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스러운 날씨의 연속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뉴스에서는 아침의 비올확률 80% (-_-).. 오후에 비올확률 40%라고 했으니 그게 어디냐고 하면서 나가는수밖에 없었다. 오후에는 비가 안오길 소망하며.
아침 내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바로 PIER39로 이동했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관광지로도 꼽혔다는 PIER39이긴 했는데, 비가와서 그런지 사람도 많이 보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우중충해보였다. 역시 비오는 겨울은 싫어.
PIER39쪽으로 오긴 왔는데 주차할곳이 마땅치 않았다. 일반 주차장들은 가격이 너무 비쌌고, 몇몇 식당은 식사를 하면 주차 2시간 무료를 내걸고 있긴 했지만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쪽은 일방통행이 워낙 많아서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결국 그 주위를 20여분정도 빙빙 돌다가 PIER43번에서 두블록 정도 떨어진곳에 하루 종일 $7에 주차를 했다. 뭐.. 나름대로 reasonable한 가격..
일단 차에서 내리긴 했는데 우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두명밖에 없어서 우산 3개를 하나당 3불을 주고 구입했다. 한국에서 3000원짜리 우산을 사면(보통 3단우산) 그래도 꽤 쓸만한 퀄리티의 우산을 살 수 있건만, 이놈의 3000원짜리 우산은 산지 5분만에 뒤집어지고 살이 꺾였다. -_-;;;;; 물론 바람이 조금 심하게 불긴 했지만, 그래도 진짜 너무하는거 아냣!!
어쨌든 우리는 아침을 먹고 나오지 않아서 배가 고팠기 때문에, PIER39에 오면 먹어봐야 한다는 해산물을 먹으러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물론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크램 차우더라고는 하는데(보스턴쪽에서도 유명하지 않았나..생각해보니 둘다 바다에 가까웠다.) 그것만 먹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부페에서 게를 엄청나게 먹어댄 덕분에(사실 게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게를 먹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여러가지 해산물을 섞은 것들을 파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이 가격이면 차라리~~ 라고 외치는 우리는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는 것도 포기하고 노점에서 크램 차우더를 하나씩 사가지고 노점거리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비가오는 것은 어떻게 피할수가 없었다. 그래도 마침 앞에 천막을 쳐놓고 장사를 하는 곳이 있어 그곳에 들어가 있었다. 물론 입구에 "Foods from outside are rohibited"라고 써있었지만, 비수기에 비까지 오는터라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있어 그 앞에서 먹으니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었다. 흑. 이걸 서서 먹거나 비오는데서 먹었다고 생각하면 참 처량할 것 같았다.;;
이런 제대로 된 우산을 가진 사람들은 행복했다.;;
피어 43번의 베이크루즈.. 한국말도 적혀있었고, 삐끼들이 열심히 호객중이기는 했으나.. 이렇게 날씨 안좋은날 누가 크루즈를 타려고 하겠나.. 신청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어보였다. 날씨라도 좋아야 뭘 보러가지..-_-;;
어쨌든 열심히 PIER39쪽으로 걸었다. 그래도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는데 비가온다고 빼먹을 수 있냐는게 우리 생각이었다.(사실 이곳도 이틀후에 떠나기 때문에 비온다고 안가보면 못가볼 것 같았다.)
PIER39 안으로 들어오긴 왔는데 비가 부슬부슬 계속 내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단점이라면, PIER39에도 문을 닫은 가게가 꽤 있었다는 것. 사실 레스토랑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굉장히 많은 편이었고, 여러가지 흥미를 돋우는 몇몇 상점들이 더 있었다. 하지만 비오는 날에 별다른 흥이 날리 없었고, 간단하게 이곳을 지나치는 것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라스베가스에서도 있었던 Studio 39..
개인적으로 39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바로 내이름의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상구'인데 39는 '삼구'로 발음되니 닉네임을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하기엔 충분했다. 이런 이유로 홈페이지도 닉네임+39인 www.kimchi39.com가 되었고, PIER39나 STUDIO39라는 걸 보면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낀다. 덕분에 39라는 숫자가 보이면 모조리 찍어두는 편이다. :-)
PIER39도 맑은날 왔다면 사진찍기 놀이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다들 실망. 그 유명한 PIER39가 겨우 이정도였어!? 라는 반응들. 몇몇은 빨리 물개나 보러 가자고 재촉했다;;
물개들.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이라인과 함께 보는 물개들의 모습은 나름대로 신선했다. 물론, 이제 물개를 보는건 하나도 안 신선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가장 힘쎈 놈인듯 가장 좋은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있었다.
주차한 곳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를 꺼냈는데, 렌즈에 비를 좀 맞았다. 예전에도 인도네시아에서 사진을 찍을때 비를 몇번 맞은적 있는데, 그냥 몇방울 떨어지는 것 정도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기본적인 생활방수는 되거나 바로바로 닦아줬기 때문이라고 생각.
오는길의 주장에는 차 위에 갈매기가 한마리씩 앉아있었다. 마치 차 지붕이 자기 영역이라도 되는 듯 차 한대당 갈매기 한마리씩 앉아있었다. ㅎㅎ. 원래의 목적은 차를 타고 마켓스트리트까지 가는것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는 뮤니 패스포트를 가지고 있었고, 마침 비가 그쳐주기도 했고, 주차도 저녁 7시까지는 상관 없다고 했으니 케이블카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서.. 반대방향으로 오는 케이블카를 한대 찍었다. 케이블카 뒤쪽으로 높은 언덕이 보이지만 실제로 케이블카는 그 언덕으로 올라가지 않고 경사가 시작되는 곳쯤에서 좌회전을 한다. 물론, 그쪽으로 가도 언덕이 있긴 하지만 좀 완만한편~
케이블카는 사실 완전히 관광용이었다. 속도도 느리고, 그 떨림은 얼마나 심한지~ 살짝 멀미가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도 뭐랄까..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보면서 달리는 기분은 꽤 삼삼했다. ㅎㅎ.
우리가 탔던 POWELL & MASON st방면 케이블 카. 샌프란시스코에는 총 3개의 케이블카 라인이 있는데, 이 라인은 PIER39 근처로 간다.
종점에 도착하면 아저씨가 이렇게 기계를 이용해서 케이블카를 돌린다. 처음에는 케이블카가 차고(-_-)에 들어갔다 나오는 줄 알았는데, 종점에서 이렇게 직접 케이블카를 돌리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운전하던 아저씨.
역시 관광객이 많기는 한듯.. 관광객이 관광객인 우리를 찍고있었다.-_-;;
앞에 보이는 길이 MASON st.
샌프란시스코의 시내는(고층 건물들이 몰려있는 곳 제외) 굉장히 오래되 보이는 건물들과 그 건물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전깃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굉장히 오래되 보임에도 불구하고 낙후되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냥 왠지 친근한 느낌.. 언덕과 묘하게 오래되고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오히려 친근감을 주고 있었다. 이런 느낌에서 사람들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을 받는걸까? 아니면 편안함?..
종점에 도착해서 우리는 주위를 좀 둘러보기로 했다. 여자애들은 바로 앞에 보이는 Macy's와 노드스톰으로 갔고, 우리는 유니언스퀘어를 구경하러 갔다.
물론.. 무한대로 케이블카를 탈 수 있으니, 2블록도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 ㅎㅎ..
가는 길에서. 그래도 시내는 확실히 번화한 느낌이었다. 비가 그쳐서 갑자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건지,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여태까지 오면서 봤던 그런 오래된 집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여태보다 훨씬 세련되진 느낌. 그냥 느낌일수도~
사실 유니언 스퀘어는 별거 없었다. 뭐 주위에 큰 건물들과 Macy's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는 것 정도? 뭐 우리는 어떤 건물이 유명한건지도 모르니까... 아는건 Macy's 뿐이닷..;;
뭐 딱히 볼게 없고, 화장실도 가고싶어서 Macy's로 들어왔다. 안내판을 보니 화장실은 지하와 5층에.. 그래서 유리창이 있겠지 하는 마음에 5층으로 올라왔다. 5층은 집안 가구나 장심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유니언스퀘어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뭐... 유니언 스퀘어네;;
백화점의 모습.
샌프란시스코에는 교통안내에 대한 표지판이 더 많은 것 같다. 사진 오른쪽에 보면 알 수 있듯이, 뮤니만 직진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길이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굉장히 해깔린다. 특히 마켓스트리트로 들어가면 조그마한 길로는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의외로 멀리 돌아가야 한다. -_-;; 거기다가 조금만 멀리 가면 그놈의 언덕은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있다보니 슬슬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우리 여행 시작할때도 하던 End of Season Sale. 상점에 들어가보니 이제 세일 막바지인듯 이쁜 옷들은 거의 다 빠진 상태였다. 물론, abercrombie에서 50%이상 할인 된 가격으로 쓸만한 자켓 구입! 이건 맘에 들었다. ㅎㅎ.
적어도 여기는 "예수천당, 불신지옥" 은 아니군;;
오후 6시쯤에 종착점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여자애들은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보니 여전히 쇼핑중-_-;;; 이런 너무하잖아!! 빨리오라고 재촉한 후 10분이 지나서야 각자 커다란 쇼핑백들을 하나씩 들고 나타났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우리가 주차해뒀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에.. 슬슬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은 또 나름대로 색달랐다.
우리는 주차한곳으로 가서 차를 끌고나와 트윈픽스를 들려 야경을 보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길에 우리는 Fillmore st를 타고 내려왔는데, 중간에 엄청난 경사가 있었다. 승용차라면 그냥 상관안하고 올라갔겠건만, 우리는 7명이나 태운 미니밴이었기 때문에 올라가면서 뒤로 밀릴까봐 좀 살떨렸다. 비때문에 도로까지 젖어있기도 했고..-_-;
진짜 심한 경사였는데, 도로 옆에 주차를 해놓은 사람들이 참 위대해보였다.-_-;;; 이런 급경사를 올라가다가 경사 중간에 STOP사인이 있었는데 도저히 설수가 없었다. 여기서 섰다가 다시 출발하면 바로 미끄러질 것 같은 느낌. 어쩔 수 없이 스물스물 앞으로 가면서 기다리다가 건너갔다. 주위에 지나가는 차들이 없어서 다행;; 다음부터는 사람 많으면 이런곳으로 안다니리라 결심했다.
트윈픽스에 가까워질때 쯤 길이 엄청나게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_-; 네비게이터도 없이 지도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는 진짜 산에 올라가기전에 그 주위를 엄청나게 빙빙 돌았다. 결국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본 후에야 제대로 산을 올라갈 수 있었다. 뭐이렇게 도로 안내판이 해깔리게 되어있는건지 원 ㅠ_ㅠ..
그래도 트윈픽스에서 보는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은 장관이었다. 유명한 건물 위주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는(샌프란시스코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단점이 있다면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에 삼각대를 세워도 흔들림을 잡을 수 없었다는 것 정도? ^^;;;
트윈픽스 구경후 바로 숙소로 돌아와 맥주와 함께 잠이 들었다. 이제 막판이 되니 술이 빠지지 않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