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 #48 - 눈내리는 록키 기차여행, 비아레일 재스퍼 - 벤쿠버 구간


재스퍼에서 벤쿠버로 떠나는 비아레일 기차는 일요일, 화요일, 그리고 금요일 오후 1시에 있었다. 1주일에 3번밖에 없는 기차이기 때문에 한번 기차를 놓치면 2~3일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꼭 스케쥴을 잘 맞춰서 떠나야 한다. 나는 재스퍼에서 4일을 머무른 후에 벤쿠버로 향했는데, 겨울의 재스퍼에서 눈 쌓인 록키산맥과 그 풍경을 제대로 즐기고 떠나는 터라 미련이 남지 않았다. 물론, 6개월 후에 가을의 재스퍼를 한번 더 찾아오긴 했지만.



재스퍼의 비아레일 기차역. 재스퍼의 역은 다른 역들과는 다르게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실이 많이 있는 역인데, 그래서 그런지 역에서도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어쨌든, 아주 간결한 기차표 확인 절차를 마치고 바로 기차에 올라탈 준비를 했다. 오후 1시에 출발하지만, 벤쿠버에는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는 아주 긴 여정이기 때문에 기차안에서 시간을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기차 여행은 비행기에 비해서 공간도 넓고, 이곳 저곳 돌아다닐 여지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로가 덜한 편이다. 거기다가, 이번에는 침대칸을 이용해서 여행하고 있으니, 더더욱 피로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다. 그저, 다음 목적지인 벤쿠버가 기대될 뿐.


침대칸 객실 내에 비치되었던 생수 브랜드. NAYA.


이번에는 싱글룸에 탔었는데, 싱글룸은 이렇게 레버를 당겨서 침대를 내리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침대를 내리면 화장실 변기위에 딱 맞게 올라가면서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물론, 침대를 내리지 않으면 앉아서 볼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생긴다.


이번에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았던 터라 한쪽 구석에 자켓을 걸어둘 수밖에 없었다. 예전이라면 그냥 침대위에 던져 뒀을텐데... 이 검은색 잠바는 K2의 제품이었는데, 정말 여행동안 따뜻하게 날 잘 지켜줬던 녀석이기도 하다.


기차 안에서 본 재스퍼 역과 눈 쌓인 록키산맥 풍경. 떠나는 날에는 날씨가 흐려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록키산맥을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눈쌓인 록키산맥은 정말 언제 보더라도 멋지기 때문에, 마지막 한 순간이라도 눈길을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침대칸을 이용하면 객차 가장 뒤쪽의 파크카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와인 시음이나 까나페와 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물론, 간단한 쿠키와 과일, 그리고 차 등을 마실 수 있는 트레이는 여행 기간 내내 한쪽편에서 제공되는데, 이렇게 가볍게 다과를 먹으면서 같은 기차를 탄 사람들과 사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번이 비아레일을 타는 여행의 마지막이라서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은 바로 왼쪽에 노트북을 들고있는 제니퍼였다. 영국에서 웨딩 전문 사진을 촬영한다는 그녀는 내가 오두막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말을 걸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미, 영국에서 꽤 자리잡은 웨딩 사진 전문가라는 말과 함께 그녀의 사진들과 동영상 프로젝트들을 보여줬는데.. 우와! 멋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적인 웨딩 사진이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명이 붙어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듯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결과물로 나오니 환상적이었다. 내가, 신혼부부라도 한번 결과물을 본다면 꼭 이 사람에게 찍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 외에도 기차 안에는 페루에서 온 친구, 5번째 비아레일은 탄다는 할아버지, 독일에서 온 노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아니나 다를까. 돔카에 올라가서 본 풍경은 말 그대로 흐렸다. 구름속에 가려진 록키산맥을 사진으로 찍어보려고 했지만, 흐릿하게 나오기만 할 뿐..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후 나절 내내 벤쿠버로 향하는 길에 볼 수 있는 록키산맥의 모습을 기대했던 터인데,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다소 흐린 풍경이기는 했지만, 정상이 보이지 않는 록키산맥의 모습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긴 시간의 기차여행이기 때문에, 돔카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주변으로 지나가는 록키산맥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 그 자체가 리프레쉬 되는 기분이었다. 캐나다 여행의 백미라고 불리우는 록키산맥이 이런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끝없이 펼쳐지는 멋진 자연 덕분이 아닐까 싶다.



재스퍼에서 벤쿠버로 향하는 길에는 빙하도 볼 수 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멋진 풍경이나 목적지가 나오면, 안내방송으로 그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해 주기 때문에 방송이 나오면 꼭 바깥을 내다보는 것이 좋다. 남들이 다 보는 멋진 풍경을 놓치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니까.





그렇게 달리던 어느 순간 하늘이 갑자기 맑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이렇게 맑았던 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록키에 있는 산들의 정상까지 모두 보일정도였으니, 모두 감탄.


돔카에 같이 앉아서 해가 뜨기만을 같이 기다리던 사람들. 정말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다. 일단, 기차로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바쁘게 움직이기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고 느긋하게 움직이겠다는 생각일테니까. 어쨌든, 다들 해가 뜨고 풍경이 잘 보이는 것에 기뻐했었다.




물론, 맑은 하늘이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쉬움을 충분히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날씨가 나빠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송이 나왔는데, 왼쪽에 보이는 곳이 폭포란다. 밖을 내다보니, 왠 눈 쌓인 커다란 얼음만 하나 덩그라니 있다. 아마, 여름쯤이나 되어야 여기서 물이 흐르는 제대로 된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오다가, 비가 내리다가 하는 시간들이 반복되었다. 바깥의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에 취침을 할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되었다. 여기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벤쿠버에 도착해서 새로운 일정을 시작할 시간.


잠시 벤쿠버에서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동안,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기차의 창문 너머로 보는 3월 말의 함박눈. 정말 낭만적인 풍경이었지만, 아쉬웠던 것은 나 혼자였다는 것. 옆에 누군가가 있어서 이런 풍경을 같이 보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신도 차리기 전에 벤쿠버에 도착했다. 벤쿠버에서는 5일정도 머무르면서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그 중 하루는 보드를 타러 휘슬러까지 다녀올 생각이었다. 왕복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니까, 새벽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하루 종일 잘 타고 올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더군다나 휘슬러에서는 아는 사람이 있어서 같이 보딩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더더욱 든든했다.



비아레일에서 내리고 나면 짐도 이렇게 따로 찾아야 한다. 나는 대부분의 짐을 가지고 들어갔기 때문에 따로 찾을 것이 없었지만, 별도로 부친것이 있다면 여기서 찾으면 된다. 기차가 좋은 점은 왠만큼 많은 짐을 실어도 다 보내준다는 것. 자전거나 헤비한 박스도 기본.



어쨌든, 역을 떠나기 전에 휘슬러로 가는 버스 티켓을 끊었다. 올때 스케쥴이 어떻게 될 지 몰라서 가는 버스표만 끊었는데, 출발시간이 6:30A... 그래도 도착하면 8시가 넘는다. 휘슬러에서 당일 보딩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꽤 비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과감하게 일정을 잡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1박 2일을 갔다올 걸..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기는 하지만. 어쨌든, 벤쿠버에서 잠시 쉬다가 또 보드타러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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