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카리브해 까르따헤나로 가는 길, 남미에서는 예상 시간을 묻지 마세요~


콜롬비아를 여행하면서 참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저 많은 산들 중에 바위로 된 산들이 얼마 없었다는 것입니다. 안데스산맥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콜롬비아의 보고타, 메데진과 같은 큰 도시들이 모두 해발 1,500m이상의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적도에서 가까운 나라이다보니, 좀 더 서늘한 곳을 찾기 위해서 해발이 높은 곳으로 올라간 것이겠지요.

콜롬비아에서도 이렇게 소를 방목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들에 바위도 없고, 풀도 잘 자라고 있으니 방목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콜롬비아에서 소고기의 가격은 생각만큼 싼 편은 아니랍니다. 아쉽게도요 ^^;


그렇게 가던 도중에 과일들을 팔고 있는 상인을 길에서 발견했습니다. 도로변에 물건들을 쌓아놓고 팔고 있었는데, 과일들의 가격은 상당히 저렴합니다. 특히 망고나 아보카도와 같은 과일들이 특히 저렴하지요. 그래서 까르따헤나로 향하던 길에 과일을 몇개 구입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그라나디쟈입니다. 마라쿠쟈(패션프루트)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좀 다른 느낌이 납니다. 물론, 씨가 들어있는 요거트느낌의 과육(?)은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라나디쟈쪽이 더 달콤한 편입니다. 저 얇은 껍질을 살짝 깨면 안에 씨와 함께 먹을 수 있는데 그냥 먹기는 힘들기 때문에 숟가락이 필요한 과일이기도 하지요.

그러고보니 콜롬비아는 과일을 접하기가 상당히 쉬운 나라이기도 합니다. 메데진에서 까르따헤나로 가는 16시간에 가까운 대장정동안 엄청나게 많은 과일 나무들을 봤기 때문이지요. 그것도 가로수로요!!

상상이 가세요? 도로를 따라서 올라가는데 도로변에 있는 나무들이 망고 나무, 아보카도 나무여서 마음대로 따먹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을요! 그래서 이 주변에서는 변변찮은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과일들을 따다가 팔기도 한다네요. 물론,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과일 값도 싸지만요.


콜롬비아의 대부분의 도시는 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여행하려면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경험을 계속 하게 됩니다. 물론, 그런 여행자를 위해서 곳곳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까르따헤나부터 시작해서 남미 끝까지 이어지는 Pan America가 실질적인 고속도로라고 본다면, 이렇게 중간중간 있는 곳들은 휴게소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하늘에는 커다란 새들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뭐, 딱히 이곳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요.


까르따헤나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해발이 높은 지역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지네요. 까르따헤나까지는 아직 6시간 가까이 더 달려야 하는데 말이죠.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수정합니다. 콜롬비아에서 카리브해를 접할 수 있는 가장 남단의 작은 마을 Tolu라는 곳으로요.

이곳에서 아침 나절을 보내고, 까르따헤나로 이동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실, Tolu라는 마을도 까르따헤나의 번잡함을 싫어하는 현지인들이 조금 더 조용한 곳에서 바다를 즐기고 싶을 때 많이 찾는 마을이라고 하네요.


어두워졌을 때 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잠깐 또다른 휴게소에 들렸습니다. 이제 거의 해수면에 가까이 내려왔기 때문일까요, 여태까지의 선선함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후끈함이 밀려옵니다. 높은 고도에서 있었기에 잊고 있었던 적도의 열기가 바로 이것인가 봅니다.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는 다시 Tolu로 향합니다.

이 때 여행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길을 물어보더라도 그들이 말하는 예상시간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는 것을요. 분명 표지판으로는 목적지가 다 와가는 것 같은데, 아직 멀었기에 길에 있는 현지인들에게 물었습니다.

“저, 똘루라는 마을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30분쯤 가면 될거에요~”

네, 믿고 그 길을 따라서 30분 정도 달렸습니다. 다행히도 이 지역은 길이 굉장히 단순하기 때문에 이상한 곳으로 빠질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렇게 30분을 달렸는데, 마을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다시 지나가는 행인에게 묻습니다.

“저, 똘루라는 마을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거의 다 왔어요. 30분만 더 가면 되요.”

엥? 아까도 30분이었는데.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아까도 30분이라고 그래서 달려왔는데.. 정말 30분이면 되나요?”

“뭐, 30분이면 가요. 걱정마요. 날 믿으세요.”

네. 그래서 또 달렸습니다. 10시간을 넘게 달려왔는데, 그깟 30분 더 가더라도 힘들 것은 없지요. 그렇게 30분 달려도 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해변가가 보일 생각은 하지도 않구요. 마침 또 중간에 마을이 하나 있길래 또 길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저, 돌루라는 마을까지 얼마나 남았나요?”

“이 길 따라서 10분만 더 가면 갈림길이 나와요. 거기서 금방이에요.”

네, 이제 시간에 대해서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결국 20분을 더 달려서야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속도를 많이 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막히는 길도 아니었거든요.

다행히도 갈림길에서는 금방이었습니다. 5분정도 더 달리니까 Tolu라는 마을이 나오더라구요.

이런 여유로운 사람들!!

한창 휴가철인 시즌에 와서 숙소를 찾느라 또 한참 시간을 쓰기는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이제, 내일 아침에 까르따헤나로 올라갈 일만 남았네요.


이 블로그의 글에는 제휴링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he links in this blog include affiliate 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