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037] 브뤼헤의 베긴회 수도원과 마르크트 광장의 종탑



베긴회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 브뤼헤의 도보여행은 보통 광장에서 시작해서 이 베긴회 수도원에서 끝나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운하를 왕복하는 배들도 이 쯤에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운하 옆으로는 이렇게 백조들이 노닐고 있었다. 어릴적에 보던 애니메이션에서 백조는 순백의 아름다운 존재였지만, 실제로 본 백조들은 먹이를 노리는 비둘기와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 음, 뭐 비둘기까지 내려가는건 좀 백조들에게 실례인 듯 싶고, 그래도 상상속의 하얗디 하얀 그런 이미지는 확실히 아니었다. 그래도 가만히 서서 구경하기에 꽤 재미있는 녀석들인 듯. 



운하와 백조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오리들.


아무리 생각해도 저들이 그리 아름다워보이지 않았던 또다른 이유는 너무 많기 때문인 듯 했다. 넓은 호수에 백조가 2-3마리 정도 유유히 떠다니고 있으면 그 풍경을 아름답다고 생각했겠건만, 여기는 수많은 백조들이 먹이싸움도 하고 있고, 그 사이사이로는 오리들이 섞여있었으니.. 뭐. 그렇다고 이들이 싫다는 건 아니다. 사진을 여러번 찍을 정도로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한참이나 머물러 있었다.



백조들을 지나 도착한 배긴회 수도원의 입구.


수도사 램버트 베그가 설립한 여성 위주의 수도원인 배긴회 수도원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꽤 조용한 모습이었다. 이날 비가 오락가락 했기 때문에 관광객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한 몫을 하는 듯 했고, 마르크트 광장 주변으로 머무르는 관광객 중 일부만 이쪽까지 오는 듯 했다. 



운하 옆으로 있는 수도원의 예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길도 조용했다. 사실 맘 같아서는 수도원을 조금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우리에게는 주차시간 제한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었다. 실내주차장을 찾지 못해서 마르크트 광장 옆의 2시간짜리 주차장에 주차를 해 뒀는데, 바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배긴회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쯤에는 30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배긴회 수도원의 뜰만 살짝 둘러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몇유로 정도만 내면 수도원 내부까지 둘러볼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우리가 간 오후는 이미 수도원 내부는 둘러볼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애초에 볼 수 없었던 거니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그만큼 정보 없이 갔다는 의미도 되니 준비를 제대로 안한게 좀 민망했다. 사실 이 날 아니면 브뤼헤를 들릴 일정을 짜기도 어렵기도 했지만.



주차 시간이 다가오는 만큼 빠른 걸음으로 다시 마르크트 광장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많다면 좀 더 여유롭게 식사를 하면서 브뤼헤를 둘러보고 싶었건만, 항상 생각했던대로 잘 되지만은 않는다. 어쨋든 부랴부랴 주차해뒀던 차로 가서 새롭게 2시간을 추가한뒤에 다시 마르크트 광장으로 돌아왔다. 차로 갔을 때에는 아슬아슬하게 3분 정도가 남아있었고, 우리 뒷 차에는 벌금통지서처럼 보이는 것이 끼워져 있었다. 생각보다 주차 단속도 자주 하는 듯.



주차시간을 연장하고 나서 바로 종탑으로 향했다. 브뤼헤를 돌아다니면서 보이지 않던 화장실도 있어서 화장실도 이용하고, 종탑을 오를 준비를 했다. 유럽에서는 종탑 등을 오를 때 엘리베이터같은 것은 절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올라가기 전에는 항상 고민을 하게 되지만, 오르고 나면 풍경 덕분에 뿌듯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저 사람 2명이 지나갈만한 넓이이기를 바랄 뿐.



종탑의 역사와 구조 등에 대한 안내판.



아마도 화장실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한 가족. 사실 나 역시도 화장실에서 먼저 나와서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었으니;;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서인지, 종탑을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대기시간은 상당히 길었다. 우리 앞에 약 20명밖에 없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안 내려와서인지 30여분을 기다린 끝에야 올라갈 수 있었다. 우리가 내려오면서 보니 다른 사람들은 쑥쑥 들어가는걸로 보아 타이밍을 잘 못 잡은 듯.



올라가는 도중 종탑과 관련하여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냥 한번에 종탑의 끝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볼거리들이 있었다. 사실, 그 역사까지 흥미를 느낄정도의 여행자는 아닌게 나지만.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렇게 꽤 넓은 나무 계단으로 시작되서, 양방향으로 사람들이 다니는데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



그리고 돌 계단이 시작되도 폭이 생각보다 넓은데다, 인원제한 덕분인지 오르내리는 사람의 숫자가 많지 않아서 오르는 것 자체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어쨌든 열심히 올라서 종탑의 정상에 도착.



위에서 내려다 본 브뤼헤의 풍경. 오전 내내 돌아다녔던 풍경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아주 좋지는 않았다는 것, 그리고 건물들에 가려서 운하가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종탑에는 종에서부터 시작해서 볼거리들이 꽤 많았었는데, 사진이 없는 이유는 이 쯤에서 카메라가 이상 작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내려와서 배터리도 빼보고, 이것저것 만지자 정상으로 돌아와서 다행이었지만 정상에서 카메라가 이상해졌을때는 정말 놀랐다. 그래서인지 저 풍경이 마지막 사진인 듯.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점심시간 타이밍도 지나서 겨우 마르크트 광장에 있는 한 가게에 갔다. 벨기에에는 감자튀김이 유명하다는 말만 듣고 아무곳에서나 시켰는데, 마르크트 광장에 있음에도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들어갔었다.



가게의 여러 튀김 재료들. 감자튀김을 시킨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저씨가 감자튀김 하나 튀기는데 한세월을 보냈다. 내 앞에 손님은 딱 한명 뿐이었는데, 내 감자튀김을 받기까지는 거의 30분 가까이 걸린 듯 했다. 우리나라라면 한번에 감자튀김도 튀기고, 다른 것들도 튀길텐데 이 아저씨는 재료를 하나하나 따로따로(심지어 1개인 것도 따로) 튀긴 덕분에 시간이 엄청 소비되었다.


방망이 깎는 노인을 생각하며, 그래도 음식은 차근차근 정성을 들여야지.. 라고 생각하며 재촉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튀겨진 감자튀김은 맛이 없었다. -_-


그러고보니 베네룩스 쪽에서 맛있게 먹은 감자튀김은 암스테르담에 가서 사람들이 많이 줄 서 있는 가게에서 사 먹은 것이었는데, 아직도 그 맛이 기억에 남을 정도. 그 이후로 감자를 케찹이 아닌 마요네즈에 찍어먹기 시작한 듯 싶다. 문제는, 우리나라 패스트푸드점에서 마요네즈를 달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본다는 것.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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