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079] 안개낀 요정의 길 트롤스티겐, 그리고 캠핑장 캐러반



[노르웨이 #079] 안개낀 요정의 길 트롤스티겐, 그리고 캠핑장 캐러반


달리면 달릴수록 날씨가 더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구름은 점점 더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아마 이 쯤 해서 트롤스티겐(요정의 길)을 제대로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접었던 것 같다. 오늘 온달스네스까지 가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지는 관계로 캠핑은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원래 계획은 온달스네스의 캠핑장이긴 했지만.



불길했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트롤스티겐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구름 덕분에 시야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실제 시야는 더 안좋았는데, 거기다가 비까지 내렸다.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이날 혹시나를 참 많이 했던 거 같다) 트롤스티겐을 볼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대충 물과 건물은 보이는 정도의 시야.





잘 만들어진 트레일을 따라서 열심히 걸어왔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비를 머금은 구름 뿐. 시야는 한 10m정도 나오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옆으로 흘러내려가는 폭포 정도는 눈에 들어왔다. 앞뒤로 보이지 않으니 어떤 모습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웠지만.



아래도 이렇게 뚫려있었지만, 뭐 시야가 나오지 않으니 별로 무섭지도 않았다. 어쨌뜬 내일은 날씨가 꼭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일단 트롤스티겐의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오는 길에는 캠핑장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온달스네스로 향하는 길에 캠핑장이 하나라도 남아있기를 바랐다. 원래는 캠핑 예정이었지만,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기 시작한터라 어쩔 수 없이 히떼(통나무 캐빈)이 있는 캠핑장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내려와서 조금 달리다보니 왼편으로 히떼들이 있는 캠핑장이 나왔다. 이름도 트롤스티겐 캠핑(Trollstigen Camping).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서 히떼가 혹시 하나라도 빈게 있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히떼가 꽉 찼다는 실망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뭔가를 좀 뒤적거리더니, 캐러반이 딱 1개 남았는데 그건 어떠냐고 해서 고민없이 바로 선택했다. 여기서 숙박을 못하면 얼마나 더 가야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캐러반이라고는 하지만, 트레일러와 그 옆에 이렇게 확장텐트를 쳐놓은 수준이었다. 사실 저 트레일러는 언제 설치한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어 보였고, 내부도 지저분하긴 했지만 히떼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여기서 묵어가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 전기도 들어와서 전기장판도 쓸 수 있었고, 요리를 해먹기에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으니까.



오늘의 요리는 삼겹살!.. 좀 두껍긴 했지만, 고기 상태는 좋았다. 삼겹살 부위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껍데기까지 붙어있었으니..



익어가는 고기.



더 잘익히기 위해서 싹둑싹둑. 한국에서 챙겨온 쌈장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고기와 함께 잘 먹었다. 아, 노르웨이에서 뭔가 상추 비스무리한 굉장히 고소한 야채가 있었는데.. 이름을 모르는게 참 아쉽다. 뭐랄까 미니 배추처럼 생겼는데, 맛은 고소한맛이 강한 상추? 대충 이런느낌;


그래도 나름 캠핑장이라 주방시설이 있어서 설거지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고, 좀 습하긴 했지만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오늘 예정되었던 일정을 다 못끝냈으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내일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하자며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새벽같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날씨는 흐리고 비가 내렸다. 당연히 기대했던 우리는 기분이 축 쳐졌지만, 그래도 구름의 방향이 조금씩 개고 있는거 같아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트롤스티겐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중간에 슈퍼마켓에서 구입해서 계속 가지고 다니던 미스터리 라면.



맛은...


그냥 컵라면 맛. 3천원이 넘는 컵라면의 맛이 이정도밖에 안되더냐!!! ㅠㅠ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폭포. 요 폭포는 전망대에서부터 내려오는 건 아니고 그 사이드쪽 폭포였다.



그래도 정상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제보다는 훨씬 시야가 잘 나왔다. 머리 위로는 구름이 여전히 가득했지만, 그래도 정면으로는 시야가 꽤 잘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트롤스티겐 전망대로 가는 길. 눈 앞은 괜찮지만, 멀리 구름이 가득한게 보인다. 



또다시 구름으로 가득한 길. 그래도 바람이 꽤 세게 불다보니 구름이 이동하는 속도도 빨랐다. 그래서 앞이 잘 보이다가도 갑자기 시야가 안나오고, 또 시야가 잘 나오기를 반복했다.




두개의 전망대 가운데에 섰을 때 양쪽이 대충 이정도로 보이는 느낌? 그래도 오늘은 최소한 도로들이 보이기는 했다.



구불구불한 트롤스티겐 도로. 가운데의 폭포는 아까 올라오면서 봤던 그 폭포와는 다른 폭포다. 아까 본 폭포는 오른쪽에 보이는 물줄기.



전망대. 폭포. 그리고 구불구불한 도로.



아까보다는 도로가 더 선명하게 보였지만, 그 뒤로 펼쳐지는 산들이 드라마틱한 게 이 트롤스티겐 풍경의 장점이었는데.. 아쉽게도 구불구불한 도로정도만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정도라도 본 게 어디냐 하면서 위안을 했다. 어제와 같은 날씨였다면 아무것도 못보고 다시 내려갔어야 할 테니까.




폭포와 도로.



노르웨이 도로 답게 다리만 나오면 원레인 브릿지는 기본이었다. 저렇게 버스 한대 지나가면 도로가 꽉 차버릴 정도였지만, 그 와중에도 폭포 옆으로는 깨알같이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올라올 때는 저기 차가 많이 주차되어 있어서 차를 세우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거기다가 트롤스티겐 도로가 워낙 구불구불하다보니 버스 한대가 턴을 할때마다 반대쪽에서 내려오는 차들은 한참을 기다렸다가 버스가 지나가고 나서야 내려갈 수 있었다. 뭐, 노르웨이에서 몇일 운전하다보면 다 익숙해지는 상황이지만.





내려가면서 아쉬운 김에 아까 차들이 많이 서있어서 서지 못했던 포인트를 다시 노려보기로 했다. 뒤에서 차들이 줄줄이 내려오면 어쩔 수 없이 그냥 지나쳐야 할 포인트였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따라오는 차들이 없어 천천히 내려올 수 있었다.



마침 주차를 해 놓은 차도 없어서 공간을 찾아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차를 세우자마자 바로 남은 공간에 주차를 하는 다른 차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그렇게 멋지게 내려오는 폭포의 사진을 몇장 더 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원래는 온달스네스로 가야 했지만.. 어제 나빴던 날씨로 인해서 일정이 생각보다 늦어진 만큼 온달스네스를 거치지 않고 그냥 트롤벵겐을 보고 바로 오슬로가 있는 남쪽으로 향하기로 했다. 이제 슬슬 노르웨이 여행도 마무리가 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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