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렌터카 여행에서 즐기는 피크닉, 도시락 까먹기. [미국 렌터카 여행 #36]


오늘은 갤럽에서 느긋하게 출발 준비를 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컴포트인이었는데, 이곳도 펫 프랜들리(Pet Friendly) 숙소. 체크아웃하기 전에 잠깐 노트북을 가지고 내려가서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강아지들과 함께 체크아웃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보니, 미국을 렌터카로 여행을 하다보면 애완동물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문구를 걸어놓은 숙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기억이 든다.


여름이라 해가 늦게 지는 관계로 모뉴먼트밸리의 일출은 꽤 늦을 것이기도 했고 해서 조금 늦게 일정을 시작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을 것 같아서 오늘 이동하는 중간에 캐년 드 칠리 국립기념물(Canyon de Chelly National Monument)에 들리기로 했다. 사실 이곳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도 없었던지라 그냥 들려서 가볍게 둘러보고 가려고 생각했던 곳인데 의외로 너무 좋았던 곳이라 더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했다.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들을 돌아다니다보면 엄청난 숫자의 벌레들을 만나는 것은 다반사. 그렇기 때문에 주유를 할 때마다 이렇게 유리창을 닦아주지 않으면, 이내 벌레가 가득해서 앞이 안보이는 차를 끌고 다녀야 한다. 특히 전날 야간운전이라도 했다면 창문은 난장판이 되어있기 일쑤이다. 다행히도 각 주유소에는 이렇게 유리를 닦을 수 있는 도구가 준비되어 있기 떄문에 이것을 이용해서 슥삭슥삭 닦아주면 끝.


어제 묵었던 갤럽이라는 도시가 히스토릭 루트 66에 있었는데,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US-666번 도로이다. 번호가 조금 반갑지 않기는 하지만, 별 문제 없는 그런 도로였다. 갤럽에서 나와 모뉴먼트 밸리로 향하는 191번 도로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있는데, 약 100마일정도 떨어져 있다. 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이기에 아침 일찍 출발해서 모뉴먼트밸리에 들리기에도 나쁘지 않은 루트였다.



갤럽 시내를 빠져나가는 길에서. 왠지 경찰차만 보면 움찔하게 된다. 우리는 속도도 잘 지키고, 규정도 위반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왜 경찰만 보면 가슴이 이렇게 쿵쾅대는걸까. 가끔씩 규정속도보다 빨리 달린 것 때문에 그럴까? ^^;; 뭐, 결국 100일간의 여행동안 경찰과 마주하게 된 상황은 같이 사진을 찍을때와 길을 물어볼 때 정도여서 다행이지만.


파란 하늘이 인상적인 뉴멕시코주의 풍경. 대부분의 지역은 황량한 사막 지역인데, 갤럽 주변은 이렇게 녹지가 꽤 많이 보였다. 이런 지역이기에 사람들이 살고 도시가 형성된거겠지만.


뉴멕시코는 미국에서도 특이한 느낌을 가진 주였다. 미국 전체적으로 볼 수 없었던 광폭타이어를 단 낮은 차체의 차량, 트럭의 뒤에 올라탄 아저씨(자주 보였다) 등 다른 미국의 주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을 수시로 볼 수 있었기 때문. 거기다가 산타페와 같은 도시라거나, 뉴멕시코라는 이름 답게 히스패닉 계열의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도 뉴멕시코를 특이하게 만들었다. 뭐랄까, 미국의 한 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주라고 할까?


하루에 5~6시간의 장시간 운전이 매일 이어지다보면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좋은 노래들도 있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보니 쉽게 질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여행을 시작할 때 미리 준비했던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무선 카팩을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했다. 아이폰에 음악을 담아놓고, 그냥 주파수만 맞추면 음악이 흘러나오기 때문. 덕분이 미국 여행하면서 평소에 듣지도 않던 최신가요를 거의 빠삭하게 익힐 정도가 되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흘러간 가요지만.



뉴멕시코에서 다시 모뉴먼트밸리로 가기 위해 아리조나 주로 돌아왔는데 역시나 끝이 없는 도로의 연속이다. 2차선인데다가 커브도 거의 안나오기 때문에 달리다 보면 그냥 졸렵기 십상. 음악으로 그 졸음을 달래보기도 하지만, 그것이 힘들어질 때면 운전자를 바꾸곤 했다. 우리의 운전 교체 주기는 2시간 전후.


191번 도로는 높낮이가 수시로 변하는 도로였는데, 6%정도의 경사는 꽤 자주 등장하는 경사였다.


특징은, 그 경사가 정말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사진으로는 굉장히 심해 보이지만, 실제로 달려보면 그렇게 큰 경사각도 아니다. 워낙 내리막이 길다보니 꽤 경사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달려서 캐년 드 칠리 국립 기념물에 도착했다. 전날 조금 무리를 해서 오늘은 느즈막히 출발했던 터라, 1시간 정도 달려서 캐년 드 칠리에 도착했을 때 쯔음에는 벌써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먼저 비지터센터에 들려서 간단한 정보를 얻은 뒤에 피크닉 에어리어(Picnic Area)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평소와 다름없는 밥해서 돌아다니는 도시락;


캐년 드 칠리의 비지터 센터. 3~4시간 정도를 할애해서 둘러볼 수 있는 곳을 물어보니 금방 설명해 주셨다. 3-4시간 정도라면 사우스 림 드라이브를 추천하는데 그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솟아오른 바위라는 의미의 스파이더락(Spider Rock).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다양한 전망대에 차를 세워서 보는 코스로 따라가면 된다. 비지터센터에서 스파이더락까지는 약 30분 거리. 일단 대충 길과 봐야 할 곳들을 파악했으므로 바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피크닉에어리어로 이동했다.


피크닉에어리어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캠핑장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곳에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서 캠핑을 하거나 피크닉에어리어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우리도 가볍게 한바퀴 돈 다음에 조용한 그늘이 있는 테이블을 찾아서 자리를 잡았다.


이날 피크닉(?)의 점심식사를 할 테이블. 바로 위에 나무가 있어서 그림자 덕분에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온도는 꽤 높은 편이었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에만 있어도 꽤 시원했다.


먼저 개봉한 것은 우리의 아이스박스. 음료수와 물, 그리고 스니커즈들이 보인다. 운전하느라 목이 말랐던 우리는 모두 물부터 한모금씩 마시고 식사 준비를 했다. 원래는 탄산음료를 잘 안마시는 편이었는데, 여행을 하면서 갈증 해소용으로 은근히 콜라나 마운틴듀 등을 많이 마신 듯 싶다. 한국에 와서는 다시 끊었지만;


우리의 식사가 담겨있는 밥통. 아침식사는 호텔에서 주는 것으로 식사를 하고, 나오기 전에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틀어놓고 밥을 해가지고 나오는데, 밥은 냄새가 별로 남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밥을 따로 비닐봉지 등에 담아서 이동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밥이 되면 밥통 자체를 들고 다니면서 먹게 되었는데, 그게 더 밥도 따뜻하게 보온되고 먹기도 편했다. 테이블에 밥통을 떡하니 꺼내놓고 먹기는 좀 민망했짐나.


우리들의 조촐한 점심식사. 김, 김치(이때까지만 해도 김치가 있었다.), 스팸.. 그리고 막 따고 있는 깻잎.

미국에서 먹은 맛집들을 여러곳 소개하다보니, 읽다 보면 항상 럭셔리한 것들만 먹나보다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실제로 여행 중 70%정도의 식사는 거의 이런 수준이었다. 그 외에는 주방이 있는 숙소에서 요리를 해 먹거나, 1주일에 한번정도 몸보신을 하려고 고기를 먹은것이 전부. 그런데, 그런 몸보신용 음식들만 올리다보니 전체적으로 럭셔리하게 먹은 것처럼 보인듯 싶다. ㅎㅎ..

이때는 이렇게 밥 잘 해먹고 다녔는데, 아마 다시 여행을 하게 되더라도 이렇게 해 먹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인스턴트가 가득인데도 왠지 그리운 점심.


그렇게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캐년 드 칠리를 보기 위해서 이동했다. 정말 강렬한 파란하늘과 낮게 떠있는 구름이 오늘도 굉장히 더운 하루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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