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여행의 첫 번째 살아있는 활화산을 만나다 - 사쿠라지마 정기버스투어


규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활화산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족욕을 할 수 있는 비지터센터에서 부랴부랴 걸어오니, 아직 출발시간이 10분 넘게 남아있었지만 버스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가고시마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먼저 타고 있었고, 그 다음 투어 사람들을 태우고 정시에 출발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어쨌든 버스 문이 열리고 바로 가이드를 겸한 안내양이 티켓검사를 하면서 차에 탑승시켰다. 과연 정시에 출발할 것인가? 라고 두근거리며 시계를 보고 있었는데, 늦게 도착한 사람이 있어서 5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뭐, 이건 그사람을 기다려준 배려니까.

* 3-4명 이라면 7,000엔 정도 하는 택시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2시간을 기준으로 원하는 곳은 다 잠깐이라도 세워주기 때문에 둘러보기가 더 편리하다. (정기관광버슨는 1인당 1,700엔)


그렇게 출발한 사쿠라지마 정기버스투어의 첫 못적지는 사쿠라지마를 전망할 수 있는 유노히라 전망대. 분명히 사쿠라지마에 도착할 때만 하더라도 구름이 가득 끼어있었는데, 여행운이 나를 따르는 걸까? 버스가 점점 전망대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맑아지기 시작했다. 분명 높은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했지만, 산 주위를 감싸고 있던 구름이 걷혔다는 것 만으로도 감동스러웠달까?

전망대로 가는 동안 설명은 모두 일본어로 진행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눠주는 안내책자가 한국어도 있었기 때문에 대충 루트와 함께 어디를 가고 있는지와 간단한 설명은 확인할 수 있었다. 설명은 훨씬 길었는데 일본어를 못알아 듣는게 안타까울 뿐.



구름이 어느정도 걷혀서 미나미다케의 모습이 다 보였던 유노히라 전망대.

아쉽게도 화산재가 뿜어져나오는 멋진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맑은 날씨에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해발 373m에 위치한 유노히라 전망대는 사쿠라지마 정기관광버스의 첫 스톱이기도 했고, 운이 좋으면 화산이 분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특히 인기있었다. 과거에는 버스가 더 가까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지금은 일단 여기까지. 사람들은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지만, 나는 내 사진을 잘 안 찍는 편이기도 하고 혼자이기도 해서 내 사진은 패스.



전망대 한켠의 주차장에 세워진 커다란 관광버스들. 관광버스 주차장의 배경마저도 아름답다.


사쿠라지마 섬은 국립공원으로, 섬에 대한 설명이 영어로도 되어 있어 읽어볼 수 있었다. 사쿠라지마는 처음에는 내륙과 연결되지 않은 순수한 섬이었지만, 계속해서 진행된 화산활동 중 1914년의 분출 때 흘러내린 용암이 오스미 반도쪽으로 흘러내리면서 미야자키현으로 연결되는 섬으로 변했다. 덕분에 가고시마에서는 배를 타고 가야 하지만, 미야자키현 쪽에서는 차량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전망대에는 단순히 사쿠라지마산의 미나미다케(남쪽 분화구)를 볼 수 있는 것 이외에도 사쿠라지마의 시대별 화산 분출상황과 역사등에 대한 안내가 충실하게 되어 있어서 그것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생각보다 꽤 길게 전망대에서 머물기 때문에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가능했다.


처음 밖에서 본 설명과 달리, 그림과 함께 나와있던 각 년도별 사쿠라지마의 분화 내역. 잘 보면 완전한 섬이었떤 것이 1914년의 분화로 오스미반도와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설명들이 다 일본어여서..ㅠㅠ..



전망대 건물 2층으로 올라가서 바라본 미나미다케. 왠지 조용해서 아쉽다. 너무 기대가 컸던것이려나? ㅎㅎ


전망대의 뒷편에서 바라본 가고시마. 가고시마쪽은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다행히도 가고시마쪽의 날씨는 안좋지만, 사쿠라지마만 일시적으로 날씨가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대충 언제 돌아오라고 설명을 해주기는 했었지만, 혹시 모를 때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된다. 다들 버스에 하나둘 탑승하기 시작하기에 나도 쪼르르 내려가서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에 타자 줬던 캔디. ^^;; 나름 투어의 일부려나..


지나가는 도중에 본 섬의 풍경. 그냥 보기에는 아주 특별한 풍경은 없었지만, 그래도 설명을 해 주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꽤 큰 관심사가 될만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마도 양식을 하는 곳으로 추정이 되긴 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못알아들으니..ㅠㅠ




그렇게 다음 목적지로 달려가던 도중에 갑자기 화산이 분화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들 창가에 붙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가이드가 잠시 진정을 시키더니, 버스를 한편에 세워주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줬다. 마침 내 쪽으로 화산이 있어서 무섭게 피어오르는 검은 구름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버스에는 태양을 차단하기 위한 코팅이 되어 있어서 셔터스피드가 무지막지하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화산의 모습을 담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지속적으로 분출을 하기는 하지만, 운이 없는 날에는 이런 풍경을 아예 못보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그래도 운은 꽤 좋은 편인가보다. 일본어를 거의 못알아듣기는 하지만, 오늘 아침에 떠난 투어팀은 아예 못봤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럭키를 연발했다.


잠깐 지나가면서 본 매몰 도리. 화산 활동으로 인해 화산재에 뭍혀버려 도리의 윗 부분만 남아있다고 한다. 버스에서 잠깐 멈춰서서 설명하고 떠난 덕분에 찍은 사진이라고는 이거 한장.

그 다음에는 각종 특산물들을 파는 상점으로 향했다. 들어가자마자 몇가지를 먹어보라고 하는데,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가게 안에서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사쿠라지마의 역사를 설명하는 듯 싶었지만, 관심이 없어서 가게 뒷마당으로 나가보았다.






아까 분화를 시작한 것이 아직도 잠깐 멈추는 것을 반복하면서 분화하고 있다. 벌써 분화가 시작한지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일까, 불어오는 바람에는 화산재가 섞여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잠시 걸어다니니 눈같은 것이 날리고 있어서 화산재임을 알아차렸다. 그 때쯤에는 옷에 이미 화산재도 잔뜩 붙어있는 상황.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는 화산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가고시마에 와야하는 가장 큰 이유를 달성했달까. 날씨는 이제 슬슬 비가 오려는 듯 우중충해졌지만, 구름만은 싹 걷혀서 문제없었다.


 



여기도 화산재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매몰되어 있는 도리가 있다. 아마, 본따서 만들어 놓은 것일수도 있고.


이건 뒤뜰에서 놓칠 뻔한 것이었는데, 옆에서 화산 분출을 구경하던 아주머니가 '고릴라!'라고 외치는 바람에 발견했다. 그러고보니, 오른쪽 바위의 모습이 흡사 고릴라를 닮은 것 같다. 아주머니가 말을 안했으면 그냥 지나갔을 듯. 어쨌든 그렇게 화산을 구경하고 다시 들어오니 사쿠라지마에 관한 설명도 거의 마무리가 지어지는 듯 싶었다. 몇몇 아주머니들이 안에서 기념품을 사는 듯 싶더니, 순식간에 모두 버스가 있는 곳으로 나가버렸다. 판매하는 물건은 무와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상점을 나와 마지막으로 이동한 곳은 아리무라 용암 전망대.


그리 멀지 않은 계단을 따라서 올라가면 된다. 이 지역 역시 화산 활동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별도로 만들어진 계단을 제외하면 모두 현무암으로 되어있었다.



아까 상점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각도다. 화산이 분출하는 풍경이 너무 멋지다보니, 날아다니는 화산재도 그리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물론, 카메라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살짝 있었지만.. 풍경을 보는 것이 훨씬 감동적이었으니 ^^;



그렇게 또 한번 이어진 거대한 화산 분출을 보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특이한 바위들이 보였다. 바위의 틈마다 1엔, 10엔, 50엔 짜리들이 잔뜩 얹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소원을 빈다거나 하는 미신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뭐, 연못에 동전던지는 것이랑 비슷한? ^^


아니나 다를까, 조금 기다려보니 동전을 꽂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저씨가 있었다. 틈이 굉장히 작은데 넣으려고 한참을 하다가 안되는 듯, 오른쪽에 보이는 동전 무더기 위에 하나를 얹어놓고 가셨다. 나도 해볼까 했지만, 주머니엔 100엔짜리 동전 뿐. -_-; ... 해보고 싶다고 해도 이거면 음료수를 하나 먹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ㅋㅋ


그렇게 떠날 시간이 되자 다시 구름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한 사쿠라지마.

그러고보면 참 날씨운이 따라준다는 것을 이런 상황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지났을 때 즈음 가는 빗방울도 한두방울씩 떨어졌다.


주차장에 있던 고양이. 목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기르는 사람이 있는 듯 싶었다. 주차장 주변의 상점 중 하나가 주인이 운영하는 것이겠지.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듯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포즈를 바꿨다.


2시간정도 걸린 사쿠라지마 정기관광버스의 일정은 이 전망대가 마지막이었는데, 나는 후루사토 온천을 가고 싶어서 미리 가이드에게 후루사토 온천에서 내리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 뒀다. 그렇게 전망대에서 조금 달렸을까? 가이드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부른다. '후루사토 온센!! 후루사토 온센!!'.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후루사토 온천에서 내린 것은 나 뿐이었다. 이제,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기위해 온천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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