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032] 에펠탑 뒤로 펼쳐진 혁명기념일 불꽃놀이 - 유럽 리스카 여행


프랑스의 혁명기념일은 7월 14일로, 프랑스 최대의 국경일 중 하나. 오전부터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파리 시내 곳곳에서 행사가 열리지만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밤 10시 45분에 진행되는 에펠탑 불꽃놀이다. 인터넷에서는 오후 1-2시부터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오후 5-6시에 가서 좋아보이는 자리를 잡아도 무방했다.



햇빛이 구름속에 숨었다 나타났다 하는 오후. 그림자가 길어진 사진을 찍은 시간이 오후 7시를 넘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한여름의 프랑스는 9시가 넘어가야 어두워지기 때문에, 불꽃놀이도 저녁 10시 45분에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는 캠핑장비가 있었기 때문에 미리 텐트 밑에 까는 방수포를 돗자리 대용삼아 잔디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원에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동행인이 있으면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하는 것이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 뒤쪽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공간이 많이 비어있어 얼마든지 사람들이 더 올 수 있는 상황. 자리는 생각보다 천천히 차고 있었다. 



에펠탑쪽 방향. 


아무래도 불꽃놀이를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사람들이 대부분 잔디밭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자리잡았던 곳은 중간쯤으로, 카메라 화각에 에펠탑이 모두 다 들어오는 위치였는데, 그보다 에펠탑에 가까운 곳은 이미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아무래도 가까이서 보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일텐데, 우리는 그보다 사진에 담기를 원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에 자리를 잡았다.



아까보다 훨씩 빽빽하게 들어선 사람들. 이제 곳 해가 지기 시작해서인지 빛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고, 사람은 더 늘기 시작했다.



앉아있는게 불편했는지 서서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 그래도 대부분 핸드폰이라거나, 게임기, 보드게임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뭐랄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여유랄까.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기는 했지만, 빽빽하게 앉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앉지는 않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한강 불꽃놀이 볼 때 자리로 쟁탈전이 일어났던 걸 생각하면, 이 사람들은 생각보다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다리다보니 해가 어느덧 눈 앞에서 거의 사라졌고, 잔디에도 아주 좁은 공간들만 조금 남았다. 사진으로ㄷ보더라도 사람들이 꽤 빽빽하게 들어와 있는것이 느껴진다. 들은 말로는 이 광장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해서, 특정 시간이 지나면 들어올 수 없다고 하는데.. 기다리면서 나가보지를 않아서 그 말의 진위까지는 잘 모르겠다.



잘 보이도록 우산을 흔들며 일행을 찾는 사람.



불꽃놀이 행사를 시작하기 약 1시간 전. 


이제는 잔디 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빽빽하게 앉아있었다.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길에는 아무도 앉지 않는 센스. 물론, 불꽃놀이가 시작된 뒤에는 이렇게 편하게 앉아있는 것이 불가능했고 다들 서서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작 전까지는 나름 질서를 잘 지키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라는 나라가 질서를 잘 지킨다는 느낌은 없기는 하지만, 이 날은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이 날만 불꽃놀이 하기 전까지만.




해의 마지막 모습과 함께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그리고 그 풍경을 찍는 사람.



조명이 들어오기 직전의 에펠탑의 모습. 검은색 실루엣만 보인다.



그렇게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다가 하늘이 코발트색으로 변할 때 즈음 에펠탑에 조명이 들어왔다.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주변에서 시작된 탄성. 하지만, 불꽃놀이는 이 조명이 들어오고 나서도 30분은 더 있어서야 시작되었다. 아마도 충분히 어둡지 않기 때문이겠지.



이제는 하늘이 더 어두워져서, 에펠탑의 조명이 더 환하게 느껴졌다. 이 때즈음 곧 행사를 시작할거라는 안내방송으로 추측되는 멘트가 나왔고, 사람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쯤 후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불꽃놀이의 첫 시작은 아주 단순한 불꽃들이 올라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예정시간은 10시 45분이었지만, 실제로 시작된 시간은 11시가 다되어서였던 것 같다.




이번 혁명기념일의 테마는 "70-80 Disco Years.". 테마답게 우리에게 익숙한 오래된 곡들이 많이 나와서, 좀 더 쉽게 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프랑스어로 된 음악들이 계속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대부분 영어로 된 곡들이었다. 가끔은 너무 흥겨워서 춤을 추고 싶었을 정도. ;; 사실 춤을 추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불꽃놀이가 음악의 박자에 맞출정도로 세세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충 그 음악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도록 구성을 한 것 같았다. 불꽃놀이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에펠탑의 조명도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볼거리였다. 거의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 행사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계속해서 신나는 음악, 그리고 눈 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고 있다보니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반정도는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하긴 했지만, 반 정도는 그냥 감상을 하기도 했으니 뭐 나쁘지 않은 정도.


어쨌든, 1년에 한번밖에 볼 수 없는 에펠탑의 특별한 행사인 만큼, 아무리 북적거리더라도 7월 14일에 파리에 와서 이 행사에 참여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듯 싶다.



그렇게 혁명기념일 공연을 마치고, 에펠탑 바로 옆의 주차장에 주차한 차를 몰고 공항옆에 잡아 두었던 숙소로 돌아왔다. 절대 양보는 없는 주차장에서의 새치기, 고장나버린 주차정산기계, 손님에게 짜증내던 직원, 클랙션을 끝없이 눌러대는 사람들, 그리고 파리에서 선 표기조차 없어 구분이 힘들었던 도로까지. 혁명기념일 기념 불꽃놀이 행사는 참 좋았는데, 거기까지였고.. 주차장 이후의 일을 겪은 와이프 보링보링님은 이날 이후로 프랑스를 지긋지긋한 기억으로 기억했다.


프랑스 둘째날이었는데..이런 기억을 남기다니. 그래도 프랑스의 다른 지역을 다니면서 프랑스의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말은 했지만, 여전히 파리에 대해서는 그리 긍적적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고.;; 뭐 나는 파리가 처음이 아니라 어느정도 익숙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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