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발견하는 한국어 낙서들, 다른 방법으로 해보면 어떨까? WHY NOT?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임으로 시작된다. 설레임을 가지고 도착한 여행지는 언제나 새로움으로 가득하고, 멋진 자연풍경이나 건축물, 미술품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때로는 여행을 하면서 그 공간속에 있는 나 자신을 어떻게든 흔적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한 욕구가 잘못 발산되었을 때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한국사람들이 써놓은 낙서를 발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낙서는 정말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한국 사람이 많이 가는 곳이면 이러한 낙서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유럽의 유명 관광지의 벽이라거나 난간 등 낙서를 하는 곳도 다양하다. 그런 것을 발견할때면 정말 너무 부끄러워서 어쩔줄 모를때가 많았다. 물론, 한국사람들만 낙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이렇게 낙서를 하지만, 한국사람이라서 한국어가 더 눈에 들어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사례도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낙서는 그저 미관을 해치는 낙서로만 남는다. 이제 우리도 여행을 하는 사람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 되었으니, 이런 부분에서는 좀 더 신경을 쓰고 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순간의 치기로 낙서를 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좋은 기억으로 남는 이유가 될테니.

<남아공, 희망봉에 있는 바위의 낙서>

<일본 오사카에서 발견한 한글 낙서들>

<캐나다 카필라노 현수교, 아예 한글이 예제로 낙서를 하지 말라고 되어있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캐나다 카필라노 현수교에 있던 안내문이었다. 카필라노 현수교 안으로 있는 우림지대에는 난간들이 이어져 있는데, 그곳에서 많은 낙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낙서들 중에는 한국어로 된 낙서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벤쿠버 역시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바로 위 안내문이었는데.. 낙서의 예제로 되어있는 글자가 "빡쎄"라고 쓰여있는 한글이었다. 물론 낙서들 중의 일부를 촬영해서 사용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어가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의 안내문에 버젓이 '낙서의 예제'로 올라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캐년랜드에서 돌로 쓴 글, 손으로 문지르면 그냥 지워졌었다.>

<캐나다 호니페인, 발로 만들었던 글짜. 30분도 안되서 자취가 사라졌다.>

정 자신이 갔던 곳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공간에 남기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들어 눈 위에 손이나 발로 글을 쓴다거나, 해변에서 모래에 손으로 글씨를 쓴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사라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낙서에 대한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곳에서 남긴 글씨는 사진속에 그 풍경과 함께 영원히 남아있을테니, 추억으로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콜롬비아에서 다른 여행자들을 위해 남긴 여행정보>

<숙소나 여행지의 게스트북에 남기는 한마디>

<하나의 문화로 참여를 하는 것, 모로코 아실라>

그러고보니 그렇게 여러번 여행을 하면서도, 사라지는 것 이외에 나만의 흔적을 남겨본적이 없었다. 게스트북도 읽어보기만 했지, 내 이름을 남긴적이 없었다. 어쩌면 조금은 부끄러웠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만났을 때 반가운 한국어들도 꽤 많이 있었다. 물론, 한국어로 적힌 상점들이나 광고들이야 당연히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남겨놓은 흔적 중에서도 기분 좋은 것들이 많았다.

콜롬비아 뽀빠얀을 여행하던 숙소에 있었던 쁘리띠님의 근교 여행정보. 얼마 되지 않은 여행정보라서 근처의 상황이나 가격을 파악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었다. 콜롬비아 같이 한국사람이 없는 곳에서 만난 손으로 직접 쓴 한국어 여행정보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기쁘게 읽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나도 다음번에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오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한 여행정보를 꼭 손으로 남겨놓으리란 생각을 했다. 여태까지는 이렇게 인터넷으로 글을 남기고 있지만..

또다른 기분 좋았던 것은 모로코의 아실라에서 만났던 벽화였다. 아실라는 여름마다 열리는 벽화 페스티벌로 굉장히 유명한 곳인데, 이곳에 현재 한국사람들 몇명이 코이카 봉사활동으로 머무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벽화는 페스티벌이 벌어진 구시가지 내의 작품이 아닌 외곽쪽에 그려진 작품이었지만.. 벽화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런곳에서 한국어를 만날 일은 없었을텐데 하는 그런 기분? 벽화와 함께 오른쪽 아래에는 '문지혜'씨 자신의 이름이 쓰져져 있었다. 물론, 벽화가 그려진지 시간이 좀 지나서(이곳은 매년 여름에 다 새로 그려진다.), 조금 바래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낙서는 모두를 불쾌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 흔적이 정보가 된다거나, 의미있는 것이 된다면 그것은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나 역시도 다음번에는 보다 긍정적인 나만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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