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 윌페나 파운드

오늘은 그럭저럭 느긋하게 일어나기는 했지만 간밤에 에어컨이 너무 세서 잠을 좀 설쳤더니 꽤 피곤했다. 오늘 일정은 오전에 Wilpena Pound를 가는 것인데 Wilpena Pound는 산이 둥그렇게 한 곳을 둘러싸고 있어 굉장히 신기한 곳이기는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보지 않는 이상 그리 특별하게 보이는 곳은 아니었다.

등반코스를 고를 수 있었다. 리턴 5km의 산 등산 코스와 리턴 6km의 경사진 길을 걷는 코스가 있었다. 나는 그냥 오늘은 몸이 좀 무거우니 가벼운 6km코스를 선택하려고 했는데, 레베카 혼자 5km의 등산코스를 가길 원했다. 어쩔까 고민하는 동안 갑자기 체드와 몇명이 나를 부추겼고, 결국 나하고 레베카만 등산코스를 오르기 시작했다. 높이는 딱 990m.
물은 600ml짜리 두개를 가지고 올라왔는데, 한개는 얼음물이었고 한개는 보통 물이었다. 수건에 싸가지고 올라온 덕분인지 그리 빨리 녹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산은 초반에는 평평한 곳인가 싶더니 점점 길이 가파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레베카는 정말 쉴새없이 올라갔지만, 나는 그녀를 따라가기가 좀 힘들었다. 물론, 중간에 한번도 쉬지않고 올라가기는 했지만, 확실히 힘들긴했다. 그도 그럴것이, 2kg에 가까운 카메라 장비에 물에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가지고 올라간 덕분이기도 했다.
조금 올라가면 다 올라온거 같은데 또 올라갈곳이 나오고, 또 올라갈곳이 나오고 그런 식이었다. ㅡ.ㅡ;;;;; 물론 남아있는 거리 표지를 보고서 아직 다온것이 아니라는 것은 눈치챘었지만..
올라가던 도중에 발견한 녀석. 우리를 보더니 후다닥 도망갔다.
여차저차 정상에 올라와서 사진 한장! ^^;
물마시는 레베카. 레베카는 여행 내내 거의 저복장이었다. 가슴가리개 하나와 핫팬츠. 색깔과 종류만 변했을 뿐 평소 복장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정상에서..
정상에서 바라본 아래지형..
정상에서 바라본 Wilpena Pound 안쪽. 산이 둥그렇게 싸고있는 분지형태를 취하고 있다. ^^; 파노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에서는 그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ㅠ_ㅠ....
3시간정도의 하이킹을 마치고 우리는 처음 차를 주차시킨곳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우리가 왔던 곳에서는 차를 찾을수가 없었다. 나는 다른사람들이 돌아올 지 모르니 그 자리 근처를 찾아보기로 했고, 레베카는 자기가 확신하는 방향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20분정도 주위를 찾았을까, 레베카가 다시 돌아와 일행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일행들은 차를 그늘로 옮겨놓고 Wilpena Pound와 관련된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에서 카드놀이를 즐기며 쉬고 있었다. 1시간 전에 벌써 도착해서 쉬고 있었다고 하면서 레베카와 나에게 어땠냐고,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힘들었지 ㅠ_ㅠ......
우리는 그늘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점심을 먹었다. 출발하면서부터 가져온 음식들이니만큼 음식 재료들이 떨어져서 점점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지막 날 먹은 아침만큼은 아니었으니까..
점심을 먹은 우리는 멀리서 Wilpena Pound를 볼 수 있는 장소로 갔다. Flinders Ranges의 특징은 대부분의 땅이 구릉지형이라는 것이다. 굉장히 많은 언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언덕들에는 별다르게 나무가 자라고 있지는 않았다.
Wilpena Pound는 이런 모습..
특이한 Flinders Ranges의 지형.
우리의 오늘 목적지는 Parachilna였는데, 가는 도중에 어떤 장소에 들렸는데, 여자들이 모여서 이런 이상한 포즈를 취했다. slag heap이라서? 여기서는 이걸 꼭 해야 한다는 시리아의 말이 있었지만,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저걸 왜한거지-_-;;;;;
어쨌든 무리없이 우리는 Parachilna에 도착할 수 없었다. 론리플레넷에도 나와있지 않은 작은 마을. 이곳에 사는 사람이 총 100명이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 우리는 오후 4시쯤에 이곳에 도착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있어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그 황량함에 놀랐었는데, 차를 가지고 공터에서 몇바퀴 돌았더니 모래바람이 생겨서, 흡사 서부영화에서 보단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황폐한 마을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었다.
Adventure Tour에서 자주 오는듯한 이 곳의 숙소에서 짐을 푼 우리는 바로 수영장으로 뛰어들어갔다. 가격이 꽤 비싼 투어였는데 마지막날 쯔음에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 드는게 조금 안타깝긴 했지만, 물속에서 노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는 남자편과 여자편으로 나눠서 배구를 했는데, 네트를 중심으로 여자쪽은 깊이가 1m밖에 되지 않았지만 남자쪽은 1.5~2m였기 때문에 조금만 공이 멀리가면 우리는 헤엄쳐서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1시간가까이 즐긴 배구 덕분에 진이 완전히 빠진채로 숙소로 들어왔다.
그곳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왜 부쉬파리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가?"라는 책을 읽다가 소파에서 잠깐 잠들었다. 한 30분정도 잤을까, 시리아가 저녁준비가 끝났다며 우리들을 불러모았다. 오늘 저녁은, 캉가루, 에뮤, 카멜고기였다. 캉가루 고기는 너무 터프했고, 카멜고기는 좀 익숙해지기 힘든 맛이 났다. 에뮤고기는 개인적으로 맛있었고..^^ 새고기라 그런가..;;
우리는 이곳에서 선셋을 보기로 되어있었는데, 선셋시간쯤에 밖으로 나오는데 이미 옷을입고 수영장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이 나를 불렀다. 아마도 다른사람에 의해서 빠진것 같았는데, 내가 그곳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잡아다가 넣을기세로 부르기 시작했다. 결국 주머니에 있는 젖으면 안되는것들을 빼내고 바로 수영장에 들어갔다. 결국 체드를 제외한 모든 투어인원이 물에 들어갔는데, 체드역시 결국 우리 투어멤버들에게 잡혀서 수영장으로 들어갈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배구를 1시간했다.-_-;;;;;;;
선셋따위는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였고, 구름이 많이 있어서 그다지 기대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들 너무 피곤했는지 가볍게 맥주를 하자며 근처의 펍으로 술을 마시러 갔다. 나는 맥주 1캔을 주문하고 마시는데, 다른 멤버들은 엄청나게 마셔댔다. 사실 나도 더 마시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못마셨을 뿐 ㅠ_ㅠ...
그곳에서 술을 좀 더 마시다가 11시쯤 되어서 나는 몇몇과 함께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투어마지막날임과 동시에 아들레이드로 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