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13 - 헤밍웨이가 살던 집을 개조해서 만든 헤밍웨이 박물관..


헤밍웨이 박물관은 헤밍웨이가 살던 곳을 직접 개조해서 만든 곳으로, 산프란시스코 지역에 있다. 하바나에서는 약 30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빠르께 프라떼르니닫(Parque Fraternidad)에서 M7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버스의 가격은 2CUP(300원)정도밖에 하지 않지만, 노선도나 안내방송같은 것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현지인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렵게 버스를 타기는 했지만 노선도가 없다보니 바깥을 열심히 보더라도, 정류장마다 별다른 이름도 쓰여있지 않아서 그야말로 난감했다. 다행히도 그 버스를 타는 쿠바의 현지인들은 그 방향을 주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헤밍웨이의 박물관의 위치를 설명하니 다행히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 방향으로 가는 버스에 외국인이라고는 나 뿐이었고, 스페인어를 하는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내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몇정거장 남았는지 친절하게 카운트해주는 센스까지 보였줬다.

쿠바에 있는동안 관광지에 있는 몇몇 쿠바 사람들을 제외하면, 쿠바사람들은 정말 친절함의 극치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뭐랄까, 그냥 다른 곳에서 온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그대로 친절함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해야 하려나? 어쨌든 쿠바사람들에게는 실망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헤밍웨이 박물관은 스페인어를 못하는 사람이면 그냥 찾아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택시 투어를 이용한다. 물론, 300원이면 되는 버스대신 택시를 이용하면 편도에 약 2만원 정도가 들고, 왕복은 5만원(대기시간 포함)이나 드니 내게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헤밍웨이 박물관은 버스정류장에서 약 5분정도 걸어들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물론, 몇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친절한 쿠바 사람들이 입에 침을 튀겨가며 헤밍웨이의 칭찬과 함께 길을 알려준다. 물론, 그런 안내에 대해서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내게 아름다운 쿠바를 좀 더 둘러보고 즐거운 기억만을 가지고 돌아가라는 말 한마디를 남겼을 뿐이다.


헤밍웨이 박물관의 입장료는 4CUC, 근데 사진을 찍는 비용은 5CUC이다. -_-; 가격이 엄청 비싸긴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사진도 안찍기는 애매하고 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티켓도 같이 구입했다. 비디오를 찍을 생각이라면 20CUC(25000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너무 비싸서 그럴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싶다.


헤밍웨이 박물관은 하나의 저택이었는데, 하바나 시내에 살던 헤밍웨이가 이쪽으로 옮겨와서 여러가지 저술활동을 하는 등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바로 이 곳이다. 그렇게 헤밍웨이가 살던 집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놓은 곳이 바로 이 헤밍웨이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헤밍웨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바나 시내의 장소들 뿐만 아니라, 꼭 와봐야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헤밍웨이 박물관은 보존을 위해서 실내를 들어가 볼 수는 없고, 대신 주변의 창문들을 저렇게 열어두어 사람들이 내부를 구경할 수 있게 해 두었다. 박물관 내에서 일하는 직원은 어림잡아 10명은 되어 보였는데, 사진 찍는 것의 여부를 감시하고 있으므로 사진을 찍을 생각이라면 꼭 표를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실내를 들어가 볼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직원들에게 1-2CUC만 쥐어주면 얼마든지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뭐랄까, 사회주의 시스템에서 그들이 돈을 버는 방식이랄까. 물론, 그래야 할 필요성을 못느꼈던 나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만난 몇몇 서양 여행자들은 안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헤밍웨이의 침실.. 창문이 양쪽으로 있어 아침에 햇살과 함께 깰 수 있는 좋은 위치안 것 같았다.



헤밍웨이의 거실처럼 보이는 이곳은 많은 책들로 가득했다. 직원 말에 따르면 헤밍웨이가 모두 직접 소장하고 있던 책들을 그대로 전시해 놓은 것이고, 그가 살 때의 집 배치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청소를 조금 하고 살짝 꾸며놨다는 것 정도라고.


사진과 함께 여러가지 소품들이 이렇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이런걸 꾸며놨다고 하는 거겠지.



헤밍웨이의 욕실도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욕실에도 책이 있다. ^^



군복과 칼들. 헤밍웨이는 한때 미국과 소련의 이중첩자라는 오인을 받기도 했는데, 이 부분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여전히 말이 많은데, 그건 헤밍웨이 본인만 알고 있을 터이다.





헤밍웨이의 서재. 폼을 보면 이곳에서 집필을 많이 했을 거 같지만 실제로 집필이 많이 이뤄진 곳은 여기가 아니라, 타워의 4층이었다고 한다. 방 안에는 수많은 책들 사이로 황소의 포스터도 보인다.


또다른 침실. 이곳은 손님들을 묵게하는 방이었다고 한다.




헤밍웨이 박물관에서는 동물들의 박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 헤밍웨이 보인이 사냥도 굉장히 즐겨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왠지 지금 바로 식사를 해도 될 거 같은 식탁.






창문을 통해 빛이 부드럽게 들어오던 거실 역시 갈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 거실안에서도 헤밍웨이가 어떤 곳에 관심을 가졌는지,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에 대한 흔적을 조금이나마 찾아볼 수 있었다.


헤밍웨이의 집 옆으로는 4층 높이의 높지 않은 타워가 하나 있었는데, 역시 이곳에도 헤밍웨이와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양한 헤밍웨이의 그림들.. 사냥총을 들고 있는 사진에서 그의 취미 중 일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탑 안에서 관람을 하는 관광객들과 가이드. 사실, 가이드가 영어로 소개를 하고 있었기 대문에 각 그림들에 대한 설명을 조금이나마 주워들을 수 있었다. 물론, 별다르게 중요한 설명은 없긴 했지만;;


저 뒷사람이..아마 피델카스트로.. 인듯 싶다.


헤밍웨이와 바다(Hemingway y el mar)라는 글씨가 써져 있는 이곳은 바다와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3층에는 그의 저서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영문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의 노인과 바다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보면 마을 풍경을 볼 수 있는데, 하바나의 외곽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물관의 뒷편으로는 길이 하나 나 있는데 이곳을 따라 가면 헤밍웨이배 삘라르(PILAR)를 볼 수 있다. 헤밍웨이 박물관의 또다른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이곳에 오면 꼭 잊지말고 보고가야 하는 것 중 하나이다.



이곳 역시 사진 및 영상 촬영을 감시하는 직원이 있었다. ^^;









최근에 새로 칠해진듯한 삘라르는 덕분에 새 배인것 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바다를 사랑했고, 덕분에 노인과 바다라는 걸작을 쓸 수 있었던 헤밍웨이는 그 외에도 훌륭한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여전히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그의 작품들을 꽤나 어릴때 접해보고서, 이해를 못하다가 나중에 나이가 든 이후에 다시 읽어보고 큰 감동을 받았었다.


그렇게 박물관의 모든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수도 하바나에서 다소 떨어져 있고, 쉽게 올 수 없는 곳이기는 하지만, 친절한 쿠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궂이 말을 못하더라도 종이에 적은 것만으로도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곳이다. 헤밍웨이를 좋아하고 쿠바에 왔다면 꼭 잊지말고 들러야 할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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