않아서 그런것.'이라는 일종의 반박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BBC가 하고자 했던 말은 '론리플레넷에서 세계 최악의 도시 9곳'이 발표되었다가 아니라, '울버햄튼은 세계 최악의 도시 5번째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서울이 세계 최악의 도시 3위가 아니라는데에 반박을 하는 입장이다.


그럼 저런 론리플레넷의 저런 통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궁금함에 론리플래넷 사이트에서 이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봤다. BBC의 기사가 12월이니 그때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론리플래넷에서 발견한 위 기사는 훨씬 오래된 기사였다. "당신이 정말 싫어하는 도시"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2009년 10월 9일에 발행된 기사였다. 이 기사에는 서울에 대해 "한 코멘트에 따르면, 서울은 멋대로 뻗은 도로들,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건물들, 심각하게 오염된, 그리고 마음도 영혼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숨막히는 단조로움에 알콜중독자가 되어간다."(According to one comment, ‘It’s an appallingly repetitive sprawl of freeways and Soviet-style concrete apartment buildings, horribly polluted, with no heart or spirit to it. So oppressively bland that the populace is driven to alcoholism.')"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달전의 이야기를 하는 BBC의 기사도 다소 뜬금없다.

하지만, 이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면, 서울에 관련된 글이 3개가 있는데, 하나는 현재 대구에 있는 외국인으로 서울은 남쪽의 도시들(대구 등)에 비해서 너무 복잡하고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추고 있다. 그리고, 남은 2명은 서울이 Top 9에 꼽혔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오히려 서울을 옹호하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남은 댓글들도 보면 몇몇 도시들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기사에서 꼽힌 9개의 도시들이 세계 최악의 도시 9개로 꼽힌 것은 말도 안된다는 글들이 더 많다. 세계에는 위에 나열된 '9개의 도시'보다도 더 최악의 도시들이 많다는 것이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이 말도안되는 리스트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좀 더 파고들어봤다. 다행히도 위 기사의 내용을 보면 어떤 곳을 통해서 이런 통계가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지 않는 도시는?" 이라는 제목의 2009년 9월 18일에 발행된 기사였다. 이 기사에서 선정된 조금 완화된 표현인 '당신이 제일 좋아하지 않는 도시는?'에 꼽힌 도시는 1위 과테말라시티를 처음으로, 캔버라, 내쉬빌, 다윈, 방갈로, 아부다비, 호놀룰루, 뿌에르또 바야르따, 퀘벡시티, 산호세이다. 이 리스트는 론리플래넷 웹사이트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도시'로 저장하지 않은 순서대로 나열되었다. 그동안의 론리플레넷 웹사이트의 통계에 의해서 나온 데이터이다. 그리고, 이 기사에는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 질문이 있다.


그곳에 달린 총 42개의 댓글 중 서울을 꼽은 사람은 단 두명이다. 그리고, 그 의견으로 인해 서울은 최악의 도시 3위로 꼽혔다. 한마디로, 최악의 도시 TOP 9는 단 두명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의미가 된다. 한마디로, 기사화 되기에 충분하기는 커녕, 가십거리가 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럼, 어떤 코멘트였는지 보자.

첫번째 댓글은 "나는 리스트에 있는 10개의 도시를 방문해보지 못해서 거기에 대한 코멘트는 못하겠다. 하지만, 영국의 울버햄튼은 가나의 아크라만큼 꽤 끔찍하다. 서울도 절 등이 있기는 했지만, 역시 빠져들만한 곳은 아니었다.(I haven't visited any of the ten cities on the list so I can't comment on them. But I can tell you that Wolverhampton in the UK is pretty awful, as is Accra, Ghana. I wasn't all that crazy about Seoul either, despite all the temples and so on.)"와 "서울에 대해서 동의한다. 이하 기사내용의 코멘트.(kobejohn - agree about Seoul. It's an appallingly repetitive sprawl of freeways and Soviet-style concrete apartment buildings, horribly polluted, with no heart or spirit to it. So oppressively bland that the populace is driven to alcoholism.)"  겨우 이 두사람의 코멘트가 서울을 최악의 도시 3위로 만들었다.

여행은 어디에 가는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에 대한 경험이다. 아무리 좋은 도시라도 안좋은 경험을 했다면 안좋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좋은 경험을 했다면 최악의 도시라고 하더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만약 최악의 도시를 뽑는 기준이, 그 도시의 교통시설이나, 관광자원, 청결도, 사람들의 친절도, 음식 등을 종합해서 뽑혀서 서울이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로 뽑혔다면 수긍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두사람의 댓글로 서울이 최악의 도시 3위에 꼽히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말도안되는 글을 인용해서 기사를 쓴 것이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된다는 것은 한국을 사랑하는 여행자로써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이 최고라고는 못하더라도, 절대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