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01 - 인천공항에서 뉴욕공항 환승을 거쳐 몬트리올에 도착하다

이번 여행의 계획은 정말 단순했다. “오로라가 보고싶다.” 이것 하나 때문에, 캐나다 여행이 계획되었고, 이곳저곳 여행과 관련해서 스폰을 받고, 캐나다 가는김에 중미도 가볼까, 해서 여행의 스케일이 커졌다. 처음에는 그냥 캐나다 가서 오로라만 보고 오는게 목적이었는데, 그것만 하기에는 그에 드는 제반 비용이 너무 아깝기도 했고. 캐나다에 언제 또 가볼까 싶기도 한 것이 이유이기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떠나는 장기여행이다. 1달 이상의 여행을 했던게 2006년 여름이 마지막이었으니까, 거의 3년만이다. 물론, 그 중간중간 해외를 나갔다 온 횟수를 꼽아보라고 하면 가볍게 10번이 넘어가지만, 1주일 이상 다녀온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떠나기 전날 마무리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거의 밤을 새다시피(라고 말을 하고 잠은 잤다.) 했지만, 우선순위가 낮은 몇몇 일들은 결국 끝마치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아마도 그 일들은 한국에 돌아와서나 할 수 있겠지 싶다. 좀 늦을지라도.

집을 나서기 위해서 가방을 메보니, 이건 거의 군장 수준이다. 옷가지가 잔뜩 들어있는 메인 배낭보다도, 노트북, 외장하드 2개, 책 두권, 그리고 그 외 충전장비들이 들어있는 보조가방이 더 무겁다. 무려 1kg이나. 이걸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짐을 싸면서 손톱깎이를빼먹었는데 이것이 못내 아쉽고, 라면을 더 많이 챙겨오지 않은 것 역시 못내 아쉽다. 티셔츠 두어벌 빼고, 차라리 라면을 넣을걸.


오전 11시, 뉴욕발 대한항공. NWA의 마일리지로 예약을 한 항공이지만, 몬트리얼까지 가기에 가장 가까운 곳 중 하나가 JFK이기도 했고, 대한항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예약시에 NWA측에서 배려해 준 것도 있어 고맙다. 덕분에 작년과 올해까지 가장 많이 이용한 항공사가 캐세이패시픽과 대한항공이 되어버렸다. 대한항공이야 그 이전에도 많이 타기는 했지만.

외환은행을 통해서 사이버환전을 한 것을 깜빡 잊고 면세구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안에있는 외환은행에 부탁해서 겨우 돈을 찾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사이버환전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를.


인천공항에서 뉴욕까지는 14시간이 걸린다. LA, 아틀란타, 뉴욕 등의 대도시로 향하는 대한항공에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아주 잘 되어있다. 보통 이렇게 긴 시간동안 비행을 하게 되면, 밥먹고 영화 한두편 보고 잠드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장기비행 불면증이 생겼나보다. 결국 3시간도 못잤다. 그냥 애꿎은 노트북만 들고 이래저래 사진 정리도 하고 글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서빙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 승무원. 앞모습을 찍으려다가 못내 부끄러워 뒷모습만 찍었다. 그런데, 왠지 뒷모습이 더 민망하기도 한 거 같다. 어쨌거나, 대한항공의 승무원 복장은 정말 맘에 든다. 산뜻하다라는 느낌이랄까.



가는 동안에 먹었던 두번의 기내식. 대한항공의 기내식은 너무 많이 올려서 사진찍어서 올리기도 민망하다. 그래도, 최근에 탄거 몰아서 올려야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사진의 대부분이 비빔밥이네..


대한항공 장거리편의 맘에 드는 점은 이렇게 코드가 있다는 점이다.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에도 좋고, 걱정없이 노트북으로 영화나 드라마도 볼 수 있으니 너무 좋다. 물론, 12시간이 넘는 비행시간동안 잠을 안잔다면 큰일이지만.


뉴욕행 대한항공이 워낙 크다보니, 맨 뒤쪽에 앉았던 나는 거의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 거기다가 입국심사도 굉장히 늦어지는 바람에 착륙하고 나서 1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짐을 찾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내가 나갈때 쯤에는 이미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내 배낭은 바닥에 저렇게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10시반쯤 도착한 뉴욕 JFK공항. 한국은 벌써 12시가 넘었다. 몬트리올로 향하는 연결편 시간까지 4시간이 남았기에 Priority Pass를 이용해서 JFK공항에 있는 델타 라운지에 들렸다. 아..이런. WIFI 인터넷도 유료다. 그리고 먹을것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 공항 라운지라면 먹을것도 많고, WIFI정도야 기본인데. 하긴, 여기만 그런게 아니라 미국의 많은 라운지들이 대부분 이런 형식이기는 하기 때문에 뭐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그리고, 대한항공이 도착하는 곳과 델타항공이 떠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입국심사를 마친 이후에 터미널 자체를 밖으로 나와서 이동해야 한다. 눈이 온 4월초라 그런지, 뉴욕 공항의 바닥에는 염화칼슘이 가득하다.


비행기를 고속버스 타듯이 하는 미국에서는 이렇게 셀프체크인이 활성화가 되어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홍보를 하는 것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것을 이용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몇번 이용하면 오히려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카운터에는 왠만큼 바쁠때가 아니면 직원이 몇명 없는 경우가 많다.


공항 내에 있었던 아이팟 자판기. 이런 자판기에서 구입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10여분동안 쳐다보고 있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아저씨 이것저것 하더니.. 아이팟 미니 하나를 구입해갔다. 오오오!! 이런걸로도 구입하는구나!! +_+ 한국 사람이라면, 최저가 비교한다음에 사는 사람이 더 많을텐데.. 어쨌거나, 자판기에는 다양한 주변기기들도 가득 있었다.


델타항공이 있는 터미널은 두개로 나뉘어 있었는데, 내가 들어간곳과 타는 게이트가 있는곳은 꽤 많이 떨어져있어서 이렇게 에스컬레이터로 이동을 해야 했다.


TRAVELEX의 환율.. 내가 여행할 당시에 환율은 정말 최악이었다(달러 1600원대-_-). 거기다가 여기엔 원화는 바꿔주지도 않는다. 뭐, 공항 환율에 기대하지도 않지만.


몬트리얼로 향하는 25번 게이트 앞. 내가 타고갔던 비행기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비행기 타러 가는 길.. 주위에도 쌓여있는 눈과, 녹아서 젖어있는 표면이 보인다.


뉴욕에서 몬트리얼까지는 약 1시간 반정도의 거리이다. 그래도 꽤 큰 비행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줄에 좌석이 4개밖에 없는 작은 비행기다. 비행기 안의 승무원은 한명 뿐이었는데,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의 여 주인공을 닮았다. 무척이나 유쾌하던 그녀는, 배고플꺼라며 과자를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때 챙긴 과자가 나중에 허기를 채우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고.


짧은 비행이기 때문에 식사는 없었다. 뭐, 미국 국내선의 경우에는 4시간이 넘게 걸려도 기내식따위는 없긴 하지만.. 그래도, 친절했던 델타항공의 여직원. 과자를 무한대로 가져가라고 한다. 내가 곧 여행을 시작한다고 하니, 과자를 한웅큼 쥐어주더니 배고플때마다 꺼내서 더 먹으라고 하며 윙크를 살짝 한다. 고마워라. 근데, 저 과자 별로 맛은 없다. -_-;


하늘에서 본 풍경. 4월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이 많이 쌓여있다.


그렇게 오후 4시쯤 몬트리얼 공항에 도착헀다. 분명 내가 도착한 곳은 캐나다지만, 주위에는 온통 불어가 가능하다. 캐나다의 프랑스라고 불리우는 퀘벡주. 영어가 많이 병기되어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어만 쓰인곳이 많다. 스페인어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대충 때려잡아 해석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쉽진 않다.

원래 캐나다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입국을 할 예정이었다. 다시 올 예정이 없더라도, 만일을 위해서 였는데, 어이없게도 서류를 챙기지 않아서 관광비자로 입국할 수밖에 없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의 입국 만료기간이 3/7일까지였는데. 뭐,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내 계획을 생각해보면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지낼 일은 없을 거 같으니 살짝 아쉽기도 하고.

다만, 문제였던 것은, 캐나다에서 아웃하는 티켓이 없었다는 것. 다행히 미국 시애틀에서 칸쿤으로 날아가는 티켓이 있었기에, 캐나다에서의 나의 루트를 10분간 구구절절 읊어야만 했다. 하마터면, 입국 못 할 뻔했다. -_-;


몬트리얼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는 대중 교통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15를 주면 공항셔틀을 타고 편리하게 다운타운으로 갈 수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75에 다운타운까지 이동할 수 있다. 중간에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시간도 10~20분정도밖에 안걸리니 해볼 만 하다.

공항에서 나오면 건너편에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이 버스를 타고 DORVAL까지 가서, 또 버스를 갈아타고 지하철 역까지 오면 된다. 이제 이 지하철 역에서 원하는 역까지 이동을 하면 된다. 첫번째 버스에서 트랜스퍼 티켓을 받아두면 계속해서 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드는 비용은 $2.75. 환승은 90분간 가능하다.

몬트리올 공항에 싸게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봐서 얻은 쪽지에 적혀있는 내용이었다. 쪽지에 묻은 피는, 내 손에서 나온 피..;;


이곳에서 204번 버스를 타면 된다.


앞으로 나와 함께 할 배낭. 저 위에서 훨씬 부피를 더 늘릴 수 있었는데, 왜 저곳을 라면과 햇반으로 채우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는 이 사진을 찍을때만 해도 하지 않았었다.


내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아가씨. 그녀의 복장과 뒤에 블러처리된(?) 사람들을 보더라도 이곳이 여전히 춥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춥긴 추웠다.


버스티켓. 이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90분간 환승이 가능하다.


한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지하철 역.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걷는다는게 오랜만이라 어색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앞으로 이정도 이동이야 기본일텐데 하고 스스로 달래본다. 그리고, 이제 배낭여행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배낭여행은 20대의 로망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미 20대의 끝자락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30대에도 배낭여행을 할 수 있지만, 왠지 20대의 그것과는 느낌이 판이하게 다르다.



몬트리얼의 곳곳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있다. 인터넷으로 날씨를 확인해보니 지난주까지는 계속 영하였는데, 내가 도착한 이틀간은 영상이다. 추위에 약한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랄까나.

몬트리얼, 퀘벡시티 그리고 토론토에서는 계속 유스호스텔에서 묵을 예정이다. 가기전에 다른 숙소들도 알아봤지만, 캐나다에서는 결국 유스호스텔이 지리적인 위치로 봤을 때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덕분에 평생 만들어본적이 없는 유스호스텔 증도 만들었다. 총 숙박기간을 계산해 볼때 유스호스텔증이 있는게 더 이익이라는 계산 하에.

오랜만에 묵어보는 도미토리는 어색하다.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해가 지고 어두워진 상태였기 때문에 어딘가로 나가는 것은 포기했다. 일단 눈 앞에 닥친 일들부터 해결을 해야 했는데, 첫번째 문제는 바로 비행기 티켓이었다. NWA의 실수로 4/23일날 멕시코 시티에서 아웃하는 것을 3/23일날 아웃으로 발권이 되었던 것이다. 부랴부랴 무선 인터넷을 접속해서, 네이버폰을 깔고 NWA 한국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전화 연결을 한 김에 집에도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했다.

첫날부터 정신이 없구만.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머리가 아프고 잠이 쏟아졌다. 이틀 동안 몇시간 못 잤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시차적응은 잘 할 수 있겠군.. 싶었는데, 왠걸. 다음날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2009년 들어서 가장 일찍 일어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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