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08] VS헬리콥터스를 타고 발데즈의 숩 빙하(Shoup Glacier)에 오르다


[알래스카 #08] VS헬리콥터를 타고 발데즈의 숩 빙하(Shoup Glacier)에 오르다


해가지지 않는 여름의 알래스카였기에, 6시에 돌아왔음에도 투어를 한가지 더 할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빙하 위로 올라가는 헬리콥터 투어였다. 원래는 다음날 하려고 했는데, 날씨와 스케줄 조정을 하다보니 결국 오후 늦게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헬리콥터를 타고 빙하에 오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숩(또는 수프) 빙하(Shoup Glacier)는 발데즈의 바로 서쪽에 위치해 있는 빙하로, 헬리콥터로만 방문이 가능하다.


긴 시간의 헬리콥터 투어를 할 경우 오늘 낮에 갔었던 콜롬비아 빙하까지도 갈 수 있지만, 오후 늦은 시간이었던지라 상대적으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숩 빙하 루트를 택했다.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기는 했지만 이정도로는 큰 문제없다는 이야기에 안심했다.




투어는 발데즈 시내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발데즈 공항에서 출발했다. 이번에 이용했ejs 회사는 VS헬리콥터스로 발데즈에서 가장 유명한 헬리콥터 회사 중 하나다. 추천 루트가 있기는 하지만, 고객의 요구에 따라서 어느정도는 루트 조절이 가능한 것이 이곳의 특징이고 상대적으로 작은 헬리콥터를 이용한다. 투어 시작전에는 의례적으로 진행되는 안전관련 브리핑과 면책 관련 사인을 하고 나서 헬리콥터를 탈 수 있었다.



이번에 탄 기종은 Robinson R44 Raven II로, N255VS 기체였다. 4인승 기체로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한다. 뭐랄까, 여태껏 타본 헬리콥터들에 비해 좀 가벼워 보이는 느낌? 그래도 탑승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조종석 바로 옆에서 본 모습. 정면에는 GPS도 달려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수많은 계기판들. 비가 꽤 오고 있다는 것도 헬리콥터의 창문을 통해서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GPS가 켜진 모습. 알래스카에 오니 경비행기나 헬리콥터가 이렇게 GPS를 사용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꽤 신기했다. 그 전까지는 GPS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이렇게 실제로 이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륙해서 공항을 떠나는 순간.




날아가면서 뭔가 벌레(?)처럼 꼬물거리는 것들이 있어서 보니, 곰 가족이었다. 엄마와 아기곰 2마리인듯. 이 공항 근처도 발데즈에서 쉽게 곰들을 관찰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했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왔을 때에는 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알라스카에서 곰은 생각보다 마주치기 쉬운 동물이라고 하는데, 먼 발치에서만 여러번 봤을 뿐..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한번도 없었다.






발데즈 시내와 항구의 풍경. 여름시즌에는 그래도 관광객이 꽤 찾지만, 그 이후에는 상당히 조용한 마을이다.



빙하로 향하는 길에 만난 2단 폭포.



그리고, 빙하에서 흘러나와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는 작은 강.



그렇게 만 안으로 들어서니 멀리 숩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도상으로는 다른 빙하들보다 작아보여도 실제 크기는 상당히 크다. 빙하라는 이름이 붙으려면 일단 크기 자체가 있어야 하니까.



그 와중에 도로가 없는 곳에 이렇게 집 한채도 있었다. 설명에 의하면, 가끔 배를 타고 와서 몇일씩 묵고가는 일종의 별장 개념이라고...;; 전기도, 물도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보내는 일종의 휴식이랄까. 생각외로 낚시는 잘 된다니 뭐..



그리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절벽에 붙어있던 산양 한마리. 이녀석 말고도 곳곳에 산양이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올라타 있었다. 역시 대단한 녀석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숩 빙하. 숩 빙하 역시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조금씩 뒤로 후퇴하고 있다고 했다. 하긴, 요즘 그렇지 않은 빙하가 어디 있냐 싶기도 하지만.



흙을 머금고 내려오기 때문에 밝은 색은 아니지만, 크레바스 사이로 푸른 색이 곳곳에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숩 빙하 위를 날아다니며 조금씩 다른 빙하의 모습을 구경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흘러내린 물이 고인 곳은 짙은 청록색을 띄고 있었고, 겨울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여전히 눈에 덮여 있는 곳도 있었다. 하늘에서 보고 있어서 이런 풍경이지, 정말 자연 안에서 사람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더 대단한 것은 사람들이 이 높은 곳까지 금을 찾기 위해서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헬리콥터도 없고, 빙하 위까지 올라올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았을텐데 금에 대한 열망이 사람을 이곳까지 데리고 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 기대에 비해 이 곳의 금 매장량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고....



그렇게 빙하를 하늘에서 구경하다가 헬리콥터는 빙하 위에 착륙했다. 아무 곳에나 착륙하는 것은 아니고 주기적으로 착륙하는 안전한 지점이 있는 듯 했다.



헬리콥터 옆으로는 바로 이렇게 청록색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빙하수!



원하면 컵으로 떠서 마셔볼 수도 있다. 빛의 굴절 현상 덕분에 물은 푸른빛을 띄지만..



컵으로 떠서 보면 투명한 그냥 물이다. 이가 시릴정도로 차갑다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빙하에서 착륙한 곳에서 멀리 가지는 못했고, 조종사를 따라서 주변의 크레바스와 이러한 빙하수들이 있는 곳을 구경했다. 여름이라 표면이 녹은 곳들이 많아 위험할 수 있으니 너무 말리 가지는 말라는 코멘트와 함께, 발이 얼음 아래로 조금 빠져드는 경험도 했다. 근야 쌓인 눈을 밟은 느낌이었지만, 살짝 오싹했다.





같은 빙하수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더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푸른빛의 진하기도 달랐다. 진하면 진할수록 아래로 더 깊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흐린 날일수록 파란색이 더 진하게 보인다고 하니, 날씨가 나쁘다고 해서 마냥 슬퍼할 일은 아닌 듯 싶었다. 그렇게 빙하수를 한번 더 마시고 난 뒤, 바로 헬리콥터를 타고 이륙했다. 짧은 시간의 빙하 착륙이었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빙하에 올라본 것은 이전에도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그리고 노르웨이에서 경험을 했었지만.. 헬리콥터를 타고 와서 내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하이킹이나 차량을 이용해서 오는 것보다 더 빙하의 깊은 곳까지 오게 되니 그 기분도 많이 달랐다.



다시 헬리콥터 위에서 본 숩 빙하의 풍경.




아무리 알래스카의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10도 이하로도 수시로 떨어지는 이런 환경에서.. 저런 산들에 올라 금을 캐려고 했다니... 사람이라는 존재는 정말 대단했다. 지금 나에게 금이 어디있는지 알려줄테니, 따듯한 방한복을 입고 올라가라고 해도 올라가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렇게 숩 빙하를 떠날 때 쯤 날씨가 더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도착했을 때에는 날씨가 괜찮았으니, 나름 나이스 타이밍이랄까.



알래스카의 수많은 산과 계곡에는 이렇게 여름시즌에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내는 수많은 폭포들을 만날 수 있었다.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아닌 이상에야 이름조차 없는 폭포들이 대다수였지만.



이제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발데즈로 돌아가는 길.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의 높이가 상당하다. 6월 말이었는데도, 여전히 산 위에는 눈이 쌓여있다.



이제 곧 연어가 올라오는 시즌이기 때문에, 1-2주만 더 있으면 이 강에도 연어를 잡기 위한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했다. 내가 있을땐 아직 연어가 많지 않아서, 사람들은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지금도 적은 숫자의 연어가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헬리콥터 투어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발데즈 공항. 이제 오늘의 일정이 다 끝났으니,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야 했지만.. 먼제 배고픔부터 채워야 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근처에 평이 좋은 버거집이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이름하야 올드타운 버거스(Oldtown Burgers). 



테이블이 많지 않은 소박한 규모의 햄버거집이었다.



먼저 미니 햄버거와..



피쉬앤 칩스를 시켰다. 저녁시간이 좀 늦어져서 배가 좀 많이 고팠기도 했지만, 남는 음식은 테이크아웃을 해서 숙소에 가서 마저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숙소가 발데즈가 아니라 2시간 떨어진 글레날렌(Glennallen)의 에어비앤비였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숙소로 이동해야 했다. 그렇게 운전을 해서 도착하니 밤 10시. 여전히 해는 하늘에 있었고, 알래스카의 백야는 여전히 날 기다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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