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 국립공원 - 사암으로 만들어진 협곡 속의 트래킹 [미국 렌터카 여행 #42]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인 마제스틱 뷰(Majestic View)에서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자이언캐년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자이언캐년을 둘러보고 브라이스캐년까지 가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주섬주섬 간단한 간식거리와 물을 챙겨들고는 숙소 앞의 정류장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자이언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차를 가지고 와서 비지터 센터 앞에 주차해 놓고 둘러보기로 했다.


어차피 비지터 센터 이상은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보니, 비지터 센터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와도 환승을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셔틀버스는 기다리는 시간이 더 추가되어 차를 가지고 오는 것이 이득이다.


자이언 국립공원의 무료 셔틀버스. 자이언 국립공원의 중요 포인트에 모두 정차를 하는데, 정규속도로 천천히 달리고, 배차간격도 있기 때문에 피크시즌에 자이언 국립공원을 돌아다닐 생각이라면 조금 여유롭게 시간을 짜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각 정류장 사이는 가까운 곳들이 많기 때문에 왠만한 곳은 한 정류장정도는 걸어가도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합치는 것보다 빨리 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셔틀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면 도로 옆으로 계속 흐르는 버진 리버가 눈에 띈다. 아주 투명하고 맑은 그런 강은 아니지만, 자이언 국립공원의 근간을 이루는 강이어서 그런지 자꾸만 눈길이 간다.








버진 리버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아닌 사암으로 만들어진 높은 산과 절벽들. 자이언 국립공원은 협곡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자이언 국립공원 어느곳에서 고개를 들어도 사진처럼 높은 바위 언덕들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도에 따라서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자이언 국립공원의 절벽들은 보는 방향마다 절경이어서 협곡 속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우리가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트래킹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곳은 위핑락 트레일(Weeping Rock Trail). 위핑락이라는 이름 답게 바위가 머리위로 늘어져 있고, 그곳에서 우는 것처럼 물이 계쏙 떨어지는 곳으로,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가장 가볍게 트래킹을 할 수 있으면서도 꽤 드라마틱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트래킹을 준비하는 사람들. 우리도 잠깐 트래킹코스를 따라 올라갔다가, 위핑락에 들리기로 했다. 이 위핑락쪽의 트래킹 코스는 3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였는데, 시간만 많았다면 한번 걸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모자라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자이언캐년의 트레일 올라가는 길. 위핑락 쪽은 포장이 잘 되어있지만, 등산로는 어느 순간부터 길만 안내되어있는 비포장길로 바뀐다. 걷기에는 오히려 비포장길이 더 편한 듯 싶고, 중간중간 다양한 야생화들이 피어있어서 걸어가면서 식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과 자이언국립공원의 협곡의 모습이 또 다르게 보이는 것이 이 루트의 가장 큰 재미였다.


올라가면서 만난 도마뱀. 사진을 찍고 가까이 가려고 하니 후다닥 사라져 버렸다.




자이언 국립공원의 풍경. 붉은색 사암 절벽들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된다.




트레일을 따라 걸어올라가던 도중에 만난 식물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소소하게 보는 재미가 있는 꽃들도 많았다. 다만, 한국에는 없는 꽃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이름을 알 수 있는 녀석들은 거의 없었다.


과거에는 이 협곡을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었던 듯 그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자세하게 읽어보지는 않아서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어떤 사고로 인해서 사라진 뒤에는 자연보호를 위해서 다시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트레일을 어느정도 오라가서 자이언 국립공원을 내려다보고 다시 시작지점으로 돌아와 위핑 락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핑락은 굉장히 쉽게 다녀올 수 있는 트래킹 코스로 가볍게 다녀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걸어가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있는데다가, 길 자체도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가는 길이 굉장히 쉽다. 그렇다보니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도 많고, 어느정도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쉽게 위핑락을 오가고 있었다.


코스 한켠에서는 이렇게 보수공사도 진행중이었는데, 이전의 길보다 조금 확장을 하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분들이 있어서 이런 코스를 더 쉽게 다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니 고마운 마음뿐.



그렇게 얼마 걸어가지 않아서 쉽게 위핑락에 도착하게 된다. 위핑락은 바위의 아래쪽이 깎여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바위의 위쪽에서 계속해서 물이 떨어져 내린다. 그래서 위핑락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듯 싶다. 위핑락은 이렇게 입구쪽에서 보는 풍경도 이쁘지만, 그 바로 아래에 내려가서 지붕(^^)과 함께 자이언 국립공원의 협곡을 바라보는 풍경도 그에 못지않게 이쁘다.





남녀노소 부담없이 올 수 있는 코스이다보니 가족단위로 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야 시커먼 남자 셋이었지만, 우리 이외의 사람들은 대부분 커플이거나 가족이었다. 하긴, 나중에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미국의 국립공원들을 함께 돌아다녀보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그런날이 언제쯤 오게 될지는 또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쯤 와서 우리의 간식시간을 가졌다. 간식은 가볍게 오렌지와 딸기의 단촐한 구성이었다. 케이스가 꼭 슈퍼에서 산 것 같지만, 저 케이스는 나름 간식용으로 계속 재활용하면서 쓰는 녀석인데 아래가 뚫려있어서 과일들을 씻기에 굉장히 요긴했다. 당연히 딸기와 오렌지는 직접 씻어서 넣어놓은 것들이고 ^^;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먹는 간식이 의외로 여행의 활력소가 된다.



위핑락의 바위가 신기한지 만져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저 벽에서 작은 식물들도 자라고, 끊임없이 아주 작은 양의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위핑락에서 자이언 국립공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노부부. 이 자리에 서서 자이언 국립공원을 바라보면..


대략 이런 느낌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뭐랄까, 녹음의 숲 속에 폭 들어와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우리가 내려가는 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위핑락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었다. 역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니만큼 방문하는 살마들도 많은 듯 싶었다.


아까 트레일을 걸으면서 만난 녀석과는 종이 조금 다른 것 같았던 도마뱀. 이 녀석은 비늘의 모습도 선명하고, v자 모양의 검은색이 특이해 보였다. 물론, 사람을 겁내서 사진을 찍은뒤에 후다닥 사라져버린것은 똑같았지만.



아까 바위를 만져보고, 가족사진을 함께 찍던 가족이 위핑락으로 건너가는 다리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 워낙 햇빛이 강하기도 했던지라 이런 물놀이를 하는게 자연스러웠지만, 사실 이들은 물 속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싶었다. 물고기가 아니라 올챙이 같기도 하고;


그렇게 위핑락 트레일에서 돌아온 우리는 빅벤드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빅 벤드(Big Bend)라고는 하지만, 이름 그대로 버진 리버가 굽이치는 곳이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이 곳 역시 자이언 국립공원의 멋진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빅벤드로 걸어가는 길에는 우리 말고도 걸어가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가면 한정거장 거리의 아주 가까운 거리이지만,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걷는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걷는 사람들이 많은 듯 싶었다.


걷다가도, 왠지 스톱사인을 보면 멈춰야 할 것 같은 기분.




걷는 동안에도 주변을 계속 쳐다보게 되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저 새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바위였다.



빅벤드 주변의 뷰 포인트에서 자이언 국립공원의 협곡을 또 감상하고 슬슬 자이언 국립공원을 떠날 준비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2-3일 머무르면서 자이언 국립공원의 다양한 트레일들을 올라보고 싶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아쉬움을 접기로 했다. 왠지 앞으로도 미국은 올 기회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까나.



빅벤드를 보고 나서 바로 주변에 있는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차를 주차해 둔 비지터 센터로 돌아왔다. 규정속도를 지키며, 혹은 그 이하로 달리는 셔틀버스는 이동시간을 꽤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하루에 1-2개의 트레일 코스를 걷는 것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직접 차를 가지고 와도 규정속도 때문에 빨리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없으니 ^^



우리가 자이언 국립공원으로 들어왔던 카납(Kanab)으로 향하는 9번 도로는 오후 내내 공사로 인해서 통행이 금지되어 있었다. 미리 신문을 통해서 공사시간을 알고 있었던 터라 우리는 스프링데일을 거쳐서 돌아가는 루트를 이용하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카납을 거쳐서 가는 것보다 1시간이나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렸지만, 공사중인걸 모르고 1시간 느즈막히 나갔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뻔했다.


어쨌든 그렇게 자이언 국립공원에서의 짧은 1박 2일이 지나고, 이제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으로 향할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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