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동차여행 #025 - 작은 섬들이 모여있는 특이한 지형과 헬가펠(Helgafell)


아큐레이리에서 스내펠요쿨 국립공원까지는 약 5-6시간 거리. 거기다가 오전시간을 아큐레이리에서 보내고 가는 것인지라, 바로 국립공원으로 가지 않고 그 전에 있는 마을인 스티키스홀무르(Stykkisholmur)에서 하룻밤을 묵어 가기로 했다. 어차피 해가 지지않는 여름의 아이슬란드라고는 하지만, 내 체력까지 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스티키스홀무르까지 가는 길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 그 자체로도 볼거리였다. 고도가 살짝 높아지면서 설산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빙하가 녹아내려 에메랄드 빛을 띄는 강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초원이 펼쳐지고 말과 양들이 등장하기도 하니 바깥 풍경만으로도 지루해질 일이 없었다. 



지나가는 길에 본 특이한 교회. 정확히 교회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십자가로 봤을 때 교회로 짐작된다. 아이슬란드의 교회들은 대부분 이런 모던한 건축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것이 바로 북유럽스타일? 아니면 아이슬란드 스타일? ^^



그냥 바로 가면 시간이 좀 남을 것 같아, 잠시 옆으로 빠지는 길에 셀라세투르(Selasetur)라는 곳에 들렸다. 설명에는 엄청나게 많은 물개를 볼 수 있다고 되어있었는데, 실제로는 물개가 한마리도 없었다. 나중에 좀 더 자료를 살펴보니 밀물때는 다 먹이를 잡으러 나가서 없고, 주로 썰물 때 해안에 나와서 쉰다고 한다.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나 비오는 날에는 못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웬지 우리가 간 날은 밀물인 듯 했고 바람도 엄청나게 불고 있었다. 운이 없었던 듯.



물개 한마리 없었던 조용한 해변. 바람만 엄청나게 불었다.



그 뒤로 이어진 항구마을의 모습.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1번 도로를 벗어나는 시점이 되면 이렇게 비포장으로 바뀐다. 주 도로인 1번 도로에도 비포장이 있는 만큼, 아이슬란드에서 비포장 도로를 만나는 것이 사실은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다행히 비포장이라고는 해도 잘 정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달리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달리다보면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제한속도는 60~80km정도.



차량의 통행이 그리 많지 않은 길이라 그런지 양들도 도로 근처에 와서 놀고있는 경우가 많았다. 차가 가까이 가면 5-6m 거리를 두고 이동하기는 하지만. 아마 저 눈빛도 경계의 눈빛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황금빛 털을 가진 백마도 우아하게 풀을 뜯고 있었다. 좀..배나온게 흠이랄까나.





스티키스홀무르가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이렇게 섬들이 많이 있는 지역이 나온다. 수많은 새들의 거주지가 되고 있는 이 섬 들 중 플래티(Flatey) 섬을 제외하면 모두 무인도다.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 바위 섬들로 아이슬란드의 피오르드 해변 중에서도 특별한 지형에 속한다. 특별한 뷰포인트 없이도 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저렇게 수많은 섬들의 무리가 눈 앞에 펼쳐지는데, 아이슬란드의 다도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잠깐 차를 멈춰서 풍경을 조망했던 곳. 딱 봐도 전망대는 아니지만, 차 2-3대 정도를 주차할 공간은 있었다.



계속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 중간에 달리다 저런 돌 하나 나올때마다 피해가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 빨리 달리던 중에 저런 돌이 나오면 바로 덜커덩! 하니까.




계속 길을 따라 달리면서도 멈출수밖에 없는 풍경은 계속 이어졌다. 현재 있는 곳이 해발이 높은 것도 아닌데 7월 초에도 저렇게 산에 눈이 쌓여 있을 정도니, 아이슬란드의 평균 온도가 얼마나 낮은지 짐작이 가지 않을까 싶다. 하긴 한 여름에도 20도를 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하니 어느정도 이해도 가지만 말이다.


이런 풍경이 계속해서 펼쳐지니, 생각보다 이동시간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이야기. 그냥 비슷비슷하면 슥 지나갈텐데, 커브를 트는 순간 확 펼쳐지는 풍경은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눈 앞에 가져다 주었다. 가끔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는게 오히려 문제랄까.



오늘의 목적지인 스티키스홀무르를 가기전에 헬가펠(Helgafell)이라는 곳에 들렸다.



호수 주변에 있던 작은 배. 녹색의 풀 사이에 빨간배라니. 색도 잘 어울린다.




이 지역은 처음에는 아이슬란드 사가의 무대였다가, 추후에 교회가 세워진 곳으로 이곳의 산은 신성한 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산의 꼭대기에는 이전 교회의 흔적이 작게 남아있다.



주차장 앞의 간이 화장실. 생긴건 저래도 안은 정말 완전 깔끔했다. 간이 화장실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만한 화장실.



이 시간에 여기를 구경하는 사람은 우리 뿐이었다. 우리 차에는 백미러가 안 보일 정도로 짐이 가득 차 있는게 보인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차량 통행이 많지 않다보니 백미러를 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저렇게 다녀도 사실 큰 무리가 없었을 정도.



헬가펠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나, 모두 아이슬란드 어. ㄷㄷ 나중에 인터넷으로 다시 역사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곳도 아이슬란드의 작은 의회가 열렸던 곳 중 하나.



헬가펠 산으로 올라가는 길. 사람들이 많이 오르락내리락 해서인지 그 곳에는 풀이 자라지 않아 있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0분이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아주 나즈막한 산이었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농장과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쪽으로는 아까 빨간 배가 있었던 호수. 주차장은 사진으로 보니 5-6대 정도 주차할 수 있을 것 처럼 보인다.




아까 오는 길과 달리 높은 곳에서 보니 섬들이 더 입체적으로 보였다. 그 중에서 비슷한 모양은 하나도 없다는 곳이 또 특징이랄까 ^^


정상에 있었던 교회의 유적. 그냥 돌무더기로 보일정도로 단순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이 없었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뻔 했다.



그렇게 산을 살짝 구경하고 바로 내려와서 목적지로 향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캠핑장이었던 곳으로, 마지막 만찬을 먹기로 약속한 곳이기도 했다. 캠핑장은 스티키스홀무르 마을 초입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쯤.



벌써 많은 캠퍼들이 캠핑장에 들어와 있었다. 작은 마을이라고 생각했는데, 캠핑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텐트에 붙이라고 주는 스티커. 이 스티커로 비용을 지불한 사람인지 확인했는데, 유럽 본토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방식이었다.



우리 차 사진 한장 더. 이제 슬슬 이 쉐보레 올란도와 헤어질 시간이 되어가다보니 아쉬움이 들었다.



오늘 저녁은 카레! 아직 꼬마김치도 몇개 남아있었던지라 카레와 김치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캠핑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이렇게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인데, 특히 아이슬란드 같은 곳은 저녁 시간을 조금만 지나도 먹을 곳을 찾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더더욱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곤 했었다.


요리를 잘 못 해서 실패한 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식재료가 많아서 한국음식을 해먹은 경우가 많아 꽤 나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그릇도 다 식기를 써야 하겠지만, 여행중이다보니 편리함을 위해서 모두 1회용으로 대체. 설거지꺼리가 많이 줄어서 확실히 편하긴 했다.



그래도 항상 설거지 꺼리는 나오기 마련. 시간이 지나기 전에 항상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 


이 캠핑장은 전체적으로 공간도 넓고, 전기 관련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좋았는데, 남녀구분없이 발이 노출되는 야외 샤워장이 좀 에러였다. 날씨도 꽤 추운데 씻기도 힘들다니;; 대부분 실내에 샤워시설이 있었떤 것을 생각하면 좀 아쉬운 부분. 어쨌든 이렇게 오늘 하루도 마무리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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