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 요세미티 국립공원 트래킹, 버날 폭포 레인저워크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요세미티 폭포가 있는 밸리와 하프돔이겠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진짜 모습을 더 들여다보려면 수많은 트래킹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걸어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트래킹 코스를 걷기 위해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최소 하루 이상을 머무르는 것이 좋으넫, 캠핑사이트나 커리빌리지와 같은 곳들은 일찍 마감이 되므로 여행 계획을 준비할 때 예약을 미리미리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시간 정도 떨어진 마리포사나 오크허스트 같은 도시에서 왕복을 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거기다가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많은 주차장들이 오버나잇파킹(밤샘주차)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립공원 내에서 밤을 새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이날은 레인저들을 따라서 하이 시에라 루프 트래킹을 했는데, 목표 지점은 원래 네바다 폭포까지였으나, 시간과 길의 문제로 에메랄드 풀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까지 다녀왔다. km으로 따지자면, 약 3km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평지길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오르막인지라 6km 왕복을 하는데 3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올라가면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하고.. 좀 천천히 걸어야 하는 곳들을 다 포함해서 였지만.


트래킹을 시작하기 시작하면 멀리 폭포가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오늘의 목적지가 되는 곳은 버날폭포(Vernal Falls). 버날폭포의 아래까지 갈 때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꼭대기까지 올라가라면 꼭 우비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이 트래킹 코스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 버날폭포의 옆을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코스를 시작하면 대부분 준비하기는 하지만.




올라가는 길에는 꽤나 많은 수량의 물을 볼 수 있었다. 5월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도 물이 가장 많은 시기 중 하나인데, 여름을 거쳐 가을이 되면 물은 점점 말라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기에 가장 좋은 시기를 봄으로 꼽는다. 버날폭포는 1년 내내 마르지 않지만, 가을이 되면 수량이 줄고, 요세미티 폭포는 8월 말쯤이면 이미 물줄기가 거의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 트래킹코스는 끝없는 오르막길의 연속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포장이 되어있기 때문에 꼭 등산화를 갖춰 신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다만, 쉬지 않고 계속해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뿐이다. 하지만, 이날 남녀노소(?) 10여명의 인원이 함께 올라갔었지만, 한명의 낙오자도 없었음을 감안해보면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코스라 생각된다.

다들 올라갈때는 "왜 이렇게 힘들어" 라고 투덜댔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정말 좋았던 코스라고 입을 맞췄으니까.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스퀄. 처음 만났을 때에는 "오오오오!!" 하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올라갈때마다 곳곳에서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에는 셔터를 누르는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사람들에게 이미 얻어먹은 경험이 있는 듯, 사람들 주변을 계속해서 돌아다녔지만..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만큼 먹이를 쉽게 얻어먹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작은 다람쥐들보다 움직임도 둔한 편.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 버날 폭포의 아래에 도착했을 때 쯤 다들 가지고 왔던 비옷을 챙겨입었다. 우리가 비옷을 챙겨입고 있자, 폭포를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모두 굳 아이디어라며 칭찬했다. 사실, 올라가기전만 해도 이게 왜 굳 아이디어일까 싶었지만. 올라가자마자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버날 폭포의 정상까지 0.3 마일. 약 0.5킬로미터 정도 된다. 여태까지 걸어온 것이 있는데.. 이정도야 뭐 껌이지. ^^
 


오른쪽 위에 보이는 것이 버날폭포인데, 이렇게 계단을 통해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아래쪽은 그나마 괜찮지만, 폭포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폭포에서 나오는 물보라에 의해서 온몸이 젖어버리게 된다. 그렇기 떄문에 우비를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건기인 가을에는 우비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정면과 측면에서 바라본 버날폭포의 모습. 다른 폭포와는 다르게 폭포가 옆으로 넓은 편이라서 더 멋졌다. 측면에서 보면 무지개도 보였지만,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 도중에도 물보라가 계속 일어서 렌즈는 물방울로 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는 사실. 하지만, 5월 중순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오후는 굉장히 더웠기 때문에, 우비 사이로 들어오는 물방울들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카메라가 젖지 않도록 열심히 잘 싸 가면서 찍어야 하긴 했지만.

어쨌든,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버날폭포는 생각보다 장관이어서 맘에들었고, 시원해서 더 맘에 들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 보다 훨씬 장관이기 때문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꼭 한번쯤 해보라고 추천해 보고 싶은 트레일이다.


버날폭포를 지나서 사람들은 입고 있던 우비를 벗기는 했지만, 워낙 사방에서 물방울이 튀었던지라 대부분 팔과 머리는 다 젖어있었다. 뭐, 옷이라도 젖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라고 생각하며 우비를 벗다가.. 내 우비가 찢어져버렸다. 내려갈 때에도 입어야 하는데 ㅠㅠ.. 그래도 어떻게 얼추 잘 여며 입으면 될 것 같아서 가방의 옆에 잘 묶어뒀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버날폭포에서 내려온 물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류로 흘러내려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버날폭포는 이렇게 트래킹을 해서 올라와서 볼 수도 있지만, 글래시어 포인트로 올라가서도 멀리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버날폭포의 정상까지 올라가면 버날폭포를 이루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큰 폭포를 만들어내는 물줄기이니만큼, 그 힘도 꽤나 세다. 주변에는 물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문들이 곳곳에 가득하고 철조망까지 쳐져 있는데, 발을 한번 잘못 들이면 세찬 물줄기에 휩쓸려 떠내려갈 수도 있으니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위에서 바라본 버날 폭포의 모습. 바위가 평평하게 되어있다보니 넓은 형태의 폭포가 만들어졌다. 여태까지 많은 형태의 폭포를 봤지만, 이렇게 내리는 물줄기가 직사각형을 이루는 폭포는 처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폭포인지 모르겠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내리는 버날폭포는 그 모습도 멋졌지만, 바위 위로 보이는 투명한 물의 모습이 자꾸 시선을 빼앗아 한참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자연이 만든 멋진 창조물들은 언제봐도 참 멋지다.


함께 트래킹을 했던 두명의 레인저 분들. 특히 저 오른쪽의 여자 레인저는 꽤나 미인이셨다. 같이 찍은 사진도 있지만, 왠지 그 사진은 상대적으로 내 머리가 너무 커보이는 관계로 패스. -_-; 고이 하드에만 저장해 놔야 할 것 같다.


버날 폭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에메랄드 풀이 나온다. 이름만 들어서는 에메랄드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작은 연못이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물살이 꽤 빠른 곳에 물이 잠깐 모였다가 지나가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수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여차 잘못하면 버날폭포쪽으로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인 듯 싶다. 하지만, 이 경고를 무시하고 사고를 당하는 이가 매해 여럿 나오고 있다고 하니, 왠만하면 경고문은 잘 지켜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트래킹 코스는 네바다폭포(Nevada Falls)까지였지만, 시간관계상 네바다폭포의 꼭대기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고 바로 아래서 내려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멋진 폭포라서 한번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그..그러고보니, 폭포를 담은 사진이 없다-_-;; 찍었던거 같은데;;


네바다 폭포의 끝까지 올라가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셀디스타들. 뭐, 하지만 다들 워낙 지쳐보이는 표정이었던 터라.. 일단 내려가는 것도 큰 일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이었다지만 경사 자체는 완만해서 내려가는 코스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내려가기 전.. 버날폭포 앞의 커다란 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도중에 찢어진 우비덕분에 폭포물을 홀라당 뒤집어써서 다 젖어버렸지만, 햇빛이 워낙 강렬했던터라 다 내려올 때 쯤에는 모두 말라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냥.. 파랗다 못해서 시퍼렇게 보였던 하늘. 아마도 공기가 너무 맑기 때문에 하늘이 이렇게 보일 수 있는 것이리라.


올라갈때는 다들 비슷한 속도였지만, 내려올때는 속도가 제각각이라서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먼저 내려가서 쉬는 팀에 속해 있었다. 어쨌든, 이날의 트래킹은 꽤나 즐거웠지만, 문제는 체력이 홀라당 소모되었다는 것. 이날의 일정은 돌아가서 쉬는 것 밖에 없기는 했지만.. 일단 몰려오는 잠을 해결해야 했다.

그러고보니, 체력이 많이 약해진 듯. 다음번 여행을 가기 전에는 체력을 많이 늘려놔야 할텐게 걱정이다.


이 트래킹 코스가 있는 곳까지는 여름 시즌에는 차를 이용해서 들어올 수 없고, 이렇게 셔틀버스를 이용해야만 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차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지만, 트래킹 코스는 모두 셔틀을 이용하라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방침. 대신 이 밸리 비지터 셔틀은 이용료가 무료이므로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날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에서 묵었던 숙소는 커리빌리지(Curry Village)였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도 꽤 인기있는 곳 중 하나로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커리빌리지는 가건물형태로 된 난방이 되는 건물과 이렇게 천막형태로 되어서 침대만 있는 숙소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이불이 다 마련되어 있지만, 5~6월에도 요세미티 국립공원이의 밤은 굉장히 추우므로, 이곳에서 숙박을 할 예정이라면 침낭은 필수! 정말, 온몸이 후덜덜하게 떨릴정도로 온도가 떨어졌다.

사실, 침낭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거의 얼다시피 한 상태로 잠이 들었는데, 같이 갔던 셀디스타 일행중에서는 너무 추워서 밤새 잠을 못이룬 사람들도 꽤 많았을 정도. 그러니, 이 시기에 가는 사람이라면 꼭 침낭을 준비할 것을 강력 추천한다. 어쨌든, 이렇게 커리빌리지에서 숙박을 함으로써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일정도 슬슬 마무리 되었다.

그러고보니, 이날도.. 참 하늘에 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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